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윤의 취식로드] 버스운전기사들이 얼굴을 찡그리는 이유
[백승윤의 취식로드] 버스운전기사들이 얼굴을 찡그리는 이유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7.23 13:03
  • 수정 2020.07.26 0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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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윤의 취식로드] 길 위에서 취재하고, 밥도 먹고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버스운전기사' 하면 찡그린 얼굴이나 굳은 표정이 떠오른다. 밝은 표정으로 맞아주는 버스운전기사가 어색할 정도다. 정류장을 가로막는 자동차, 조급한 배차 시간 등 노동자들의 실태를 전해 듣고선 이유를 알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란 걸 지난 밤 취재를 통해 깨달았다.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의 승차를 거부하는 경우 사업정지 및 과태료 등과 같은 처분을 한시적으로 면제할 예정이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서 5월 25일 발표한 교통분야 방역 강화 방안이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6조에 따르면, 운수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여객의 승차를 거부하거나 여객을 중도에서 내리게 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정지 및 과태료 등 처분을 받게 된다.

방역 당국의 한시적 조치 이후, 버스운전기사가 승객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버스운전기사가 마스크 착용을 요청하거나 승차를 거부할 경우 승객에게 폭언‧폭행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네가 뭔데 그러느냐'는 시비부터, 목을 물어뜯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버스운전기사들의 커뮤니티에선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방역 업무'를 맡게 된 노동자들의 애환을 듣고 싶었다. 집 근처 노선버스에 올라타 버스운전기사에게 물었다.

"요즘 마스크 착용 요구하다 폭언‧폭행당하는 버스운전기사가 많다던데요, 기사님은 어떠세요. 스트레스 많이 받으시나요?"

그는 "당연히 마스크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운전 중에 챙겨야할 일이 하나 더 늘어난 만큼 신경을 곤두세워야하기 때문이란다. 간혹 버스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객이 있으면, 승객 간에 실랑이가 벌어진다고도 했다. 운전에 방해가 되니, 그냥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류장에 정차할 때도, 운전을 할 때도 승객들의 얼굴을 바라봐야 했다.

그러나 '폭언‧폭행'에 대해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대답을 들었다.

"근데요, 난 그렇게 생각해. 버스운전기사가 폭언‧폭행당하는 게 마스크 때문은 아닐 거야. 폭행까지는 아니지만, 시비 거는 승객은 하루 한 번 정도 늘 있어왔으니까. 단지 그 이유가 마스크로 바뀌었을 뿐이지."

공영차고지에서 만난 다른 버스운전기사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차고지에서 버스운전기사들끼리 나누는  얘기들어보면 별별 승객이 많아요. 진짜 요지경 세상이라니까." 많은 시민이 타고 내리는 버스에서 폭언과 폭행은 언제나 잠재하고 있는 위험요소였다. 다른 운전기사는 "하나하나 신경 쓰다 보면 운전을 할 수가 없으니 그냥 아무 생각 안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기사는 얘기 했다. "버스기사는 좋든 싫든 승객 안전을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잘못하면 신고당하니까. 시국도 시국이고, 승객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마스크 착용도 신경 쓸 수밖에 없죠."

그리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운전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거? 당연히 승객이죠." 보호의 대상인 동시에 위협 대상인 승객, 버스운전기사들이 인상을 쓰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