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Global) 이후의 이름, ‘로컬(Local)’
글로벌(Global) 이후의 이름, ‘로컬(Local)’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6.03 00:00
  • 수정 2020.06.08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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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떠오른 지역화폐, 나아가 지역경제·금융까지
선형경제 패러다임 변화…‘생태’처럼 순환경제로

[리포트] 코로나19로 본 선형경제의 한계, 대안을 찾아라

“(가게) 상황이 확실히 좋아지긴 했죠. 이전에는 왜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활용하는 방법도 몰랐어요. 공무원들이 와서 하라고 하는데 뭐, 복잡하게 그런 거 안 한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죠. 이제는 지역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옆집도 뒷집도 너도 나도 하죠. 그나마 숨통 좀 트이네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WHO(세계보건기구)의 팬데믹 선언과 동시에 세계경제는 급속도로 침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미 연준(Fed)이 사실상 0%대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각국의 나라경제 ‘심폐소생술’이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기업 지원뿐만 아니라 민간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고, 연이어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지역화폐 구입(최대 할인율 10%)을 독려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 내 기초자치단체가 발행한 서울사랑상품권이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품절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지역 내 소상공인들은 쇼윈도에 ‘ㅇㅇ페이 가능/ㅇㅇ사랑상품권 가능’ 등 팻말을 내걸기 시작했다.

왜, 하필, ‘지역화폐’?

지역화폐란 무엇일까. 대표적으로는 서울시의 ‘서울사랑상품권’, 시흥시의 ‘시루’, 오산시의 ‘오색전’, 부산시의 ‘동백전’ 등이 있다. 한국은행이 발행하고 유통하는 법정화폐와는 달리, 한정된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라는 점에서 사용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환전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거래비용 또한 소요된다. 이처럼 또 다른 지불수단이라는 점 이외에 메리트를 느끼기 어려운 지역화폐의 발행은 2018년 지자체 66개 대비 2019년 172개로 약 160% 이상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순환경제 구축을 목표로 하는 마중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익이 본사로 이어지는 대형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기업형 프랜차이즈 슈퍼마켓,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지리적 제약을 통해 역외 자금 유출을 막고, 골목상권의 매출 증대를 통한 지역경제·지역공동체 활성화에 방점을 찍는 지역화폐는 경제침체나 소득불평등이 심화될 때 활용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코로나19 국면에서 지역화폐의 역할은 도드라졌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외출자제 지침·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등의 여파로 2월 말부터 4월까지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전통시장을 비롯해 소상공인 등 골목상권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 급기야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상황이 벌어졌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역화폐 지급, 지역화폐의 온라인 유통, 제로페이 등 결제 시스템 활용을 통해 지역경제에 숨을 불어넣었다.

일각에서는 지역화폐 구매 시 할인율을 적용하거나 청년 수당 등을 지역화폐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이는 순기능과 효용성을 고려하지 못한 주장에 불과하다.

여효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역화폐의 개념조차 생소한 소비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교환수단으로 현금 이외의 다른 결제수단을 활용해보는 경험과, 지역화폐를 수령한 가맹점주가 가맹점 가입으로 인한 매출 증대를 경험해보는 것이 발행과 유통, 환전으로 이어지는 지역경제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든다”며 “지역화폐 발행에 지자체와 정부 예산이 소요되는 건 사실이나, 지역화폐 발행 유통은 무작위로 살포하는 현금 보조금과는 큰 차이가 있고, 이를 포퓰리즘으로 확대해석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화폐에 대한 또 다른 부작용으로 ‘상품권 깡’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구매 한도를 1인당 50~100만 원으로 설정하여 현금화 방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의 지역화폐는 코로나19 국면을 기점으로 이제 막 출발선을 넘었다. 지역화폐가 실험적으로 도입된 프랑스(소낭트)나 일본(아톰통화), 영국(브리스톨 파운드)의 경우 공공부문보다는 민간부문, 즉 지역주민이나 시민단체를 주체로 지역화폐를 활용하는 사례다.

여효성 부연구위원은 “지역화폐가 향후 시민사회 발전과 지역공동체 복원을 위해 유연하고 실험적인 형태로 발전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대안, ‘협력적 공유경제’

지난 4월 28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 국면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전 국민 100% 지급이 될 것이냐 아니면 소득 하위 70% 지급이 될 것이냐를 두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기준 70%는 지원 필요성, 효과성, 형평성, 제약성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된 사안인 만큼 국회에서 이 기준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대한 설명하고, 설득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이어지는 경제 위기를 대비해 정부 지출이 많아질 것을 예상하므로 재정 여력을 축적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과적으로는 100% 지급이 결정됐지만 정치와 관료, 즉 기획재정부의 권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계기가 됐다.

사회의 방향을 주도하는 것은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기 때문에 관료는 결정된 사안에 대한 집행에 집중해야 하는 게 맞으나, 기획재정부는 정치의 결정 방향에 반발했다. 속도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 관료의 반발이 발목을 잡은 꼴이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와 각축을 벌이며 반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예산편성 권한을 기획재정부가 가졌다는 데 있다. 다수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예산편성권을 의회가 가지고 있으나, 대한민국의 국회는 기획재정부가 설정해둔 총액 범위 안에서 예산편성 조정만 할 수 있다. 이러한 연유로 이번 2차 추경을 통한 예산 확보 과정에서 국회는 기획재정부와의 갈등을 피할 수 없었다.

정건화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일이 “기획재정부가 정치를 한 것으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기획재정부의 재정보수주의적 관점이 드러났다. 대통령 임기는 5년이지만 공무원은 임기는 기본 30년 이상이다. 과잉권한을 가진 경제 관료들이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과거부터 이어지는 갈등의 사례는 경제성장 우선주의 ‘도그마’에 빠진 경제 전문가들이 법칙과 세부적인 경험 사이의 단절로 인해 ‘사건적 접근’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중대 권한을 가진 경제 전문가들이 ‘경제를 위한 경제’ 혹은 ‘수치적 성장’을 위해 앞으로만 내달리는 선형경제(Linear Economy)를 지향하면서 생기는 ‘파열음’인 것이다.

미래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제레미 리프킨 교수는 관념뿐인 현 자본주의 시스템의 대안으로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가 등장했다고 말한다. 이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공유경제, 전환 마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독일에서는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독점하는 민간기업에 대항하고자 에너지 협동조합이 결성되어, 이에 대한 성과로 태양열·풍력·바이오매스 등으로 구성되는 재생전기의 65%가 개인이나 협동조합, 지역 커뮤니티 소유로 운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협력적 공유사회’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적 금융, 크라우드 펀딩, 대안화폐, 타임뱅크 등 새로운 형태의 금융 거래도 주목받고 있다.

정건화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정건화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라이프인

경제-산업-고용, ‘지역’과 함께 가야한다
[인터뷰] 정건화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번 코로나19의 대유행은 글로벌 금융과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로 엮인 생산시스템 자체가 취약하다는 걸 확인시켜줬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전염병은 결국 인류를 찾아올 것이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어떠한 방식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위협할 지 미지수다.

지난 12일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기술 위주의 혁신만을 얘기했으나, 이후 20일 문재인 대통령은 “그린 뉴딜이 포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경제의 패러다임은 ‘그린 뉴딜’을 통한 생태적 경제로의 전환을 필요로 한다.

정건화 교수는 그의 연구를 통해 “무한대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주의 대신, 순환과 회복의 경제를 위해 경제생활의 목적과 가치가 반영된 경제활동을 하는 개인과 경제 조직, 그리고 새로운 경제 주체를 만들어내고 경제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와 유·무형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는 재생에너지와 농업·교통과 휴먼 서비스를 중심으로 분권화된 지역들에 기반한 사회적 경제 생태의 구축이 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지난 26일 저녁, 프레스센터 근처에서 그를 만났다. 허기진 배를 달래고자 보쌈집에서 시작된 인터뷰는 십전대보탕이 맛있는 전통찻집까지 이어졌다.

한국판 뉴딜, 대통령이 말한 ‘그린 뉴딜’?

“미국 빌 클린턴 정부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가 이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감옥·이민자 수용소, 이주민 농장 노동자 캠프, 아메리칸 원주민 보호구역, 노숙인 시설 등에 있는 사람들을 ‘잊혀진 사람들’이라고 불렀어요. 그동안 사회 시스템은 정규직 직장이 있는 사람들처럼 고용관계가 유지되는 사람들 위주로 고용보험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플랫폼노동·하청노동·파견노동 등의 사례처럼 고용보험이라는 사회적 안전망 속에서 ‘잊혀진 사람들’이 생기고 있어요. 저는 이에 대한 해결을 목적으로 뉴딜이 시행됐다고 봅니다.

미국의 뉴딜이 그렇듯, 뉴딜이란 사람들을 긴급하게 구제해주는 정책이에요. 이러한 뉴딜에는 3단계의 ‘R’이 있어요. 첫 번째는 안정의 R인 ‘Relief’, 두 번째는 회복의 R인 ‘Recovery’, 세 번째는 개혁의 R인 ‘Reform’이에요. 미국이 뉴딜을 통해 노사관계법을 만들고 와그너법 체제를 도입했듯이, 우리나라도 정부의 지원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사회적 안전망인 고용보험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고, 여기에 ‘그린 뉴딜’을 포함해 재생에너지 전환 등의 생태적 경제로 나아가자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인 거죠.

유럽에서는 이미 탄소세를 적용하고 있고, 미국도 에너지 효율을 지키지 않으면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해요. 우리도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하죠. 뉴딜을 하겠다는 건 전쟁을 하는 만큼 자원을 쏟아 붓는 거예요. 미래를 위해, 변화하는 산업구조를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지금 투자해야 하는 게 그린 뉴딜이라고 봐요.”

코로나 시대 이후 산업과 고용, ‘노’와 ‘사’?

“제레미 리프킨은 기존의 제조업이나 풀타임 이윤시장 경제에서는 더 이상 고용이 늘어나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게 바로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라는 개념이에요. 현 체제에서는 경제가 아무리 성장해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아요. 대기업 풀타임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이 자리를 플랫폼노동이 대체하고 있잖아요. 모든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에요.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근속년수가 길어지면 급여가 올라가는데, 그게 정년과 급여 사이의 딜레마입니다. 근속년수가 오래된 사람 한 명으로 두 명을 고용할 수 있는데, 그게 어려우니까 기존 노동자는 40대 후반부터 50대 사이에 직장을 나오게 되죠. 옛날에야 근속년수와 일의 효율이 비례했죠. 근데 요즘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니까 밖에서 취하는 게 빠른 거예요.

미국의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기본 소득’을 찬성하는 것도 그런 이유의 연장선이에요. 고용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니까, ‘세금을 많이 낼 테니, 국민을 먹여 살리는 건 국가가 책임져라’ 이런 식인 거죠.

노동자들이라고 해서 꼭 노동의 가치·미래를 온전히 대표하진 않는다고 봐요. 노동도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해관계만을 주장하는 노동운동이 많아요. 노동이 진보의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죠.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하는 순간, 노동은 보수적이고 수구적으로 변하는 거예요.

제가 걱정하는 건 생태와 노동이 싸우는 것, 그걸 적록(赤綠)이라고 합니다. 싸움이 아닌 동맹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노동이 생태와 함께하면 기존의 일자리가 사라지니까 싫어하죠. 그래서 어떻게 하면 노동과 생태가 함께 갈 수 있을지 정책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고, 그걸 ‘그린 뉴딜’이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정부의 3차 추경에서 비롯된 기업 지원이 고용유지를 전제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해요. 그리고 천천히 환경감시나 환경정비, 이에 대한 교육, 도시재생 건물 리모델링, 단열, 보온 등의 일자리로 나아가게끔 지원을 하겠죠. 그러나 당장 일자리 창출과 연결될 거라고 기대하기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고요.

전환이 필요하다면 기업도 고용을 유지하면서 가야합니다. 지금처럼 위기가 왔을 때, 노와 사가 함께 돌파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를 쌓고, 신뢰를 기반으로 동반자가 돼야 합니다.”

‘생태’와 같은, 지역-사회적 경제?

“경제의 핵심은 계속 돌아가게 해주는 거예요. 그렇다면 실물경제를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민간에서 돈이 돌아야 하는 거죠. 실물경제 활성화를 위해 시민사회가 경제를 주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주도해요. 정부가 인큐베이팅만 해주고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역경제라는 실물경제에 자족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역순환경제 생태계가 구성돼야 합니다.

이번 코로나 국면으로 예전에는 쓰이지도 않았던 지역화폐의 활용이 눈덩이처럼 늘었어요. 이제야 문턱을 넘은 거죠. 지속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건 다음 과제에요. 그러려면 지역화폐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지역금융 등이 함께 가야해요. 이러한 예로 무하마드 유누스가 고안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들 수 있어요. 대출 능력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을 만들어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소액금융인데, 여기서 재밌는 건 대출의 조건이 ‘교육’이라는 점이에요. 가난한 사람이 돈을 빌려갈 때 이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함께 키워주는 거죠. 이후에는 성공적으로 대출금을 상환한 사람들이 모여서 추천을 통해 새로운 대출을 해주면서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탈성장’이라는 말을 하잖아요? 무한성장은 없어요. 세상에 무한히 자라는 건 암세포밖에 없어요. 사람이 자라면 어느 순간 성장을 멈추잖아요? 그 다음에는 ‘성숙’해지는 거예요. 현재의 기업이나 자본은 무한히 증식해야 하는 체제를 가지고 있어요. 자동차산업으로만 봐도 100만 대 1,000만 대 만들어서 1등이 돼야 하잖아요. 모두가 그 안에 줄 서서 가야할 이유가 없다는 거죠. 현 경제가 가진 중독으로부터 벗어나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로컬’을 말하고 싶어요. 글로벌이 아니라 이제는 ‘로컬’로 가야합니다.

지역경제가 튼튼하면 사람들이 지역에 머물 것이고, 애착도 생기고 정주의식(定住意識)도 생겨요. 나아가 지역시민단체가 해당 지역의 대학과 만나 지역문제에 대한 논의도 하고, 논의하면서 서로 전문성을 갖추게 되고, 대학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게 되는 등의 방식으로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거죠. 마치 생태, 자연이 스스로 순환하는 것처럼요.

경제학이 심리학과 지리학을 동반해야 경제학이 되는 거지, 수학과 통계학뿐인 지금의 경제학은 현실을 풀어나갈 능력이 별로 없다는 게 제 진단이에요.”

미국의 경제학자 케네스 볼딩은 “유한의 세계에서 기하급수적인 경제 성장이 끝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 자는 미치광이이거나 경제학자”라고 말한 바 있다. 주류경제학의 변방을 맴돌던 이 말은 그 당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구라는 공간 속, 상호공존하는 생태계 속에서 경제학이 말하는 무한 경쟁만을 위해 나아갈 때 벌어질 인류적 위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탐욕을 위해 질주하는 현 자본주의 체제에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마음 속의 에고(ego)가 에코(eco)로 나아갈 때, 우리는 성장을 넘어 성숙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