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SH일반노동조합
<16> SH일반노동조합
  • 윤나리 기자
  • 승인 2008.10.0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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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지주회사 설립으로 고용안정 쟁취
주민과 함께 ‘희망’ 만들어 간다

2008년 7월. SH일반노동조합(위원장 김천만, 이하 SH일반노조)은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2000년에 설립된 SH공사관리원노동조합의 명칭을 SH일반노조로 공식 변경한 것이다. SH일반노조로 개명한 그날은 조합원지주회사 (주)SHTM의 출범식이 함께 진행된 날이기도 했다.

기업별노조에서 일반노조로 변신한 SH일반노조는 요즘 보내주는 주위의 격려와 관심이 넘쳐난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SH일반노조가 가는 길에는 크고 작은 장애물들이 있겠지만 조합원들의 진심어린 희생과 배려, 서로 간의 신뢰가 있기에 그들의 희망 찾기는 오늘도 계속된다.

ⓒ SH일반노동조합

‘주민 일을 내 일처럼’

SH일반노조 조합원들은 서울지역 영구임대아파트 약 3만4000가구의 난방, 급수공급, 하자 보수, 경비, 소독, 청소 등 모든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 8.5년의 임대 관리 베테랑 조합원들에게 임대아파트를 관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업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김천만 위원장은 “입주민들이 대부분 사회 소외계층이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문제를 내 문제처럼 고민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외주화를 발표했던 SH공사는 5월 31일에 노조를 상대로 임대주택 관리 개선을 위해 임대 관리를 민간 위탁키로 확정한다며 노조원 199명 전원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단체협약 개정을 위한 단체교섭 결렬에 따른 쟁의 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92.4%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하고 4월 1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10년 넘게 SH공사의 공공성 강화와 입주민에게 땀 흘려 일해 온 소중한 일터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릴 지도 모를 상황에 처한 그들의 고통은 외주화 논란이 제기 될 때마다 계속되어 왔다. 김천만 위원장은 “임대주택 관리는 민간아파트를 관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입주민의 대다수가 기초생활수급권자, 장애우, 독거노인, 모자가정, 국가유공자 등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 대부분인데 이들에게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외주화는 가당치 않다”고 언급했다.

조합원들이 고용안정 쟁취와 외주화 결사반대를 외쳤던 투쟁 당시를 김 위원장은 이렇게 회상했다. “집행부, 조합원, 그리고 아파트 주민까지 모두가 한 마음으로 승리를 위해 투쟁했어요. 당시 아파트 주민들이 손수 반찬이며, 음료 등 조합원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싸온 음식을 건네며 어깨를 토닥이던 손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SH일반노동조합

조합원지주회사 (주)SHTM으로 새로운 고용모델 창출할 것

파업 이후 기존의 SH공사관리원노동조합은 SH일반노동조합으로 새로 태어났다. 현재 SH일반노동조합은 일반노조의 형태로 SH공사지부와 (주)SHTM자주관리지부로 구성돼있다. 기존 SH공사관리원노조 조합원 162명 중 24명은 SH공사 통합관리센터에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SH공사지부의 조합원으로 가입돼있다.

나머지 138명의 고용안정과 신분보장을 위해 노조는 또 하나의 시도를 단행했다. 그것은 바로 조합원지주회사인 (주)SHTM자주관리회사를 설립한 것이다. 노동조합이 SHTM을 설립해 SH공사에서 외주화하는 물량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하며, 2012년까지 SHTM 내 조합원이 단계적으로 공사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형태로 고용을 담보한다.

노동조합이 조합원지주회사 SHTM을 설립해 민간용역의 불안한 고용체제에서 고용안정과 신분보장을 확보해 낸 셈이다.

김 위원장은 SHTM의 성과와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물론 고용안정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성과를 얻은 것이 사실이죠. 하지만 SHTM 내 조합원들이 SH공사로 재고용을 담보 받은 상태에서 ‘SH공사에 들어가기 위한 SHTM’이라는 내부 비판도 적지 않아요. 또한 기존 조합원 과 새로 신규채용된 60여명의 SHTM 소속 직원들 간의 갈등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 SHTM의 직원은 195명이다. 이들 중 138명이 SH일반노동조합 (주)SHTM자주관리지부의 조합원이다. 이들은 기존 SH공사관리원노조의 조합원으로 고용을 보장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적하는 것처럼 나머지 신규채용된 약 60여명의 직원들은 SH공사 내 고용과는 상관없이 근무하고 있으며, 급여수준도 기존 조합원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신규채용된 60여명의 직원들에게 있어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이 발생될까 걱정도 되지만 향후 이들의 고용안정과 신분보장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SHTM의 행보는 비정규직, 임시직 등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현재 노동시장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뜻깊은 시도이기에 더욱 주목된다.

조합원들과의 ‘무한신뢰’로 똑똑한 노동조합 만들 터

향후 SH일반노동조합은 새로운 갈등으로 힘들고 험한 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무한신뢰’의 강한 띠가 그들을 단단하게 동여매고 있었다. 김천만 위원장은 해고복직투쟁 당시 조합원의 진가를 발견했다고 한다. “사람이 가장 어려울 때 그 진가가 드러나는 법이죠. 어려울 때 제가 나서서 앞에 선두에 선 것 밖에 없는데 조합원들이 뒤에서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아줬지요. 조합원들이 참 고맙고 존경스러워요.”

김천만 위원장은 “목표가 있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으면 반드시 행해야 하고 분명 길이 있다”며 “노동운동을 열심히도 해야 하지만 제대로 운동하기 위해서는 똑똑한 노동조합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SH일반노조 내 조합원들은 사회의 약자를 보듬고 함께 해야 하는 일터에 있다. 비록 이윤이 적고 임금이 부족하지만 조합원들은 주민들 곁에서 희망찾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