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약자에게 강한 코로나19 고용위기
역시나 약자에게 강한 코로나19 고용위기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8.18 16:54
  • 수정 2020.08.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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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접촉 일자리가 위험하다
노동시장 취약계층이 여전히 코로나19 고용위기에도 취약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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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 위험이 큰 일자리에 저소득, 저학력, 청년, 여성 등 취약 계층의 비중이 높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의 이번 분석은 최근의 연구와는 달리 코로나19에 취약한 세부 직종과 취약한 일자리의 비중이 전체 취업자의 얼마를 차지하는지 알 수 있다. 향후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문제의 구체적 접근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18일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이슈노트를 발행했다. 이슈노트를 통해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필수직 여부 ▲재택근무 가능 여부 ▲대면접촉도 등(3가지 기준을 종합해 고용취약성을 측정)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일자리가 실업의 위험이 높은지 측정했다.

한국은행의 분석 결과 대한민국 전체 취업자의 42%가 비필수 일자리, 74%가 비재택근무 일자리, 55%가 고대면접촉 일자리로 나타났다. 특이 지점은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일자리 비중이 미국(58%) 및 EU 평균(66%)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용취약성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3가지 기준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비필수 일자리나 고대면접촉 일자리여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경우 실업 위험에 크게 노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재택근무 가능 여부와 ▲필수직 여부 ▲대면접촉도 두 지표를 각각 조합해 고용취약성을 평가했다.

고용취약성 평가에 따르면 비필수·비재택근무 일자리의 비중은 대한민국 전체 취업자 중 35%이다. 코로나19 확산이 급속도로 진행돼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할 경우 취업자 3명 중 1명은 실업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비필수·비재택근무 일자리는 음식서비스, 매장판매, 기계조작 등 저숙련 직업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또한 고대면접촉·비재택근무 일자리 비중은 대한민국 전체 취업자 중 46%로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 해당 일자리는 음식 및 여가 서비스, 매장판매, 금융사무 등 폭넓게 분포하고 있었다.

한국은행은 해당 일자리가 비필수·재택근무 일자리보다 장기적인 실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 과정에서 대면접촉이 많이 이루어지는 특성 때문에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하더라도 개개인들이 서로 대면 접촉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해당 일자리는 코로나19 이전 고용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산업별·직업별 고용 재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게 한국은행의 관측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로 고용취약성이 높은 일자리에는 어떤 특성을 가진 노동자들이 많이 분포할까. 한국은행은 ▲저소득 ▲저학력 ▲청년 ▲여성 ▲임시·일용직 및 자영업자 ▲고용보험 미가입자 등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대한민국 노동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의 계층에 놓인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에도 취약하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은행은 “교육수준과 연령이 취약 일자리 종사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추정했다. 고졸 이하 노동자의 경우 대졸 이상 노동자에 비해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접촉 일자리에 일할 가능성이 각각 7%p, 24%p, 10%p 높았다.

청년층(15~29세)은 비청년층(30세 이상)에 비해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접촉 일자리에 일할 가능성이 각각 11%p, 4%p, 12%p 높았다.

이를 종합했을 때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후의 고용상황 악화가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시사했다.

▲코로나19로 인간의 생활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일일수록 제한하고(비필수적일수록)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대면 노동을 비대면 노동으로 전환하고(재택근무 가능성이 낮을수록)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직접 만남을 꺼려할수록(대면접촉도가 높을수록) 실업의 위험이 높다.

비필수 일자리는 산업별로 숙박·음식, 부동산, 예술·스포츠·여가 산업 등에서, 직업별로는 서비스, 판매, 단순 노무직 등에서 비중이 높았다. 취업자 규모로는 음식점업, 일반 교습학원, 부동산 서비스업, 종합소매업, 자동차부품 제조업 순이다.

비재택근무 일자리는 산업별로 농림어업, 숙박·음식, 운수·창고 등에서, 직업별로는 서비스 및 저숙련 일자리(농림어업 숙련직, 기능원 및 관련 기능직,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직, 단순노무직 등)에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취업자 규모로는 매장판매 종사자, 조리사, 건설·채굴기계 운전원, 작물재배 종사자, 식음료서비스 종사자 순이다.

고대면접촉 일자리는 산업별로 숙박·음식, 보건복지, 교육서비스 등에서, 직업별로는 서비스, 판매, 단순노무, 전문직 등에 폭넓게 분포했다. 대면접촉도가 가장 높은 5개 직업은 운송 서비스 종사자,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미용 관련 서비스 종사자, 치료·재활 및 의료기사, 간호사 등의 순이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매장판매직은 코로나19로 봉쇄조치 경우 출퇴근 및 영업이 불가능하고 재택근무도 어려워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반면 의료 부문 종사자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하지만 필수직이어서, IT 부문 종사자는 비필수직이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해 실업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음식 및 미용 서비스 종사자는 대면접촉도가 높고 재택근무도 불가능해 장기적 실업 위험뿐만 아니라 감염 위험에도 크게 노출된다. 반면 초중고 교사의 경우 대면접촉도가 높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해 실업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