이것은 통보인가 협의인가? 교섭해태 일관하는 JTI Korea
이것은 통보인가 협의인가? 교섭해태 일관하는 JTI Korea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4.20 18:40
  • 수정 2020.04.20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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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9일 장기 파업 거쳐 조인식 했으나 갈등 여전
노조,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지킬 것”
JTI Korea 사내방송.  ⓒ JTIK노동조합
JTI Korea 사내방송. ⓒ JTIK노동조합

JTI Korea 노동조합(공동부위원장 이성진·창종화, 이하 노조)은 2017년 4월부터 시작된 949일간의 장기 파업을 끝내고, 2019년 12월 2일 노사 조인식을 열었다. 당시 조인식을 통해 노사는 고용안정 강화를 위해 ‘뉴 세일즈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글로벌 담배회사인 JTI Korea에서 벌어진 노동조합의 장기 파업은 2017년 사측이 영업직 직원과 본점 사무직 직원 사이에 불평등한 임금구조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영업직의 평균연봉은 사무직 평균연봉의 67.5%에 불과했고, 1년에 한 번 지급되는 경영성과급(LIP) 또한 본사 사무직이 2.5배 이상 많았다.

당시 노조는 “사측이 전체 직원 500여 명 중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이 300여 명이 넘는 과반 이상 노조임에도 불구하고, 비조합원 임금인상 3%에 대해 노조와의 어떠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지급하며 노노갈등과 노사갈등을 조장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말로만 협의? 정작 교섭에는 배제

JTI Korea 노사가 협의한 ‘뉴 세일즈 모델’은 2020년 2월 1일 시행되기로 예정돼 있었으나, 연기됐다. 노조는 ‘뉴 세일즈 모델’ 워크숍 당시 단체협약 제7조(규정의 제정과 개정), 제39조(영업 인센티브), 제41조(임금체계의 개편 등), 제46조(근무시간) 등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위해 사측과의 교섭을 시도하였으나, 사측이 노측 대표자 참관이 협의되지 않았다면서, 이를 취업규칙 사항이라고 주장하며 ‘뉴 세일즈 모델’ 구축에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하고자 지난 2월 28일 개최된 임시 노사협의회에서도 노조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는 “세일즈 직원(영업직 직원)들에게도 연봉계약서(ABS Increase letter)를 교부하라는 요청, 노사협의회(LMC) 활동을 방해하고 징계를 예고한 회사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힘써달라는 요청, 뉴세일즈 모델 관련 회사의 일방적인 KPI 제정 및 기타 근로조건 변경에 대해 노조와 교섭을 통해 결정하자는 요청을 했으나, 사측은 ‘소수의 생각을 철회하라’, ‘직원의 안전과 바이러스 이슈에 대한 대응책은 경영진이 내리는 것이지 노동조합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등의 막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영업점 직원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대한 협의에서도 배제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점출근 지침을 현장출근으로 유동적으로 바꾸는 사안이 지점장들의 거수로 결정됐다”며 “이는 명백한 노조 무시”라고 밝혔다.

연봉계약서 교부 문제는 기본급 대비 인센티브(경영성과금)를 책정하는 영업직 직원들의 입장에서 고용 및 임금과 관련된 중요사안이다.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지속적으로 연봉계약서를 교부받고 있으나, 영업직 직원의 경우 2016년 3월부터 받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연봉계약서가 개인의 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교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본급과 연동되는 경영성과금도 문제다. 노조는 “사측이 지급 의무가 명시된 경영성과금에 대해 임의로 지급하지 않고 특별상여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하려 한다”며 “이는 임금의 구성항목을 회사 마음대로 삭제하는 심각한 위법행위”라고 비판했다.

노동청은 '기소 의견'이었는데, 검찰은 '불기소'

현재 노조는 장기 파업 당시 사측의 ‘태업으로 인한 무노동·무임금’ 조치에서 비롯된 미지급 급여를 보장받기 위해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태업으로 인한 무노동 무임금’의 판례는 수십 년 동안 단 한 차례 밖에 없었다.

2017년 10월 노조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체불 명목으로 사측을 고소·고발했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근로기준법 제109조 및 제43조 위반한 점이 있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할 것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넘어간 사건은 약 1년 반 동안 계류돼 있다가, 담당 검사가 바뀌면서 증거불충분에 의한 불기소 처분으로 이어졌다. 이후 노조는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를 신청했으나 항고 기각 처분을 통보받았고, 2019년 11월 대검찰청에 재항고를 신청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하는데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검찰이 가지고 있다. 이에 검사들이 기소권한을 남용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번 사례가 검찰이 가지고 있는 독점성의 폐해를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관계자는 “2017년 10월에 고소·고발한 이후 현재 2020년 4월 말이다. 자꾸 시간이 연장되는 건 노동자들 죽으라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JTIK노조는 “조합원들의 안정된 직장생활을 위해 무엇이든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며 “(노조는)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려 하는 것이 아닌,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고자 할 뿐이다.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태도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