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졸속 매각 규탄 … “매각과정 노동자 참여 보장하라”
두산인프라코어 졸속 매각 규탄 … “매각과정 노동자 참여 보장하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08.20 15:50
  • 수정 2020.08.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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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기업노조 연합노조 결성 … 방만 경영 및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규탄
​​​​​​​매각과정 노조 참여 요구 … 매각하되 사모펀드‧분리매각은 반대
20일 오전 11시 서울시 동대문구 두산타워 앞에서 진행된 ‘두산인프라코어 생존권 사수와 두산그룹 박씨 일가 규탄 기자회견’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두산인프라코어 노동자들이 경영진의 경영실패에 회사가 쪼개져 팔릴 위험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책임감 있는 매각을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두산인프라코어 4개 연합노조(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지회, 두산인프라코어전사노동조합, 두산인프라코어안산노동조합, 두산인프라코어군산노동조합)는 20일 오전 11시 서울시 동대문구 두산타워 앞에서 ‘두산인프라코어 생존권 사수와 두산그룹 박씨 일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굴착기, 로더 등 중장비 건설기계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두산그룹은 지주회사인 ㈜두산 아래에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인천, 군산, 안산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사무직 1,600여 명, 현장직 1,000여 명으로 총직원은 2,600명에 달한다. 이 중 노동조합은 현장직으로만 구성돼 있다.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지회는 인천과 군산에 조직돼 있고, 인천공장에는 두산인프라코어전사노동조합, 군산공장에는 두산인프라코어군산노동조합, 안산에는 두산인프라코어안산노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 두산인프라코어전사노동조합에 700여 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유동성 위기’ 처한 두산그룹

최근 두산그룹은 1896년 창사 이래 전례 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두산그룹은 창사 초기 식품·음료·주류 등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이었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중공업 중심으로 체질을 변경했다. 2001년 한국중공업(두산중공업), 2005년 대우종합기계(두산인프라코어), 2007년 밥캣(두산밥캣)을 연이어 인수하면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로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강세를 보이는 화력발전·원자력발전소 시장이 최근 환경규제 강화로 침체를 겪자 위기가 찾아왔다. 두산중공업은 2018~2019년 약 1조 2,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2020년 3월 두산그룹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지원을 요청했다. 현재까지 채권단은 세 차례에 걸쳐 2조 4,000억 원을 두산중공업에 지원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그러나 여전히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두산중공업의 올해 만기도래 차입금은 4조 2,000억 원이다. 구체적으로 회사채 1조 2,500억 원, 국책은행 대출 1조 1,000억 원, 시중은행 7,800억 원, 외국계 은행 3,600억 원,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 7,000억 원 등이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고강도 자구책을 제시했다. 자구책의 골자는 ▲대주주 유상증자 ▲주요 계열사 매각 ▲비핵심자산 매각 등으로 두산그룹은 이를 통해 3조 원의 자체 자금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두산그룹 소유 클럽모우(골프장)를 1,850억 원에 매각했고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두산모트롤,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을 위해 내놓았다.

두산그룹의 위기는 경영진의 방만경영 탓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에서 알짜기업으로 평가된다. 건설기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해외기업 중 굴삭기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7월 24일 두산그룹은 매각주관사 크레디트스위스(CS)를 통해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위한 투자안내서를 배포했다. 자구책인 3조 원 마련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매각을 결정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두산인프라코어 노동자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경영진의 방만경영에 원인이 있다는 걸 분명히 했다.

실제로 두산인프라코어는 인수 이후 줄곧 사업부를 분리매각 했다. 자금조달이 주요 목적으로 파악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5년 인수 당시 ▲건설기계 ▲엔진 ▲산업차량 ▲공작기계 ▲방산 등 5개 사업부가 존재했다. 그러나 2009년 방산, 2011년 산업차량, 2016년 공작기계 사업부를 차례로 매각해 현재는 건설기계와 엔진 사업부만 존재한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4개 연합노조는 이 같은 분리매각을 2007년 5조 원에 달하는 미국 밥캣을 무리하게 인수한 데 따른 ‘경영실패’로 보고 있다. 더불어 노조는 ▲부실 계열사 두산건설의 무리한 지원 ▲경영진의 과도한 배당 등을 대표적인 경영실패로 꼽았다.

진기석 금속노조 두산인프라코어지회 지회장은 “두산그룹 경영진 일가는 밥캣을 5조 원에 잘못 인수해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차입금 갚고 있다”면서, “그동안 고용불안의 위험과 말할 수 없는 고통 감내했다. 경영진의 부실 경영으로 두산그룹의 위기·해체설까지 언론에 나오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매각과정 노동조합 참여 보장하라!

두산인프라코어 노동자들은 매각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단 두산그룹의 책임감 있는 매각을 요구했다. 분리 매각, 사모펀드 매각 등 ‘졸속 매각’으로 인한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 단체협약 소실 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자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현대중공업그룹 ▲한화그룹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8월 말~9월 초 예비 입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조합원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4개 연합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노동조합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아무런 전문 경영 능력도 없는 MBK사모펀드 비롯한 비전문가에게 매각을 시도하는 것과 더불어 노동조합과 아무런 논의없이 매각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 현장노동자는 분노하고 있다”면서, “이제 제대로 된 주인 만나서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정년퇴직까지 안전한 일터를 만들자는 것이 노동조합 입장이다. 두산그룹의 전체 계열사 생존권 사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4개 연합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노동조합에 공유하길 바라며 매각과 관련 특별교섭을 진행할 것을 요청한다”면서, “지금까지 부실경영의 책임은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익만을 추구하며 수백억 원의 배당금을 챙겨간 그룹 오너들에 있다. 박씨 일가의 경영으로는 회사의 정상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