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리한 공기 단축 시 발주자 형사처벌”
정부, “무리한 공기 단축 시 발주자 형사처벌”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6.18 18:12
  • 수정 2020.06.18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 관계부처 합동 발표
“공사 전 적정 공사기간 산정 등 건설현장 안전 기준 강화”
민주노총, “진전 있으나 처벌 강화하고 노동자 작업중지권 있어야”
자료 사진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자료 사진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18일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29일 발생한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정부의 종합 대책이다.

대책의 핵심은 시공 이전부터 안전을 담보할 수 있도록 발주자의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더불어 건축자재 기준 강화 및 작업 중 안전조치와 관리·감독 확대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비용 절감보다 노동자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했다”며 “계획단계의 적정 공기 보장부터 화재 발생 시 인명피해 최소화 대응체계 구축까지 건설공사 전체 단계의 위험요인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계획 단계에서부터 공공 및 민간 공사 모두 적정 공사기간 산정을 의무화했다. 그동안 건설산업 재해 대책으로 꼽혔던 발주자 책임 강화와 적정 공사 기간 확보를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공사 계획 단계(발주)’에 적정 공기를 산정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화재발생 시 대형 산재사고의 요인으로 지적되는 건축자재 화재안전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샌드위치 패널은 준불연 이상 성능을 확보해야 하고, 우레탄폼 등 내단열재 및 창호에 대한 화재안전 기준을 신설한다. 화재안전 품질인정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이러한 화재안전 기준 적용은 모든 공장·창고 건축까지 확대한다.

작업 중 안전조치를 위해서 가연성 물질 취급과 화기 작업의 동시 작업을 금지한다. 이번 한익스프레스 화재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동시 작업과 연관돼 있다. 아울러 강제환기장치(제트팬 등, 유증기 배출을 위해) 설치, 안전전담 감리 확대를 추진한다.

원청에는 사전에 위험 작업의 일시·내용·기간 등 정보를 파악해 하청업체들의 작업 조정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기업의 경제적 제재와 경영책임자의 사업장 안전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할 예정이며 다중이용시설의 산업재해 등으로 다수 사망자 발생하는 다중인명피해범죄에 대한 특례법 제정도 추진한다.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 민주노총은 “진전된 대책도 있지만 ‘기업최고 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며 “기업처벌을 강화해야 산재사망을 멈출 수 있다는 노동자·시민의 분노와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즉각 실현되길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정부대책에서도 몇 가지 처벌강화 대책이 있지만 기업 최고 책임자나 기업법인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말단관리자나 노동자에 대한 처벌 강화로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인에 대한 과징금 도입은 재벌 대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라며 반문했다. 지난 산안법 전부개정안에서 빠진 하한형 제도를 포함했어야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또한 작업장 위험 요소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작업 중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노동자에게 주어지지 않았음을 비판했다. 사전에 위험 요소를 파악하고 작업을 거부했을 때 손해배상과 해고로 이어지는 게 노동 현장의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를 시작으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법제도 개선을 두고 하반기에 국회 및 정부에서 많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와중에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번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으로 28년만에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도 당시 초안에 포함됐던 하한형을 통한 처벌 강화와 작업중지에 대한 사업주 불이익 처우의 형사처벌이 입법예고를 거치며 삭제됐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번 국토부 김현미 장관이 주재한 ‘건설안전혁신위원회’ 회의에서 장관이 직접 “이번에는 건설업계가 로비 좀 그만하라”고 강하게 말한 바 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