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염 겁먹지 말자
간염 겁먹지 말자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10.06 20:5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잘못된 지식만 믿다간 큰 병 날 수도
간 기능 검사항목과 수치로 본 건강
서동식 소장
한국산재의료원 안산중앙병원 건강관리센터

얼마 전 서울행정법원은 간염이 간암으로 악화돼 숨진 김아무개(당시 40세)씨에 대해 업무상재해라고 판결했다. “업무과정에서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가 김씨의 기존질환인 간염을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켜 간암을 유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것. 또 국가인권위원회는 K건설회사가 활동성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라는 이유로 최아무개(28세)씨를 불합격시킨 것은 차별이라며 이를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

간염왕국은 벗어났지만

우리나라는 한때 ‘간염왕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국민의 10%가 B형 간염에 감염되어 있었으나, 이에 대한 계몽활동과 교육 및 예방조치 등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이제는 B형 간염의 유병률이 거의 절반으로 줄게 되었다. 또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등의 개발로 많은 간염환자가 치료돼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차별적으로 주입된 지식으로 말미암아 간질환은 매우 위험하며 치료하기 어려운 병이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술잔으로 간염이 전염된다는 그릇된 지식을 마치 상식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결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간 수치의 이상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는 일반인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심지어 과거에 교육을 받았던 많은 의료진들도 간질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직장인의 경우 매년 또는 격년으로 건강검진을 시행하고, 일반인은 건강보험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막연히 검사결과 정상, 비정상이란 사실만 알고 지내기 일쑤다. 우리가 받고 있는 건강검진 중 간질환 검사 항목과 그 결과 나타난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보자.

ⓒ 한국산재의료원



▶ SGOT와 SGPT검사

우리가 건강검진을 할 때 혈액검사 중 SGOT나 SGPT와 같은 검사항목을 보았을 것이다. 요즘에는 AST나 ALT로 더 많이 기술되기도 한다. SGOT나 SGPT는 간세포 속에 들어 있는 효소들을 말하며 간염이나 지방간 등에 의해 간세포에 손상이 생기면 이런 효소들이 혈액으로 많이 나와서 혈중 수치가 높아지게 된다.

이 효소의 혈중 정상치는 약 40U/L 이하로 검사 시 정상치보다 높은 수치를 보이면 간 손상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수치가 높다고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 다만 간염에 걸렸을 경우, 이 수치가 높은 상태에서 오래 지속되면 간경화로 갈 가능성이 높으므로 치료를 하는 것이다.

간염 없이 지방간만 가지고도 이 수치가 높은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심한 경우 수치가 100이상인 경우도 적지 않게 나타나지만 알코올성 지방간이 아닌 경우는 대부분 좋은 경과를 보이며, 식이요법과 운동요법만 가지고도 충분히 치료된다. 따라서 이런 수치의 이상이 나타나면 전문의를 찾아가서 수치 이상의 원인을 확인하고 질환에 따라 맞춤 치료를 해야 한다.

▶ 감마GPT 검사

건강검진이 보편화됨에 따라 감마GPT 수치의 이상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이 감마GPT는 대부분이 간담도 질환에서 높은 수치를 보일 수 있다. 간질환이 없는 경우에도 음주와 특정 약물의 복용만으로 수치가 올라갈 수도 있으므로 구별이 필요하다.

만성 음주에 의해 감마GPT가 상승된 경우에는 금주 후 약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수치가 절반 정도로 감소하므로 지방간과 만성 음주력을 구별할 수 있다. 따라서 감마GPT 수치가 높다고 해서 간질환이라고 미리 겁먹지 말고 본인이 음주를 얼마나 많이 했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 한국산재의료원


▶ 혈소판 검사

혈소판 수치는 간 기능 검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안목이 높은 간 전문의는 혈소판의 변화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검사가 언제나 정상을 보여도 혈소판 수가 감소한다면 이는 간질환의 진행을 의미하는 경우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비장이 커지게 되고 그 결과로 혈소판이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혈소판 수가 10만 이하로 떨어지면 간경화로 진행됐을 확률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위와 같은 간 검사를 통해 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모르는 게 약이지만 아는 것은 보약”이라는 말도 있듯이 본인의 생활습관이 간에 무리를 주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이 피곤할 정도로 운동을 하거나 음주를 즐긴다면 안한 것 보다 못하다. 잘못된 지식으로 스스로 진단을 내리지 말고 몸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될 때는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