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가짜뉴스" 고발에 "뭐가 가짜뉴스냐?" 실랑이
"조선일보의 가짜뉴스" 고발에 "뭐가 가짜뉴스냐?" 실랑이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6.12 11:05
  • 수정 2020.08.07 2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선일보의 정의연 보도, 정당한 비판 아닌 음해"
"예의를 갖추세요!" 현장에서 고발인과 조선일보 기자 간 언쟁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조선일보 가짜뉴스들-악의적 오보들에 대한 형사고발’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조선일보 가짜뉴스들-악의적 오보들에 대한 형사고발’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시민연대가 11일 조선일보 사장‧기자 등을 경찰에 형사고발 했다. 최근 논란인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의원 사태에 대해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와 고의적인 음해성 오보가 넘친다는 판단에서다.

피고발인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홍준호 사장과 표태준 기자, 안준용 기자, 원선우 기자, 그리고 박두식 편집국장 및 관련 데스크 등이다. 

고발인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과 민영록 시민연대 ‘함께’ 공동대표가 밝힌 형사고발 사유는 ▲공익을 추구해야 할 언론 사유화 ▲무차별한 가짜뉴스 양산으로 여론 왜곡 ▲지속적, 악의적으로 다수의 피해자 명예 훼손 등이다.

두 고발인은 피고발인들이 형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근거로 고발장에 담긴 기사는 '[단독]윤미향, 자기 딸 학비 '김복동 장학금'으로 냈다', '[단독] 정의연 사무총장은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 '배고프다한 할머니에 "돈없다"던 윤미향, 집 5채 현금으로만 샀다' 등 3건이다. 

안진걸 소장은 "진보 중도 보수 간 입장차이 충분히 이해한다. 시민사회단체도 잘못 할 수 있다. 정당한 비판, 언론사 입장에 기반 한 정파적 비판까지 수용한다"면서도 "절대로 가짜뉴스 악의적 오보는 수용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형사고발장을 접수하는 이유로는 '검찰에 대한 불신'을 들었다. 안진걸 소장은 "조선일보와 사장 일가의 불법‧비리 혐의를 4차례 검찰에 고발했으나 수사도 기소도 하지 않았다"며 "경찰은 명예를 걸고, 이번만큼은 조선일보 가짜뉴스들의 엄청난 폐해와 그 중대한 범죄 행위들을 엄정히 단죄하라"고 했다. 이어서 "언론이 우리 사회의 흉기가 아니라 공기로 다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기자 등장 "뭐가 가짜뉴스냐?"

한편, 고발장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시민연대와 조선일보 기자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연대 뒤에서 기자회견을 보던 한 남성은 고발장을 접수하려 이동하는 안진걸 소장을 불러 세웠다. 해당 남성은 조선일보 장 아무개 기자였다. 장 기자는 민생경제 연구소가 왜 조선일보를 고발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안 소장 : 저희는 재벌개혁을 감시하고 민생경제 살리기 합니다. 근데 조선일보가 재벌을 비호하는 행동 많이 하고요, 또 재벌과 비슷한 총수일가가 범죄를 저지릅니다. 그래서 감시, 견제하고 고발해왔습니다. 

장 기자 : 아니 다른 얘기 하지 마시고요.

안 소장 :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니까 조선일보가 가짜뉴스까지 일삼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저희가 고발하는 겁니다.

장 기자 : 엄청난 발견 하셨네요.

안 소장 : 네?

장 기자 : 엄청난 발견 하셨어요.

안 소장 : 그래서요. 또 말씀해보세요. 그럼 최근 가짜뉴스라든지에 대해서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못 느껴요?

장 기자 : (보도자료 기사 중) 여기에 가짜뉴스가 어디 있습니까?

안 소장 : 써 놨잖아요, 제가 다 써놨잖아요. 저기요! 예의를 갖추세요! 기자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저한테 지금 시비 거는 거예요?

장 기자 : (보도자료를 가리키며) 이거는 예의예요? 

안 소장 : 아니 문서로, 정식으로 보도자료를 내는 게...

장 기자 : 보도자료에 적혀있는 말들이 예의라고 생각해요?

장 기자는 5분여간 실랑이를 벌이다 경찰이 제지하자 자리를 떠났다. 다른 취재기자들이 현장에 나온 이유를 묻자 "고발대상이라고 들어서 나와 봤다"고 답했지만, 사전에 배포된 보도자료와 고소장에 장 기자의 이름은 없었다.

문제가 된 조선일보 기사

가짜뉴스는 복합적이고 광범위한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가짜뉴스"라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단순히 거짓 여부만 기준으로 삼더라도 고의로 거짓말을 썼는지, 아니면 사실을 알면서도 누락한 건지 알기 어렵다. 따라서 "여기에 가짜뉴스가 어디 있냐"는 조선일보 장 아무개 기자 말은 꽤 전략적이다. 시민연대가 지적한 조선일보 뉴스 3건을 살펴본 결과, 가짜뉴스보다는 '오보'나 '왜곡보도'에 가까웠다.

■ "배고프다한 할머니에 "돈없다"던 윤미향, 집 5채 현금으로만 샀다" (5월 25일 기사)

윤미향 당선자가 돈 없다는 핑계로 이용수 할머니에게 밥도 안 사줬으면서, 정의기억연대 기부금을 부동산 투기에 사적 유용했다는 내용이다. 기사는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이 5월 25일 제기한 의혹을 바탕으로 쓰였다. 곽상도 의원은 윤미향 당선자가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아파트와 빌라 등 집 다섯 채를 모두 현금으로 샀다며 부동산 매입 자금에 기부금이 들어갔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민연대는 "이사를 다니면서 기존에 있던 집을 팔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 것"이라며 조선일보와 기자가 중요한 사실들은 빠뜨리고, 윤미향 의원이 할머니를 괴롭히고 거액의 현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의 원래 제목은 '윤미향 일가, 1995년 이후 전액 현금으로 집 5채 샀다'였다. 그러나 '윤미향 의원이 "돈 없다"며 밥을 사주지 않았다'는 내용의 이용수 할머니 발언이 추가되며 '"배고프다한 할머니에 "돈없다"던 윤미향, 집 5채 현금으로만 샀다"'로 제목이 바뀌었다.

윤미향 의원의 해명에도 기부금의 사적 유용은 아직도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에도 의도가 있었다는 의심 또한 합리적이다.

■ [단독] 정의연 사무총장은 현직 청와대 비서관의 부인 (5월 28일 기사)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조선일보는 "정의연 핵심 간부인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이 정구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아내"라며 "(정구철 비서관의 사의 표명은) 정의연 사태의 불씨가 청와대로 옮겨붙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라는 '추측'을 인용했다. 보도는 나아가 청와대와 정부‧여당에 정의연 출신 인사가 많아서 정의연 비판이 어렵다는 '분석'을 전했다.

이에 정철구 비서관은 "건강이 안 좋은 상태로 들어왔고, 업무에 지장을 느낄 정도의 불편함이 있어서 지난 4월 사의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단에게 "정 비서관은 저와의 개인적 인연 때문에 마지못해 함께 일하기로 했지만 올 4월까지만 근무하겠다는 조건"이었다며 "이런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버젓이 신문에 실릴 수 있는지 의아"하다는 메시지를 출입 기자들에게 보냈다.

시민연대는 "정구철 전 비서관과 한경희 사무총장이 부부관계인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기사는 중대한 오보"이며 "정구철 전 비서관, 한경희 사무총장, 정의기억연대 등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그들의 업무를 집요하게 방해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해당 기사는 '정철구 비서관과 한경희 사무총장은 부부'고, '정의연 관련 인물들이 여권 곳곳에 포진'했다는 내용에 그칠 뿐, 직접 근거는 없다. 기사만 두고 보면 '정치적 해석이 개입한 추측 기사'라 볼 여지가 있는 셈이다.

■ [단독]윤미향, 자기 딸 학비 '김복동 장학금'으로 냈다 (5월 30일 기사)

해당 기사는 윤미향 의원이 과거에 '김복동 장학금'을 빼돌려서 딸의 학비로 사용했다는 내용의 의혹 보도다.

그러나 김복동 장학금이 생긴 건 2016년으로, 윤미향 의원의 딸이 대학에 입학해서 학비를 낸 2012년에는 김복동 장학금 자체가 없었다. 윤미향 의원은 페이스북에 2012년 2월 자신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을 공개했다. 윤미향 의원은 김복동 장학생이라는 표현에 대해 "김 할머니가 제 자녀에게 준 용돈이라는 의미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 조선일보는 왼쪽의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썼지만, 이후 오른쪽의 내용이 추가로 알려지며 기사를 수정했다. ⓒ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게시글. 조선일보는 왼쪽의 내용을 토대로 기사를 썼지만, 이후 오른쪽의 내용이 추가로 알려지며 기사를 수정했다. ⓒ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이후 조선일보는 기사 제목을 '[단독] 윤미향 "내 딸, '김복동 장학생'으로 대학 입학했다"로 바꿨다. 또한 "2012년에는 공식적인 ‘김복동 장학금’이 없던 때다. 윤 의원은 어떤 방법을 통해 자신의 딸에게 김 할머니의 장학금이 지급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2012년에는 공식적인 ‘김복동 장학금’이 없던 때로, 김 할머니가 개인적으로 윤 씨의 딸에게 장학금을 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라고 수정했다. 가짜뉴스라기보다는 오보에 가깝다.

시민연대는 "윤미향 당선자의 페이스북 글에도 그 상황이 자세히 나와 있다. 약간의 취재만 해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던 사실로 (음해하려는) 고의성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정아 시민연대 '함께' 공동대표는 "시민단체 활동을 옹호하거나, 공격하는 언론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도할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기자와 편집자를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