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람들노조, 라임자본 연루 및 ‘기업사냥’ 의혹 제기
좋은사람들노조, 라임자본 연루 및 ‘기업사냥’ 의혹 제기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6.22 20:29
  • 수정 2020.06.22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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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들지회, 이종현 대표이사 경영권 인수 이후 각종 의혹 제기
당기순이익 2018년 30억 흑자→2019년 103억 적자, 유상증자 남발로 곳간 ‘텅텅’
7월 중 횡령, 배임, 부당거래 혐의로 고발 예정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위원장 신환섭)이 22일 오전 11시 30분 ‘라임사태 관련 의혹 ㈜좋은사람들 최대 주주 출자금 투명 공개 및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좋은사람들㈜은 보디가드, YES, 섹시쿠키 등으로 유명한 패션 속옷 전문기업이다. 국내 속옷업계에서 매출 5위권에 든다. 그러나 ‘건실기업’으로 정평 났던 좋은사람들은 작년부터 경영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노동조합은 이종현 좋은사람들 대표이사의 행보를 ‘무자본 M&A’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위원장 신환섭)은 22일 오전 11시 30분 ‘라임사태 관련 의혹 좋은사람들 최대 주주 출자금 투명 공개 및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좋은사람들 경영권 분쟁 결과,
‘이종현 대표이사 체제 완성’

좋은사람들이 이종현 대표이사 체제로 재정비한 건 2019년 3월이다. 이종현 대표이사는 ‘애니콜 신화’로 유명한 이기대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이다. 주로 기업 M&A 시장에서 활동했다. 이종현 대표이사가 좋은사람들의 경영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한 시기는 2018년 10월이다.

2008년 이후 10년 동안 좋은사람들을 이끌어오던 선경래-염덕희 씨가 ‘컨텐츠제이케이’에 소유지분 7.96%를 매각했다. 당시 컨텐츠제이케이는 최대주주의 자리에 올랐으나 이사회에서 의결을 받지 못해 실질적인 경영권 장악에 실패한다. 컨텐츠제이케이에서 이사회 의결을 받지 못한 이유는 소액주주 지분 위임장 위조와 관련한 이슈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18년 10월 컨텐츠제이케이의 해당 지분은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에 매각된다.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은 150억 원의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컨텐츠케이케이의 지분 7.96%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 좋은사람들 경영권 분쟁에서 실질적인 승자가 된 것이다.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은 ▲제이에이치리소스(50억 원) ▲동양네트웍스(30억 원) ▲에스모(35억 원) ▲디에이테크놀로지(35억 원)로 구성돼 있다. 이종현 대표이사는 제이에이치리소스의 최대주주를 겸하고 있다.

노조, ‘무자본 M&A’ 의혹 제기

무자본 M&A란 자기자본이 아닌 차입자금을 통해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것을 뜻한다.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나 회사의 발전보다는 회사자금 유용, 인수주식 매도를 통한 시세 차익 실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화섬식품노조 좋은사람들지회(지회장 문경주, 이하 지회)는 “이종현 대표이사는 기업 M&A 시장에서 좋은사람들 투자 이전에도 타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을 야기한 인물”이라며, “이종현 대표이사가 좋은사람들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불투명한 자금운용과 유상증자로 인해 부실화되는 것이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회가 지적하는 이종현 대표이사에 대한 의혹은 크게 ▲라임사태 연루 의혹 ▲1년 만에 부실해진 재무구조 ▲외부인사 일방적 발령 및 구조조정 ▲이종현 대표이사의 M&A 전력 등이다.

① 라임사태 연루 의혹

‘라임사태’란 2019년 10월 헤지펀드 업계 1위였던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1조 6,000억 원대의 펀드가 환매 중단된 사태다. 지회는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이 2018년 10월 이종현 대표이사가 좋은사람들을 인수할 당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이종현 대표이사는 2018년 10월 좋은사람들의 지분 11.69%를 확보할 당시 사용된 150억 원의 출처를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제이에이치리소스에서 50억 원, KTP투자조합에서 100억 원이라고 밝혔다.

이후 좋은사람들이 2019년 8월 5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 허위 기재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증권신고서에는 이종현 대표이사가 KTP투자조합에 친족과 지인으로부터 차입한 90억 원을 출자했다고 명시했지만, 실제 KTP투자조합의 출자자들은 ▲동양네트웍스(30억 원) ▲에스모(35억 원) ▲디에이테크놀로지(35억 원)였다.

위 세 기업들은 ‘라임사태’와 연루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② 1년 만에 부실해진 재무구조

또한 지회는 2018년 10월 이종현 대표이사가 좋은사람들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한 이후 급격히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로 사내유보금 등 현금성 자산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주장이다.

지회는 “제3자 유상증자 배정으로 들어온 150억 원과 기존 자금 100억 원을 합한 250억 원이 1년 만에 20억 원으로 줄었다”면서, “2019년에만 200억 원이라는 현금이 감소했고, 아울러 기존에 없던 단기 차입금이 46억 원 증가하는 등 사내유보금은 줄고 현금은 외부로 빠져나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2019년 좋은사람들의 매출은 전년도에 비해 133억 원 감소한 –103억 원을 기록했다. 지회는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회는 “매출원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제품원가 중 인건비는 10억 원 늘어난 반면 복리후생비가 약 17억 원 증가한 것도 이례적”이라며, “판매관리비용 중 감가상각비가 약 82억 원으로 전년대비 3.6배가량 급증했다. 특별한 투자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회사 내부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사안”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③ 적대적 M&A 진행한 외부인사 영입

더불어 지회는 이종현 대표이사가 2018년 10월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컨텐츠제이케이 관련자를 최근 ‘비상 경영 선포’를 빌미로 영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이종현 대표이사는 컨텐츠제이케이의 적대적 M&A 시도를 막는 ‘백기사’로 주목받았다. 당시 의도와 완전히 배치되는 인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4월 컨텐츠제이케이가 좋은사람들의 최대주주가 됐을 당시 사내이사 후보로 양모 스톰에스컴퍼니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후보로는 유모 무크 전 대표이사가 물망에 올랐다. 이들은 각각 2020년 4월 13일, 3월 13일 자로 이사와 그룹장으로 발령됐다.

문경주 좋은사람들지회 지회장은 “이종현 대표이사는 컨텐츠제이케이와 자신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결국은 같은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백기사로 이종현 대표이사가 주목받았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연관 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④ 이종현 대표이사의 ‘문제적’ 전력

또한 지회는 이종현 대표이사의 M&A 전력을 문제삼았다. 지회는 “이종현 대표이사의 좋은사람들 인수는 논의 단계부터 논란이 많았다”면서, “그동안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한 뒤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경우가 많았다. KJ프리텍과 동양네트웍스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2018년에 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하는 혼란을 틈타 이준현 대표이사가 주인이 됐다. M&A 시장에서는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상장폐지, 매각한 후 이익을 챙기는 꾼”이라면서, “좋은사람들에 들어올 때 노동조합에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 경영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이준현 대표이사가 해왔던 방식이 좋은사람들에서도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좋은사람들지회는 7월 중 좋은사람들을 상대로 횡령 및 배임, 부당거래 등 고발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