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입항 선원 격리 의무화 열흘… 논란은 여전
국내 입항 선원 격리 의무화 열흘… 논란은 여전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7.23 14:52
  • 수정 2020.07.23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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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노련, “항해기간, 사실상 격리… 격리 의무화 과하다”
방역당국, “철저한 방역상태가 아니야”
“선원들은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무조건 14일 자가격리가 아닌 합리적인 조치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선원들은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무조건 14일 자가격리가 아닌 합리적인 조치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6월 21일, 부산 감천항을 통해 입항한 러시아 국적 선박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확진자만 19명에 달하고 접촉자는 187명이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월 1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승선검역 강화와 국내 입항 선원의 격리 의무화를 7월 13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선원 격리 의무화가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났으나 여전히 현장은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정태길, 이하 선원노련)은 “지금까지 내국인 선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항해기간은 사실상 격리상태”라는 입장이다. 또 선원노련은 “22일 공문을 통해 완화된 지침이 내려오긴 했지만 거의 매일 지침이 바뀌고 있어 현장의 혼란이 극심하다”는 입장이다. 

완화된 지침에 따르면 14일간 외부 접촉이 없었던 선박의 격리 면제 기준을 입항시점에서 접안시점으로 변경하고 국적선사 소속 한-중노선 운항선박의 선원은 입국 시 진단검사가 음성일 경우 격리가 면제된다. 단, 중국내 승·하선 금지 등 철저한 방역 수칙을 준수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그러나 이러한 방역당국의 완화된 지침에 대해 “기준은 완화됐지만 여전히 국내 선원의 의무 격리는 과하다”고 반발한다. 그 동안 선원의 격리는 면제돼왔기 때문이다. 장기간 항해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격리상태에 해당하고 내국인 선원 중 감염자가 한 명도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러시아 국적의 선박에서 집단 감염사례가 발생한 이상 선박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입장이다.

방역당국이 7월 1일 국내 입항 선원에 대한 격리 의무화 방침을 발표하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선원들은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무조건 14일 자가격리가 아닌 합리적인 조치를 바랍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게시글 작성자는 “역관이 부족하고 검역이 허술했던 행정 무능은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고자 모든 것을 선원들에게 돌리는 비겁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격리 14일에 대해 선원들의 연차 휴가를 소진하여 격리하라고 한다”며 “코로나19 대응 지침상 연차 휴가 강제 소진이 불가하다고 나와있지만, 선원들은 해당 사항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근로기준법상 연차 휴가 사용은 노동자의 자유에 달려있기 때문에 격리를 위한 연차 휴가 소진 강제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한편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 관계자는 “선원노련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최근 방역당국과의 협의 끝에 완화된 지침을 공지했다”며 “지침이 계속 변하지 않았다. 계속 변하면 그게 지침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방역당국이 ‘그동안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건 철저한 방역체계 때문이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며 “의무 격리 14일이 취소되는 등의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격리 시 선원 연차 소진에 대해서는 “이미 2월에 각 선사에 ‘연차 소진 강요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공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