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우의 부감쇼트] Are you kidding me?
[임동우의 부감쇼트] Are you kidding me?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08.28 18:09
  • 수정 2020.08.28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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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말로 버즈 아이 뷰 쇼트(bird’s eye view shot).
보통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싶습니다.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정 교회발 코로나19 확산이 급격하게 증가하더니, 급기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다음 주중 하루 확진자가 800명에서 2,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소상공인들은 언 발에 오줌이라도 눈 소비심리가 얼어붙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여파는 내 삶에도 이어져 꾸준히 하던 운동도 휴관으로 중단됐고, 나는 이곳저곳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미드 <키딩(Kidding)>을 만났다. ‘키딩’은 영화 <이터널 선샤인>으로 유명한 미셸 공드리가 연출을, 배우 짐 캐리가 주인공을 맡으면서, ‘공드리가 공들이고 짐 캐리가 캐리’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드라마의 묘미는 짐 캐리의 멜랑콜리한 연기와 미셸 공드리의 키치한 연출이 주는 조화다. 주인공인 제프 피클스(짐 캐리)는 어린이 프로그램의 세계적인 마스코트로, 성별과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존경 받는 인물이다. 제프는 차사고로 아들을 잃었지만 모두에게 질타 받는 가해자 가족을 오히려 감싸고 부양하는 등 선(善)의 끝판왕을 보여주며 자신이 가진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그러나 정작 제프 자신은 누구에게도 자신의 상처를 이야기하지 못해 정신분열적 증상을 보이고, 이는 자기 파괴로 이어진다. 결국 제프는 자기 파괴로 이어지는 멜랑콜리를 극복하고 결국 문제를 마주하기 위해 한걸음 나아가는데, 이 때문에 ‘키딩’을 볼 때면 영화 <트루먼 쇼>의 연장선을 보는 것 같다.

나는 이 드라마에 별 5개 만점을 줬다. (특히 성과적인 측면에서)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 밖에 남지 않은 현대 사회 속에서 상처를 진단하지 못하는 취약한 개인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생활 속에서 수많은 상처의 감정들이 ‘긍정’이라는 이름으로 몰이해된 채 가슴 속에 묻히는데, 여기서 직장인들이 자주 겪는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묻어뒀던 감정들, 감정의 원인을 다시 꺼내 직면해야 한다는 처방은 치유를 위해서라도 필수적이고도 당위적인 말이다.

직장에서 한 개인이 겪은 과거의 상처에 대해 힘겹게 얘기할 때는 자가 치유의 목적이 함축돼 있다. 자신을 직면하기 위해서도, 타인의 행위에 대한 용서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러나 많은 상사들이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는커녕 과거의 일은 과거의 일이니 현재를 봐야한다고 말하며, 잊어버려야 한다고 덧붙이곤 한다. <당신이 옳다>의 저자이자 세월호 유가족 트라우마 치료에 나섰던 정혜신 박사는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니 우리들, 이 모질고 각박한 세상 속에서 상처 받은 당신에게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치유를 해주겠다면서 어쭙잖은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을 한다면, 단호히 이렇게 말하라.

“Are you kidding me?”
(너 지금 장난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