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노동, ‘벤처투자 규제완화 철회’에 한 목소리
시민·노동, ‘벤처투자 규제완화 철회’에 한 목소리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6.23 17:08
  • 수정 2020.06.23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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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
지주회사 벤처캐피탈 보유·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등에 비판 목소리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양대노총 등 시민·노동단체가 23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벤처투자에 대한 규제완화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일 기획재정부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해, 벤처투자에 대기업 자본이 최대한 활용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제도개선 항목에는 벤처지주회사의 대폭적인 규제완화와 일반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orpaorate Venture Capital, 이하 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벤처캐피탈(CVC)이란 벤처기업에 주식투자 형식으로 투자하는 기업의 자본을 말하며, 이는 국회에 입법발의된 ‘벤처기업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는 사안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개정안에는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고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시민·노동단체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 허용이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서로 소유하는 걸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되는 사안이며, CVC가 대기업의 주된 지원수단이 됐을 때 투자로 인한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확대와 부의 집중, 재벌의 사익편취에 활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한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을 통해 최대 주주가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점으로 미뤄보아, 기업지배구조 공정성과 투명성을 약화시키고 결국 이익독점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정상영 변호사는 “벤처기업 창업주들은 자본조달 방식이 사채, 공모로 가져올 수 있는데 자기지분 희석으로 경영권을 위협당할 수 있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 벤처기업주에게 2~10주까지 의결권을 가지는 차등의결권을 주자는 거다. 그동안 벤처기업이 경영권 방어 위협으로 벤처투자가 안 된 경우가 많지 않다. 차등의결권을 갖는 경우 양도 상속 시 보통주로 돌아가긴 하지만, 돌아갈 때쯤 되면 다른 악의적 활용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 변호사는 “1주 1의결권 상법상 원칙을 무너뜨리는 건 차후 벤처기업뿐만이 아닌 일반기업 등의 적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배당요구청구권이라고 있는데, 이와 기업지배구조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이러한 괴리가 차등의결권이 부여되면 소수 주주한테 불이익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혹여나 경영 독단에 빠진 경영진이 주식을 사모으면 의결권을 넘어설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독단 경영 및 도덕적 해이를 보완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는 후진국 수준이다. 독립적 기능을 할 수 있는 이사가 없고, 이사진도 거수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감사들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구조도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원칙을 오히려 후퇴하게 만드는 법이다. 우리나라 현실에는 맞지 않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시민·노동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가 이번에 내세운 벤처산업 규제완화 방안은 사실상 대기업의 벤처산업 지배를 가능하게 하고, 지배주주의 이익독식을 보장하는 정책”이라며 “국가 경제 및 산업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에는 경제적 불평등 완화와 부의 독점 규제, 공정경제를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