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즉착과 유구무언
개구즉착과 유구무언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8.10.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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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참 ‘이슈’가 많은 달이었습니다. 서브프라임 사태에 이은 ‘월가의 몰락’은 최신 금융상품으로 포장한 ‘탐욕’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금융 경제에서 체계적이고 수학적인 ‘뻥튀기’로 만들어진 ‘신용’이 어떻게 한 순간에 휴지조각이 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의 끝은 아직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지요. 이미 주식과 펀드의 ‘월가의 몰락’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미국의 금융 시장은 이 정도의 부실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공언해 왔습니다. 위기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숨긴 채 진실을 호도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난국이 조금은 덜 처참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나부터 펀드라도 사겠다”고 이야기 해 그 진의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산업은행의 리먼 인수 추진에 대해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하며 이를 부추기던 유력 신문의 사설이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선불교에는 개구즉착(開口卽錯)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리의 세계는 말을 하면 곧 참모습과는 어긋난다는 말로 진리는 ‘깨달음’으로만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요즈음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며 재생산되는 ‘말’들의 남발이 섬뜩할 때가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뒤바뀌고 해명을 해대는 통에 원래 하려던 말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말이 되어 나오기 전에 품고 있던 저들만의 ‘진리’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젠 이미 ‘신뢰’를 잃고 불안에 떨고 있는 서민들 앞에서 이제는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참여와혁신> 10월호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구성된 환노위가 앞으로 어떤 노동정책을 주요 과제로 가져갈 것인지 가늠해 봤습니다. 이들의 ‘말’들이 과연 향후에 어떻게 평가받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주회사 노사관계의 틀을 만들고 노동조합의 경영참여 및 비정규직 해법을 고민하고 있는 국민은행 노사의 시도에 대한 분석과 아직 해결 가능성을 찾지 못한 채 농성장에서 추석을 맞는 장기투쟁사업장의 모습도 담았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쏟아내는 ‘말’로 탑을 쌓습니다. 내뱉는 것도, 바꾸는 것도 늘 너무나 쉽습니다. 그리고 진실은 그 너머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더욱 무겁고 신중하게 입을 열겠습니다. 말이 앞서 ‘참모습’을 잃어버리지 않는 <참여와혁신>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