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우의 부감쇼트] “I can’t breathe”
[임동우의 부감쇼트] “I can’t breathe”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6.08 07:50
  • 수정 2020.06.08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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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버즈 아이 뷰 쇼트(bird’s eye view shot).
보통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Black Lives Matter’라는 글귀가 SNS 타임라인을 가득 메웠다.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는 이 말은 지난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대한 애도이자 끊임없이 자행된 인종차별에 대한 항거를 의미한다.

당시 경찰은 25일 편의점에서 20달러짜리 위조지폐가 사용됐다는 소식을 받고 출동해 술에 취해 자신의 차에 앉아있던 플로이드를 체포했다. 체포 과정에서 백인 경찰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는 등 과잉진압을 했고, 이 과정에서 플로이드는 출혈과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했다. 약 9분 동안의 과잉진압 이후 그는 구급차에 실려 갔으나 결국 그날 저녁 사망했다.

같은 날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에서는 또 다른 인종차별이 있었다. 크리스 쿠퍼는 버드와칭 포인트에서 목줄 없이 뛰어다니는 개를 보고 개 주인에게 목줄 착용을 권유했으나 개 주인은 흑인이 자신과 개를 위협한다며 경찰을 불렀고, 이 장면을 촬영한 쿠퍼는 목줄이 착용되는 걸 보고 장소를 떠났다. SNS에 업로드 된 당시 영상은 백인 여성이 가진 인종차별적 인식과 동물 학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일각에서는 쿠퍼에게 하버드 출신 엘리트라는 사회적 지위가 없었더라면 하는 질문을 던진다.

차별적 인식은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여기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지난 2월 미국의 방송인 존 밀러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수상소감이 영어가 아닌 한국어였다며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 파괴’를 거론한 걸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엘런 드제너리스도 그의 토크쇼인 ‘엘런쇼’에서 봉준호 감독을 두고 차별 논란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우월’은 비교대상을 수직적으로 나열하는 말로, 판단의 기준이 자의적이다. 비교대상이 다원성을 가진 ‘인간’이 될 때 우월성을 확보해야 하는 주체의 당위성은 ‘인간’이라는 본질을 떠나 공통적 집단성에 위배되는 피부색 등에 배타적인 자세를 취해야만 하고, 이는 마침내 혐오로 이 사회에 작동한다. 그렇다면 왜 ‘우월’하다고 여겨야만 하는가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나는 이를 타인을 깎아내려 스스로를 정립하려는, ‘자존(自存)의 결여’로 본다.

공동체 사회 속에서 타인에 대한 존중은 곧, 나 자신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비교로 우위를 점해야 하는 경쟁사회 속에서 후순위로 밀려나는 인간의 존엄성이 오늘의 ‘Black Lives Matter’를 외치도록 만든 건 아닐까.

차가운 아스팔트 위, 목 눌린 플로이드를 애도하며 깊은 숨을 내쉬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