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솜의 다솜] 사무실 소음, 저만 예민한가요?
[정다솜의 다솜] 사무실 소음, 저만 예민한가요?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07.16 11:48
  • 수정 2020.07.16 12: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사] 사랑의 옛말. 자꾸 떠오르고 생각나는 사랑 같은 글을 쓰겠습니다.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눈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눈꺼풀을 가지고 있습니다. 냄새를 피하려면 코를 붙들고 있기만 하면 되고요. 오래 그러고 있다 해서 그리 고통스런 것도 아니지요. 맛을 거부하기 위해선 뭐 흔히들 해온 절식이나 단식이라는 방법이 있지요. 촉각 역시 법이라는 것이 막아주고 있어요. 누군가 당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당신 몸을 건드리려 하면 언제든 경찰을 부를 수 있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러나 인간이란 단 하나의 약점, 즉 귀를 가지고 있다 이겁니다." <적의 화장법>中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는 소설 <적의 화장법>에서 인간이 가장 참기 힘든 폭력은 '소음'이라고 말한다. 보기 싫으면 눈을 감아버리고, 냄새가 나면 코는 간단히 손으로 막은 뒤 입으로 숨을 쉬면 된다. 하지만 열린 귀는 손으로 꾹 눌러 막아봤자 그 자세를 지속하기 어렵고, 어차피 웬만한 소리는 다 들린다. 누군가 마음먹고 괴롭힐 작정으로 소음을 낸다면 개인이 막을 도리가 없는 셈이다.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소음이 나는 자리에서 도망가는 것뿐이다. 

문제는 소음의 자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에 있다. 끊임없는 쿵쿵 발소리에 미치지만, 층간소음 때문에 집을 버리고 도망갈 순 없는 노릇이다. 위층은 아래층을 소음으로 괴롭힐 수 있다는 일종의 위력을 가졌다. 아래층은 층간소음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항하다 무력을 실감하고, 결국 이사를 택했다는 사연도 종종 들린다. 

직장인이라면 집 다음으로, 혹은 집보다 더 오래 머무는 사무실은 어떨까? '백색소음'은 집중력 유지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소음은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고 불쾌감을 유발한다. 대표적으로 가만히 있다가 키보드를 쾅쾅 치거나, 다 들리는 한숨을 반복적으로 내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업무를 중단하고 뛰쳐나갈 수는 없고, 소음을 내는 사람에게 직접 지적하기도 애매하다.  

소음을 내는 주체가 상사일 땐 더 난감하다. 본인에겐 듣기 좋아서 틀어놓은 영상이나 음악소리가 주변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인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적했다간 '대드는 거냐' '다른 사람 가만히 있는데 왜 예민하게 구냐'는 심드렁한 대꾸가 그려진다. 그럼 그냥 참는 거다. 이 순간 이미 '위력'은 힘을 발휘한 셈이다. 상사가 내는 소음을 참다못해 문제를 제기했더니 위력에 의한 인신공격을 당한 사례도 있다. 아래는 올해 초,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 119'에 제보된 내용 중 하나다. 

"소음이 너무 커서 정중히 소리를 줄여주실 것을 부탁드렸는데, '너 같은 아랫사람 따위'라며 저에게 삿대질을 하고 10분 넘게 인신공격을 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인신공격, 반말, 시비를 걸었습니다." ('직장갑질 119' 제보 中)

어떻게 해야 할까? 위력 앞에 무력한 개인에게 직접 문제제기를 요구하긴 어렵다. 실제로 아파트 층간소음을 개인이 해결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다 폭력 등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구조와 시스템을 이야기한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층간소음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국회에선 '층간소음 방지법'이 발의됐다. 이처럼 회사에서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도 전문가들은 회사 차원의 교육, 지침 등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회사 사정에 따라 어려운 일이겠지만, 폭력에 고통받는 직원들이 있는데 소음을 낸 사람이 알아서 눈치를 봐주길 기다리기는 것보단 빠른 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