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7.4 전국노동자대회' 연기···"집회제한 기준 따질 것"
민주노총 '7.4 전국노동자대회' 연기···"집회제한 기준 따질 것"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7.03 18:06
  • 수정 2020.07.04 0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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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11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
"집회시위 기준 보편 타당하게 적용 안 돼··· 정부와 지방정부에게 항의하고 시정 요청할 것"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지난해 7월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민주노총이 오는 4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5만여 명이 모일 예정이던 '7.4 전국노동자대회'를 연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등 민주노총 가맹조직들이 같은 날 준비했던 사전대회도 취소됐다. 

민주노총은 2일 오후 열린 11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최근 전문가들이 코로나19 2차 유행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고 감염병 확산 우려의 시각이 있다는 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번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모든 해고 금지 ▲전태일3법 쟁취(노조법 2조 개정,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비정규직 철폐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을 구호로 내걸고 '일하는 사람들의 삶, 민주노총이 지켜내겠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참가자 체온 측정, 명부 작성 등 기본 방역수칙도 마련했다. 

반면 서울시는 같은 날 오전 민주노총에 집회 금지 행정명령을 조치했다. 서울시는 "특히 이번 민주노총 집회는 전국적으로 조합원 5만 명 이상의 대규모 인파가 모여 사실상 방역수칙 준수가 어렵다"며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조합원이 각 지역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전국단위 대규모 지역 간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서울시의 우려를 감안해 집회를 연기했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집회를 과도하게, 분명한 기준 없이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시기 옥내, 옥외 등 집회시위에 관한 기준이 보편 타당하게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 정부와 지방정부에게 항의하고 시정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공운수노조
2일 공공운수노조와 각계 노동·시민단체들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회 금지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공공운수노조

이날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와 금속노조도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통해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의 집회금지 조치와 노동조합 활동 규제가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을 이유로 집회가 금지되는 동안 권리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가로막히고 있다"면서 "기한 제한도 없이, 특정 장소에서의 모든 형태의 집회·시위를 금지한 서울시와 전국 지자체의 조치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공운수노조는 코로나19 확산 후 각 지자체가 내놓은 집회금지 조치를 나열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고 문중원 기수의 추모 농성장 천막 강제철거(2/27) ▲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 집회 금지(4/28) ▲청년사회주의자모임 청년발언대회 금지(5/9)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추모제 금지(6/17) ▲아시아나 항공기 청소노동자 천막 농성장 3차례 강제철거 등이 있었다.

금속노조도 2일 성명서를 통해 "집회뿐 아니라 광명시와 화성시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의 정기대의원대회를 가로막더니, 이제는 울산시가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의 정기대의원대회를 금지했다"며 "노동자가 공장에 나와 일하는 것은 괜찮고 노동자가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노동자들의 비판에 대해 서울 지역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서울시 관계자는 "집회금지를 정하는 계량화된 기준은 없다"며 "집회마다 10명이 모이더라도 위험하게, 1만 명이 모이더라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기에 수치화해서 기준을 만들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총무과에서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관련 전문기관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며 "서울시의 최우선 과제는 방역이고,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도 마땅히 존중되어야 하기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