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근속자에게 듣는다
장기 근속자에게 듣는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4.09.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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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노동의 비결

 

삼양사 울산공장에서 ‘신의 손’으로 통하는 기술팀 민운기 과장(56).
72년도에 입사해 33년째 공장을 지키고 있는 그는 2000년에 한국표준협회가 선정하는 ‘품질명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년퇴직을 1년 앞두고 있는 민 과장은 건강한 노동의 비결을 관심과 재미라고 말한다.


품질 명장이 된 비결은?


관심과 재미다. 무슨 비결이 있는 게 아니고 내가 특출나서 그런 것도 아니다. 하루 8시간 일터에서 보내는데, 매일 반복되는 일에 적응하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즐겁지 않나.

 

현장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개선활동만 해도 억지로 종이 채워 넣기로 생각하기보다 끊임없이 더 나은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훨씬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 내 수고를 통해서 작업자들의 수고가 덜어진다면 그것 또한 보람 있는 일이다.

 

근속 33년이면 쌓인 노하우가 상당할 텐데?
자랑은 아니지만 그렇다. 이래저래 뜯어보고 만들어 보면서 터득하게 된 것은 나만의 경쟁력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이런 기술을 젊은 사람들에게 빨리 이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협력업체에 의존하다보면 우리가 가진 핵심 기술을 다 뺏길 수도 있다.

 

요즘 팀에 전문대 나온 친구들이 2명 합류했는데 젊은이들에게 배울 점도 상당히 많다. 일 배우는 속도도 빠르고 나이 많은 사람들끼리 모여 있던 팀에 활력소가 된다. 이 친구들이 배운 신기술과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적 기술이 결합하면 상당한 시너지를 가져올 거라고 본다.

 

팀원들의 개선ㆍ제안활동을 무척 독려한다고 들었다


보전파트는 개선·제안활동을 하기 아주 좋은 부서다. 두 번 반복되는 고장은 모두 개선 거리다. 퇴근 전에 팀원들을 다 모아서 하루에 하나만이라도 개선거리를 적어보라고 한다. 기름 만지는 사람들은 글쓰기를 무척 힘들어 하지만 일지적기를 습관화하니까 조금씩 늘어났다.

 

우리 삶이 늘 변화하는 것처럼 모든 작업공정이 개선활동이라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무언가를 바꿔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삶에서도 즐거운 일이다.

 

앞으로의 계획, 바람은?


이제 퇴직 1년 남았는데 노후계획은 구체적인 건 없고 지금 하는 일을 더 하고 싶다. 경제적 문제보다 내가 가진 기술을 다 후배들한테 물려주고 가야 한다. 공장마다 보면 나이 많은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곳이 많다.

 

특히 우리 보전처럼 경험이 곧 경쟁력인 곳에서는 장기근속자가 훨씬 필요하다. 장기근속자들의 경험을 회사의 자산과 경쟁력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원과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