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기자라는 제보자 “자정작용이 불가능한 조직”
채널A 기자라는 제보자 “자정작용이 불가능한 조직”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5.21 13:52
  • 수정 2020.05.21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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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검찰 유착 의혹 52일, 진상조사 결과 '감감무소식'
언론노조ㆍ시민단체, “방통위가 채널A 재승인 철회하라!”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채널A 기자, PD가 사측과 언론진에 압박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채널A 기자, PD가 사측과 경영진에 압박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검언 유착 의혹이 불거진 지 50여 일이 지났지만, 채널A의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결과 발표는 감감무소식이다. 

검찰이 4월 28일 채널A 압수수색 당시 이동재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의 통화녹음 파일을 확보하지 못한 채 돌아간 것을 두고, 채널A와 검찰 간 유착이 수사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채널A 앞에서 21일 '채널A는 진상조사 결과 공개하고, 검찰은 검언유착 의혹 낱낱이 밝혀라' 기자회견을 연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채널A의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은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 의결을 앞둔 위기 모면책에 불과했던 것"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이 문제를 엄중히 생각하고, 채널A에 대한 종편 재승인 철회권 유보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MBC에 채널A-검찰 유착 의혹을 알린 제보자의 변호사 황희석 씨는 "13일 제보자가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석해 그간의 상황을 하루 종일 진술하였고, 뒤이어 그간 이동재 기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통화 내역, 통화 녹음파일, 그리고 현장 미팅에서의 녹음파일 등을 제공했다"며 "검찰이 정말 제대로 수사할 의지가 있다면 이제는 수사성과로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고 서면으로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자신을 채널A 기자라고 밝힌 '제보자 A'씨가 쓴 채널A 비판문도 공개됐다. 

제보자 A씨는 비판문에서 “채널A는 취재윤리를 앞으로 어떻게 지키고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없다”며 “검찰까지 개입되었으니 어영부영 시간을 벌며 버티다 보면,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절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해선 안 된다”며 시민들에게 “채널A를 끊임없이 감시해달라”고 전했다.

아래는 자신을 채널A 기자라고 밝힌 '제보자 A'씨가 쓴 비판문 일부

채널A 현직기자입니다.

이 문제를 어디 알려야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몇 글자 적습니다.

채널A는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봅니다. 가족을 들먹이며 취재하는 게 아무리 관행적으로 있었다 하더라도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채널A는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 절대 반성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수의 기자들이 조직 논리에 젖어있습니다. 조직이 다치지 않는 게 최선이란 논리로 무장해있습니다. 노동조합과 기자협회가 사건이 알려진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아무 입장을 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취재윤리를 앞으로 어떻게 지키고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없습니다. 놀라울 만치 조용하고 아무 논의도 없습니다.

채널A는 심지어 오만합니다. 이번 사건으로 시청자들이 받았을 충격, 시청자들이 느꼈을 실망감 같은 것에 대해 그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이미 현장에서 많은 취재원과 일반 시민들이 채널A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데도, 애써 외면하고 있습니다. 검찰까지 개입되었으니 어영부영 시간을 벌며 버티다 보면,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수년 전 유대균 뼈 없는 치킨 보도가 어떻게 묻혔는지 다 알기 때문일 겁니다. 

내로남불 하나 더 알려드릴까요? 채널A는 오거돈을 비난할 자격이 없습니다. 채널A는 2018년 하반기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했던 모 부장을 권고사직 처리하고 사건을 조용히 덮었습니다. 데스크들 중에 단란주점을 즐겨 가거나 부하 여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도 널렸습니다. 여기자들이 항의해봤지만, 성희롱을 일삼던 한 간부는 아무렇지 않게 부서만 바꿔 근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비난한다는 말입니까. 채널A는 자정작용이라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한 조직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시민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채널A를 끊임없이 감시해주세요. 채널A에 정신 차리라는 항의편지를 보내주시고, 채널A 온라인 기사 댓글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해주세요. 채널A 앞에서 기자회견도 개최해주세요. 절대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해선 안 됩니다. 

선후배 동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만, 이것만이 채널A를 바로잡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방통위가 아니라, 검찰이 아니라, 시민이 언론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싸워주세요. 

제보자 A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