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혜의 온기] 동전으로 쌓은 벽을 무너뜨리려면
[최은혜의 온기] 동전으로 쌓은 벽을 무너뜨리려면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7.29 18:27
  • 수정 2020.07.29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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溫記 따뜻한 글. 언제나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마무리된 지 2주가 지났다. 2021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보다 130원이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다. 인상률로 따지면 1.5%의 인상이다. 인상률로는 1987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인상액으로는 2001년 이후 두 번째로 낮은 금액이다. (가장 낮은 인상액은 2009년에 결정한 2010년 최저임금으로 전년 대비 110원 인상됐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힘들다고 하니까 최저임금이 많이 안 오를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안 오를 줄은 몰랐다”는 얘기를 했다. 특히 아직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코로나19로 채용도 줄었는데, 최저임금까지 안 오르면 어떻게 버텨야 하는 거지?”라며 낙담하기도 했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낙담한 이유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내걸었다. 당시 모든 대통령 후보의 공통된 공약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2017년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2018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결정했다. 전년 대비 16.4%가 오른 결과였는데, 인상액은 1,060원이었다. 그 다음해에도 최저임금은 10.9%나 인상돼 820원이 더 오른 8,350원을 시급으로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3년째 최저임금은 8,000원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가 마지막으로 제시한 금액이 9,110원이었다.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결정된 8,720원과는 290원 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동전 몇 개가 쌓은 벽이 철근과 시멘트로 쌓은 그 어떤 건물보다도 공고하다.

최저임금은 저임금노동자와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도 못한 청년층의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이다. 사용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올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는 사용자의 지불능력만 고려한 것처럼 보인다. 제8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진행 중이던 7월 13일 오후 8시.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은 최저임금위원회를 퇴장했다. 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의 퇴장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정민정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이곳에서 저임금노동자의 삶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동전 몇 개로 쌓은 공고한 벽이 무너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공익위원의 힘이 아닐까. 최저임금위원회가 단지 노사 양측의 힘겨루기 장이 아니라, 저임금노동자와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못한 예비노동자의 삶 그 자체를 논의하는 장이라는 생각을 공익위원이 해야 하는 건 아닐까. 2022년 최저임금이 결정됐을 때 공익위원들이 저임금노동자와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못한 예비노동자의 삶 그 자체에 대해 고민했다는 생각이 들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