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님의 동선] ‘당연’이 제 자리를 찾을 때
[강한님의 동선] ‘당연’이 제 자리를 찾을 때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7.27 06:37
  • 수정 2020.07.2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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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 : 움직이는 방향을 나타낸 선] 자주 만나고 싶어요.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 hnkang@laborplus.co.kr

“고용형태의 다변화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나와의 긴 통화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통화를 인용하는 것으로 칼럼을 시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첫 문장과 같은 결론으로 글을 끝맺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저 말은 시작이 되어야 한다.

그는 지친다고 했다. 새로운 국회가 개원했고, 그에 발맞춰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도 열심히 토론회를 다니는 중이다. 어느 날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토론회에 들어갔는데 연구자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고 했다. 똑같은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자들이 지칠 정도면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눈물 나고 분노스러워요. 저번 특수고용노동자 기본권 토론회에서도 그 이야기가 나왔어요. 대안을 이야기하면 뭐 해요. 실행을 안 하는데···”라고 한탄했다.

현장도, 연구자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번에 만난 강금봉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 토론회) 자리를 하면 논의에 비해서 제도가 마련이 안 되는 것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며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계속적으로 이야기를 좀 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새로운 기획을 시작했다. 매번 새로운 노무사들을 만나 노동법에 대해 듣는 시리즈 기사다. 기사를 시작할 때 노동자들이 노무사들에게 노동법을 묻는 다소 진부한 설정이다. 이번에는 작년에 취업한 노동자 A씨가 법이 정의하는 노동자성에 대해 질문했다(A씨에 대한 설정은 본래 굉장히 디테일했다. 이름도 있었다. 기회가 되면 다뤄보겠다).

원래 A씨는 설정 상 한 사람으로, 노동법을 알게 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노동조합도 가입하고, 나중엔 파업도 한다. 이런 상상들을 하다 나는 한 가지 질문에서 처음의 전제들을 거의 무너뜨렸다. “노동자 A씨는 정규직일까?” 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정규직 노동자여야 했다. 세상엔 그렇지 못한 노동자들이 더 많다. 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거의 바닥 수준이라는 건 이미 많은 통계자료들이 증명한다. 법이 보증하는 ‘노동자’ A씨는 행운아일 테다.

‘노동법이 말하는 노동자성’을 자문한 소민안 공인노무사는 “예전에 사건을 하다가 만난 근로감독관이 ‘월급만 받으면 거의 노동자 아니냐?’ 라고 했던 말이 지금도 뇌리에 박혀있다”고 했다. 그는 2016년에 마트 시식노동자 노동자성 사건을 수행한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해당업종은 당연히 상호간의 프리랜서라는 인식이 강해 상당히 힘든 사건이었다”고 했다.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법이 보호하는 조항들은 무력화된다. 소민안 공인노무사는 여기서 ‘애석하게도’라는 표현을 썼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의 말처럼 “고용형태의 다변화가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언제쯤 이 당연한 말이 당연할 수 있을까. 결국 이렇게 칼럼을 끝내는 나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