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사람 죽었는데, 펠리세이드 생산 차질 걱정?” 언론 보도 비판
금속노조, “사람 죽었는데, 펠리세이드 생산 차질 걱정?” 언론 보도 비판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6.12 18:10
  • 수정 2020.06.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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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협력사에서 사망 사고 발생하자 ‘부품 공급에 차질’ 보도한 언론
금속노조, “노동자 죽음에 자동차 못 만들게 됐다고 보도하는 건 상식밖”

비극은 다시 반복됐다. 자동차부품업체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가 금형 사이에 끼어 숨을 거뒀다. 그런데 언론은 차를 못 만들게 됐다고 난리다. 2020년 대한민국 풍경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호규)은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를 보도한 대부분 언론이 노동자 산재 사망이 아닌 ‘현대차 펠리세이드 생산 차질’에 초점을 맞춘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11일 울산의 자동차부품생산업체 덕양산업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 금형 사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이후 사고가 발생한 생산라인은 가동을 멈췄으며,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근로감독관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노동자 사망 사고를 다룬 대부분 언론은 사망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경위, 원인에는 관심이 없었다. 노동자 안전 및 생명에 집중하기보다는 ‘현대차 펠리세이드 생산 차질’에 주목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해당 언론 보도가 나간 12일 정오 무렵까지 금속노조가 확인한 18개 기사 중 14건이 노동자의 사망이 아닌 현대차 펠리세이드 생산중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 보도를 살펴보니 현대자동차 펠리세이드, 코나 등 차량을 만들 때 필요한 크래시패드(운전석 모듈)를 공급하는 현대차 1차 협력사 덕양산업의 노동자 사망 사고와 그에 따른 생산라인 가동 중단으로 현대자동차 부품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몇몇 언론에서는 펠리세이드가 출고대기 기간이 긴 인기 모델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지난 11일 덕양산업에서 발생한 노동자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네이버 뉴스 검색 화면 갈무리
지난 11일 덕양산업에서 발생한 노동자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네이버 뉴스 검색 화면 갈무리

금속노조는 “아무리 경제지라고 해도, 아무리 현대차가 광고주라고 해도 사건 속보에서조차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이 아니라 대기업의 생산 차질에 주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노동자가 사고로 죽었으면 죽음 그 자체와 죽음의 원인에 주목하는 것이 상식이지, 죽음으로 인해 잘 팔리는 자동차 못 만들게 됐다고 보도하는 것은 결국 노동자는 생산물을 위해 감히 죽어서도 안 되는 하찮은 존재라는 인식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인간의 죽음 앞에서 펠리세이드부터 생각하는 게 적절한지를 묻고 싶다”며 “언론조차 이러니 우리 사회에서 중대재해 기업에 살인에 준하는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지 다시 한번 절감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사망 사고 원인을 밝혀 이 같은 중대재해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금형장치로 인한 사고이기 때문에 안전장치 미비 혹은 안전장치 미작동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게 아닐까 추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