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호텔, '정리해고' 노사 갈등··· "연말까진 버틸 방법 강구해야"
힐튼호텔, '정리해고' 노사 갈등··· "연말까진 버틸 방법 강구해야"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7.14 21:04
  • 수정 2020.07.16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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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서울 호텔 노사, 임단협 중 '정리해고' 두고 갈등
"올해까진 견딜 방안 최대한 마련해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밀레니엄힐튼서울노동조합(위원장 최대근)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 호텔 앞에서 '경영실패를 코로나19 재난시기 구조조정으로 악용"하는 사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밀레니엄힐튼서울노동조합(위원장 최대근)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 호텔 앞에서 '경영실패를 코로나19 재난시기 구조조정으로 악용"하는 사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코로나19 장기화로 호텔업계의 한숨이 깊어지는 가운데 밀레니엄힐튼 서울 호텔 노동자들이 사측의 정규직 90명 규모 인력 감축 시도를 비판했다. 이들은 '정리해고'를 제외한 모든 '구조조정'에 대해 고통을 분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사측에 '총고용보장'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밀레니엄힐튼서울노동조합(위원장 최대근)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힐튼 서울 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가 수년간의 철저한 경영실패를 코로나19 재난 시기에 인력 구조조정으로 악용하려 한다"며 "'함께 살자'는 구호 아래 회사는 노조와 함께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고통 분담 중인 노동자···
사측은 '인력감축' 협박?

코로나 19 확산 이후 최고 별등급인 5성급 밀레니엄힐튼 서울 호텔엔 빈 방이 넘친다. 지난달 호텔의 평균 객실점율은 10% 수준이다. 객실 700개 중 630개가 빈 방인 셈이다. 최근 호텔 내 식음료 영업장 6개 중 3곳도 폐점한 상황이다. 

노동자들도 고통을 분담 중이다. 노조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직원이 연차소진, 무급휴직, 유급휴가, 급여유예, 가족돌봄휴가 등 고통분담으로 경영정상화에 동참해 왔다"며 "이 시점에도 정규직 직원 540여 명 중 3분의 2는 유급휴업 상태"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사측이 지난 6월 2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첫 상견례 자리부터 일방적으로 구조조정 논의가 우선이라며, 노조가 협의에 응하지 않는다면 정리해고 수순을 밟아 나가겠다는 '협박'을 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 여섯 차례 교섭에서 경영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재무구조혁신안을 제안했고, 임금동결까지 제시했지만 필릭스 총지배인은 모든 제안을 걷어차고 인력감축이 선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며 "사측은 7월에 인력 감축 상세 계획을 결정하고 9월에 강행하겠다는 협박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힐튼서울 호텔은 정규직 90명 규모 감축으로 약 49억 원 비용 절감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7월까지만 받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인력 감축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고용유지지원금을 7월까지 수령한 뒤, 8월 한 달간은 고용을 유지해야 9월에 지원금을 토해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경영악화, 경영실패 탓"

정리해고 걱정이 눈앞에 닥친 힐튼서울 호텔 노동자들은 회사의 경영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가 아닌 '경영실패'에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힐튼호텔은 40년 가까이 된 호텔을 투자 한 번 하지 않고 오직 숙련노동자에게만 기대어 온 무능, 무책임 경영으로 동종업계에서는 찾을 수 없는 최근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모회사인 ㈜씨디엘과 중간지배회사에서 착취해가는 각종수수료와 이자비용도 경영적자를 제공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최대근 밀레니엄힐튼서울노조 위원장도 "힐튼호텔은 다른 5성급 호텔과 비교했을 때 트렌드를 선점하기는커녕 따라가지도 못하는 수준"이라며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숙련된 호텔리어들이 기존 고객을 붙들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대근 위원장은 힐튼호텔이 당장 도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의 최근 5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78억 원이지만, 지난 10년의 누적손익은  676억 원가량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며 "결국 5년간 경영실패를 코로나19로 덮고 정리해고로 모면하려는 의도가 자명하다"고 이야기했다.
 

노조, '정리해고' 제외한
모든 '구조조정' 함께 논의 원해

노조는 현재 경영실패의 원인 제공자인 회사가 결과 책임자여야 한다고 판단하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 재난시기에 사측과 함께 고통분담을 해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회사가 총고용유지만 약속한다면, 9월까지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으며 임금동결, 전환재배치 등 재난극복을 위해 모든 것을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에 힐튼서울 호텔 측은 "노사 협상이 진행 중인 단계에서 외부로 내용이 발표돼 유감"이라며 "구조조정을 포함해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서울힐튼 호텔의 인력 구조조정 문제는 단체협약상 반드시 노사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며, 사측이 노사 협의를 통해 충분히 논의할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사의 대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행정지도 등이 필요하다면 고려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힐튼서울 호텔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에 사용한 손팻말로 비행기를 접어 회사에 날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힐튼호텔 뚫리면, '정리해고' 신호탄 될 수 있어···
"올해까진 견딜 방안 최대한 마련해야" 

이 가운데 힐튼서울 호텔이 노조에 밝힌 정리해고 계획이 실행된다면, 이미 '개점 휴업' 상태로 겨우 버티던 호텔업계로 '정리해고' 카드가 확산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관광·서비스산업 위원회 위원장인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5성급 호텔마저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한다면, 다른 호텔에도 도미노처럼 퍼져 결국 관광산업 생태계가 깨져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호텔업을 포함한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한을 연말까지 늘린다면, 노사는 지원금을 받으며 노동시간 단축, 무급휴직 등을 선택하는 한이 있어도 연말까지는 최대한 버틸 방법을 서로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광표 소장은 내년에도 경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그땐 호텔·관광산업은 직업훈련, 전직훈련 등을 통해 더나은 일자리로 이동을 노사정이 고려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