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1회용 컵 보증금제
다시 돌아온 1회용 컵 보증금제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07.14 00:40
  • 수정 2020.07.14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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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효경 녹색연합 상상공작소 활동가

2022년 6월부터 1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됩니다. 1회용 컵 보증금제는 커피숍에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때 1회용 컵을 사용하면 음료 가격에 보증금을 더해서 낸 뒤, 다 마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반환해 주는 제도입니다.

사실 이 제도는 2002년에 이미 시행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자원재활용법을 따르지 않고 환경부와 일부 패스트푸드·커피숍들 간의 ‘자발적 협약’ 형태로 시행됐는데, 법적 근거 없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또 업체들이 미반환된 보증금의 절반 이상을 환경문제 해결이나 고객지원과 관계없는 광고비, 회식비 등으로 사용하는 문제점이 지적돼 2008년 정부는 1회용 컵 보증금제를 폐지했습니다.

사라졌던 1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다시 돌아온 이유가 뭘까요? 맞습니다. 1회용 컵 사용이 당시보다 훨씬 더 많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1회용 컵 사용량이 2007년 약 4.2억 개에서 2018년 25억 개로 증가했으나, 1회용 컵 회수율은 2009년도 37%에서 2018년도에는 5%로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커피전문점이 많이 늘어난 이유도 있지만, 아무런 규제가 없는 사이 우리는 쓰고 버리기 편한 1회용 컵 사용에 관대해졌습니다. 여전히 매장 내에서 1회용 컵을 사용하기도 하고, 몇 개의 1회용 컵을 겹쳐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특히 여름철에는 거리 곳곳에서 마시다 남긴 음료가 든 채 버려진 1회용 컵이 너무 자주 보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도입하면 첫째, 길거리에 버려지는 1회용 컵이 줄어들 겁니다. 이전 제도를 보완해 A매장에서 구매한 1회용 컵을 B매장에 돌려줘도 보증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하니 회수되는 컵이 더 많아질 거라 생각됩니다. 둘째, 선별된 컵으로 버리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합니다. 1회용 컵의 경우 재질이 다양해 재활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별도로 수거되지 않고 일반 쓰레기로 버려져 실제 1회용 플라스틱 컵 재활용률은 5%에 불과했습니다. 셋째, 다회용 컵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는 것보다 텀블러를 사용하면 반환하는 귀찮음도 없고 할인도 받으니 사용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봅니다. 쓰레기는 재활용도 재사용도 중요하지만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좋으니까요.

1회용 컵 보증금제와 비슷한 것으로 빈 용기 보증금 제도가 있습니다. 병을 깨끗이 세척해 여러 번 재사용함으로써 자원이 순환되도록 돕는 제도이지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주류용기를 표준화해 빈 용기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1985년부터 시행해 온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참여율이 낮아 최근에서야 표기법도 바꾸고 보증금도 인상했습니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는 페트병과 캔에도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빈병 외에 페트(PET)병과 캔에도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재활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21대 국회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많았습니다. 1회용 컵 사용과 처리문제에 있어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플라스틱 어택 캠페인, 1회용 컵 보증금제 입법 캠페인, 온·오프라인 서명 등 다양한 방식으로 1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을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1회용 컵 보증금제를 담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은 2018년 4월 발의 이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의 한차례 논의만 되었을 뿐 2년 넘게 계류돼 있다가,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간신히 통과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1회용품의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1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1회용 컵 보증금제가 폐지되지 않고 보완·유지돼 왔다면, 하루에도 1회용 컵을 몇 개씩 쉽게 쓰고 버리는 지금의 일상도 조금 다른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1회용품 문제. 환경을 지키는 우리의 노력이 일상이 되려면 더 적극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