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회장, 보건의료노조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
대한적십자사 회장, 보건의료노조는 이런 사람을 원한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7.28 15:59
  • 수정 2020.07.28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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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 30대 회장 선출 앞두고 ‘노동조합 차원’ 최초 입장 표명
“혈액사업 공공성 논의할 수 있는 노사정 대화 테이블 필요해”

대한적십자사 노동자들이 30대 회장 선임을 앞두고 인준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대한적십사회를 혁신하려면 그에 걸맞은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한적십자사본부지부(지부장 정연숙)은 28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적십자사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거듭나야 한다’ 기자회견을 가졌다.

28일 오전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한적십자사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거듭나야 한다’ 기자회견 현장. ⓒ 참여와 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115년 전통의 대한적십자사

대한적십자사는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이하 적십자법)에 의거한 사단법인으로 정부조직상 ‘기타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1905년 10월 27일 ‘대한적십자사 규칙’ 제정(칙령 제47호)에 연원을 둔다. 1903년 제네바 협약 가입 이후의 조치다.

대한적십자사는 제네바협약의 정신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수행한다. ▲전시포로 및 무력충돌희생자 구호사업 ▲군 의료보조기관으로서의 전상자 치료 및 구호사업 ▲수재(水災), 화재, 기근(饑饉), 악성 감염병 등 중대 재난 구호사업 ▲간호사업 및 혈액사업을 포함한 의료사업 ▲ 응급구호사업 ▲자원봉사사업 ▲이산가족 재회사업 등이 적십자법에 명시돼 있다. 대중에게는 이산가족 상봉과 헌혈의 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한적십자사 산하 병원으로는 서울적십자병원, 인천적십자병원, 상주적십자병원, 통영적십자병원, 거창적십자병원, 경인의료재활센터병원, 영주적십자병원 등 6개가 있다. 또한 전국 각지에 15개 혈액원을 가지고 있다. 대한적십자사에는 보건의료노조가 조직돼 있고 약 2,200명의 조합원이 있다.

청와대 인준 필요한 대한적십자사 회장

대한적십자사의 회장은 적십자법에 따라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가 선출한 뒤 대통령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적십자법 제15조의3)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린 이유다.

대한적십자사 중앙위원회는 28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기획재정부, 교육부,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장관 등 8명(대통령 위촉)과 국회에서 위촉하는 12명, 시도지사가 위촉하는 2명, 적십자사 지사에서 추천하는 6명으로 구성된다. 노동조합이 추천하는 위원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대한적십자사는 박경서 회장 체제다. 2017년 8월 선출돼 오는 8월 19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다음 회장 임기는 9월 1일로 예정돼있다. 현재 중앙위원회에서 차기 회장 선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대한적십자사 명예회장과 명예부회장은 각각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맡는다.

ⓒ 참여와 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 참여와 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대한적십자사 노동자들은 이런 회장을 바란다

대한적십자사본부지부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선임될 차기 대한적십자사 회장이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적십자사 회장 선임에 노동조합 차원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① 보은인사 아닌 전문성 갖춘 회장

정연숙 대한적십자사본부지부 지부장은 “차기 리더는 조직의 발전을 위해 굳건히 헌신할 수 있어야 하며 대한적십자사의 사업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한적십자사의 사회적 책무를 소신 있게 이끌어가고 인도주의를 몸소 실천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 회장직은 청와대의 인준을 받는 탓에 박근혜 정부 시절 ‘보은인사’ 논란이 붙기도 했다. 2014년 9월 대한적십자사 총재(당시 회장직의 명칭)로 선출된 김성주 씨는 적십자사 회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었다. 결국 김성주 씨는 퇴임 3개월을 앞두고 회장직을 자진해서 사퇴했다.

정부 차원의 보은 인사가 아니라 대한적십자사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성 있는 회장 선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② 노동존중 회장

이어 정연숙 지부장은 “적십자사 노동자들의 고질적인 문제인 장시간 노동을 해결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업무현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노동존중의 리더십을 갖춘 분이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헌혈의 집은 연간 350일 이상, 오전 10시에서 20시까지 운영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인력부족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는 실정이다.

강귀분 대구혈액원지부 지부장은 “전국 15개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이 전체 국가 혈액의 90%를 책임지고 있다. 안정적인 혈액공급을 위해서 혈액사업장 노동자들은 주말 휴일 없이 일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③ 공공성 강화 … 노사정 대화 추진 필요

또한, 대한적십자사의 공공성 확충과 이를 위한 노사정 대화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연숙 지부장은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혈액사업의 위기가 오고 있다.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과 지원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면서, “혈액 수급 안정화와 공공성 확대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정부, 적십자사, 노동조합이 함께할 노사정합의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사태 당시 상주적십자병원과 영주적십자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담병원 해제 이후 줄어든 환자 수요를 회복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코로나19 시기 대한적십자사가 사회적 역할 다하고 있음에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면서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 해제 이후 수익 악화로 적십자병원 노동자들은 매달 임금 체불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년 전 대구적십자병원이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폐업한 트라우마를 떨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순자 위원장은 “이산가족 찾기 사업뿐만 아니라 병원사업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하고 소통하면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를 선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