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가 전직 국회의원 일자리 만들어주는 곳?
방통위가 전직 국회의원 일자리 만들어주는 곳?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07.30 18:16
  • 수정 2020.07.30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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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민단체 "대통령이 임명 거부권 행사해야"
언론개혁 위한 대통령 직속 미디어 개혁위원회 설치 요구
30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추천 부패정치인 방통위원 임명 반대 성명 발표' 긴급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30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추천 부패정치인 방통위원 임명 반대 성명 발표' 긴급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김효재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추천한 안건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임명만 남은 상태다.

대통령 임명까지 완료되면 5기 방통위 상임위원 5자리 중 3자리가 전직 국회의원 출신으로 채워진다. 나머지 한 명은 새누리당 출신 전직 의원인 안형환 상임위원으로, 3월 30일에 임명됐다. 

이에 방통위 상임위가 '미니 국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방송·언론을 독립적으로 규제해야 할 방통위가 전직 의원들로 채워지면 정치권력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41개 언론·시민단체가 모인 방송독립시민행동은 3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임명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재호 방송기자연합회장은 "정당의 은혜를 입어서 방통위 상임위 자리에 앉는 상임위원들은 정당의 대리인일 뿐"이라며 "독립적인 방통위 운영을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임명을 반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낡은 언론·방송 체제를 개혁하기 위해서 청와대에 대통령 직속으로 미디어 개혁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위는 방송정책에서 가장 독립적으로 민의를 대변하고 공공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기구"라며 "그럼에도 정치인을 국회에서 추천하고 있는 이 현실은 지켜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21대 국회의 상임위원 추천을 두고 "의원직에서 탈락한 인물들에게 일자리 하나 준 것"이라며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언론·미디어에 적합하지 않은 위원 추천이라고 비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방통위의 가장 핵심적인 임무는 방송이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라며 "방통위에 전직 국회의원이 자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미래통합당이 추천한 김효재 전 의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김효재 전 의원은 2008년에 벌어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해당 사건으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직에서 물러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오정훈 위원장은 "조선일보 출신 김효재를 추천한 게 무슨 의미인가.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TV조선의 종편 재허가 취소를 막으려고 한 거 아닌가"라며 "이런 인사는 방통위 위원이 될 자격 없다"고 주장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김효재 전 의원은 비리 국회의원으로 사법적, 국민적 심판이 끝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정치권을 감시해야 하는 방송에 대한 공적 규제기관의 핵심적 차관급 인사로 임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 본부장은 "김효재 씨가 정무수석으로 있던 이명박 정권이 방송언론을 장악하고 수많은 사람이 거리로 내쫓겼다"며 "당시 돈 봉투 받으면서 활개 치던 정치인을 통합당이 추천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이 지났지만, 우리가 보길 원했던 만들길 원했던 새로운 언론과 방송의 지형이 보이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문제적 인물들을 방통위원으로 임명한다면, 언론, 방송, 미디어 개혁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