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홍지욱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홍지욱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6.27 00:00
  • 수정 2020.06.29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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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금속노조 #사회연대사업 #경남 #이주노동자 권리찾기 #청소·경비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지역 예술인 연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언박싱(unboxing)은 말 그대로 ‘상자를 열어’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언박싱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제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이번 주에 <참여와혁신>이 주목한 인물은 누구일까요?

홍지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지부장. ⓒ 홍지욱 지부장
홍지욱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지부장. ⓒ 홍지욱 지부장

이 주의 인물 : 홍지욱(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 지부장)

지난 23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올해 사회연대사업을 위해 3곳의 시민단체와 협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렸습니다. 노동조합이 사회연대사업에 뛰어드는 일을 목격하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지난 18일 있었던 민주노총 중집에서 민주노총은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으로 장기 실업자 생계비 지원을 위한 ‘근로복지진행기금’ 모금 동참과 2020년 임금 인상분 일부로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해 취약계층 노동조건 개선에 사용 등을 꼽았습니다. 19일, 코로나19 위기극복 노사정 대표자회의 만찬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역시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사업장에서 연대임금 교섭 진행, 상생연대기금 조성을 통한 비정규직ㆍ사내하청 노동자 직접 지원 등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남지부가 5년째 진행하고 있는 사회연대사업의 시작과 함께 점차 노동조합 활동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사회연대사업에 대한 홍지욱 지부장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의 사회연대사업이 2016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회연대사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이익을 대변하고 또 그런 것들을 요구하는 집단이긴 하지만, 노동조합에게도 사회적 책임과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금속노조가 사회적으로 굉장히 고립돼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내부의 현안과 요구만을 쫓아가다 보니까 사회적인 연대에는 소홀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에서부터 사회연대사업이 출발했습니다. ‘아 이렇게 가다가는 노동조합운동과 금속노조가 고립무원에 빠지겠다.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거죠. 금속노조가 사회연대사업에 적극적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 사회연대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조합원들의 반대가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설득해나가셨나요?

사실 처음에 정말 힘들었어요. 이게 조합원들이 매달 별도로 돈을 내서 진행하는 사업이잖아요. 그런 목소리도 컸거든요. 우리 내부의 차이와 차별도 큰데, 우리 내부에서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왜 굳이 우리가 나서야 하냐는 목소리요. 이런 일은 국가나 지방정부, 기업이 책임져야지, 노조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냐는 목소리도 있었고, 차별받는 노동자를 위해 정부와 싸워야지 노조가 사회연대사업을 하면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어요. 조합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각 사업장별로 찾아가서 토론회도 진행하고 조합원 총회랑 대의원대회도 진행했어요. 그 과정을 거쳐 결국 사업을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죠. 처음 사회연대사업을 제안해서 조합원 설득을 거쳐 사회연대사업을 시작하기까지 꼬박 2년이나 걸렸네요.

올해 사업으로 이주노동자 권리 찾기 책자 발간, 경비·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지역예술인과의 연대를 진행하신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3가지 사업을 올해 진행하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지역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이 누구인가 고민해봤어요. 힘든 사람은 너무 많죠. 근데 이주노동자는 정말 노동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일상생활과 작업장에서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군림당하거나 힘들어하는 게 현실이거든요. 경남지역에는 이주노동자가 많아요. 몇 년 전에는 대우조선이나 삼성중공업 같은 대공장 조선소에도 이주노동자가 많았는데요, 지금은 많지 않아요. 대부분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죠. 이주노동자들에게 일할 때 필요한 기본적인 노동법 상식이나 산업재해와 관련한 법 같이 생활과 작업장에서 꼭 필요한 법·제도, 상식을 쉽게 전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주노동자 권리 찾기 책자를 발간해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또, 최근에 서울에서 경비노동자가 입주민에 폭행당하고 나서 안타까운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잖아요. 그걸 보면서 경비·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청년 비정규직, 여성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많이 공론화가 된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경비노동자나 청소노동자는 누군가 죽어야지만 공론화가 되고 또 금세 잊혀져요.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항상 함께하지만 열악한 환경에 있는 경비·청소노동자의 임금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노동환경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조사를 토대로 제도개선이나 새로운 대책을 사회적으로 만들어나가자는 취지에서 경비·청소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되게 오랜 시간 동안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온 문화예술인들이 있어요. 근데 아시다시피 문화예술계에서 일한다는 게 참 어렵잖아요.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컸어요. 그래서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우리 금속노조가 힘이 돼야겠다는 취지로 지역예술인과의 연대사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2016년부터 진행해온 사회연대사업 중에 반응이 좋았던 사업은 어떤 게 있나요?

아시다시피 사회연대사업은 우리 금속노조 경남지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아니에요.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고 시민사회나 외부에서 괜찮은 사업이었다고 평가했던 사업은 작년인가 재작년에 했던 우체국 위탁 택배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실태조사를 꼽을 수 있겠네요.

사실 우체국 택배를 배송하는 노동자들이 우체국 직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아닌 거예요. 일은 힘들지, 차별적인 대우도 받지, 건강도 제대로 못챙기면서 일하는 거죠. 저희가 이걸 조사해서 그 결과를 발표하고 사회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어요. 결국 노동조합 조직화로까지 이어졌는데 굉장히 보람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지난 2017년에 경남 거제시의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 사고가 발생했어요. 굉장히 컸어요.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친 대형 사고였죠. 근데 이게 피해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사고를 목격한 목격자도 피해자의 가족들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어렵게 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걸 지켜보면서 기록으로 이걸 남겨야겠다고 생각해서 <나, 조선소 노동자>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이 책이 나오고 북콘서트를 통해 작업장 사고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수 있었죠. 지금도 김용균대책위가 만든 <김용균이라는 빛>과 <나, 조선소 노동자>를 가지고 공동으로 북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 생각나는 사업은 두 가지 정도네요.

최근에 민주노총이 중집에서 근로복지진행기금 모금에 동참하고 올해 임금인상분으로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어요. 민주노총 중집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노동조합이 사회연대기금을 앞장서서 제안하고 만들어가는 태도가 옳다고 봐요. 노동계가 다 같이 살기 위한 방법을 먼저 제시하는 건 옳은 방향입니다. 사회적으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죠. 민주노총이 선도적인 역할을 했을 때 사용자들에게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물을 수 있지 않겠어요?

마지막으로 점차 노동조합 활동에서 사회연대사업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부장님이 보시기에 사회연대사업이 노동조합 활동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 것 같으세요?

우리 사회의 상태, 그러니까 차이와 차별이 너무 큰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요? 비정규직 문제는 어제 오늘 문제가 아니고 모든 분야에서 차별이 너무 커요. 노동조합 조직률이 10%인데, 90%의 미조직 노동자는 사회적으로 더 힘든 상황에 직면해있어요. 이걸 그냥 정부나 사용자의 책임으로만 보긴 어렵겠죠. 노동조합 역시 사회 주체로서 책임이 있다고 봐요. 구조화된 차별을 바꿔내는 책임은 노동조합에도 있습니다.

사회연대사업은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의식이 커지고 있어서 사회연대사업이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죠. 사회연대사업은 여력이 있으면 하고, 여력이 없으면 안 해도 되는 사업의 차원을 넘어선, 노동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