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K-코로나19 위기는 K-불평등이 문제”
OECD, “K-코로나19 위기는 K-불평등이 문제”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9.02 00:00
  • 수정 2020.09.01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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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으로 OECD 회원국 중 그나마 역성장 선방할 것
고질적 문제인 불평등, 위기 빠져나가는 데 발목 잡아

[리포트_<2020 OECD 한국경제보고서> 톺아보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8월 11일 ‘2020 OECD 한국경제보고서’를 공개했다. 해당보고서는 2년 주기로 OECD가 회원국의 경제동향과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가하고 정책 권고사항을 포함해 발표한다.

이번 보고서는 코로나19 시대에 나온 첫 번째 OECD의 검토보고서여서 세계적으로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코로나19 경제 위기 시대에 자국의 대응 수준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객관적 평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떤 평가는 받았을까? 앞으로 어떤 방향을 견지해야 할까?

출처 = OECD
출처 = OECD

K-방역, 경제 악화 막았지만
자화자찬은 금물

OECD는 2020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 대한민국을 37개 회원국 중 1위로 봤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역성장 구간에 놓여있는 것은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이지만 –0.8% 성장률(2차 대유행이 없을 경우)로 OECD 회원국 평균 –7.6%에 비해 월등하다. 게다가 지난 6월 OECD가 발표한 –1.2% 성장률보다 0.4%p 상향한 수준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즉각적 조치와 효과적인 방역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막아 봉쇄조치 없는 방역에 성과를 거두며 경제적 피해도 최소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OECD의 설명이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러한 OECD 평가에 셀프칭찬을 하며 성과를 선전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K-방역이라 불릴 정도로의 성공적 방역이 경기 침체 수준을 완화하는 데 큰 몫을 한 것은 맞지만 OECD 경제보고서를 면밀히 보면 정부의 판단은 섣부르다.

OECD는 여행·레저와 같은 관광서비스 산업의 충격이 심각하고 회복 속도도 더디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은 세계 수요 붕괴로 충격을 받았고, 석유화학 및 자동차 업종에서 피해가 큰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세계 무역 및 글로벌 가치사슬의 추가 붕괴는 수출의존형 경제 국가인 대한민국에 심각한 피해를 안겨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제위기로 빚어진 산업의 충격으로 한국에서 고용 위축의 큰 피해당사자는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분석했다. 한편 코로나19 위기의 여파가 오래 지속될 것인데,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인구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불평등을 잡아야
한국, 코로나19 위기 극복한다

무엇보다도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회복에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OECD는 그동안 한국이 달성한 경제 성장의 과실은 균등하게 분배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산업화 초반에는 대부분의 국민이 큰 폭의 소득증대를 경험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경제 성장의 포용성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지니계수로 측정한 세후소득불평등 순위는 OECD 회원국 37개국 중 7위로 대한민국의 불평등 정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또한 OECD는 대한민국이 주관적 건강 수준, 환경의 질, 일과 삶의 균형 영역에서 삶의 질 수준이 낮다고 분석했다. 지난 시기 수십 년에 걸친 놀라운 소득 증가에 비해 삶의 질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은 사회·경제적 불평등 때문임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심화 시킨 이유에 대해서는 임금 양극화와 약한 재분배 정책을 짚었다. 구체적으로 임금 양극화는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임금 양극화의 주요 이유는 대기업-중소기업, 제조업-서비스업 간의 생산성 격차였다. 또 대부분의 OECD 국가들에 비해 조세 및 복지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소득 재분배 수준이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성별 소득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성 고용률이 낮고 성별 임금격차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노동시장 내 취약계층에 집중되면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봤다.

OECD의 평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불평등이 심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취약계층에 집중돼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한국은행은 8월 18일자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 위험이 큰 일자리에 ▲저소득 ▲저학력 ▲청년 ▲여성 ▲임시·일용직 및 자영업자 ▲고용보험 미가입자 등이 놓여있다고 발표했다. 이미 대한민국 노동시장에서 상대적 약자의 계층에 놓인 노동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위기에도 취약하다는 뜻이다.

또한 한국은행은 교육수준과 연령이 취약 일자리 종사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추정했다. 고졸 이하 노동자의 경우 대졸 이상 노동자에 비해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高)대면접촉 일자리에 일할 가능성이 각각 7%p, 24%p, 10%p 높았다. 청년층(15~29세)은 비청년층(30세 이상)에 비해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접촉 일자리에 일할 가능성이 각각 11%p, 4%p, 12%p 높았다.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접촉 등의 특성을 가진 일자리에서 고용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종합했을 때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이후의 고용상황 악화가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부상하고 있는 불평등 문제의 한 축은 노인 빈곤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노인 빈곤율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이 감소 추세에 있으나 여전히 40% 이상으로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는 대한민국의 노인 빈곤이 미성숙한 연금제도로 인한 제한적인 연금소득과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고령 인구의 낮은 노동소득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 빈곤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는 한 코로나19로 인한 불평등 심화를 가속화시키는 한 요소가 된다.

K-불평등 완화 위해서
사회안전망 강화 필수적

결국 계속 내외부적으로 지적한 대한민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 고착화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불평등을 완화하지 못한다면 코로나19 위기의 늪에서 빠져나올 확률이 낮아진다. OECD 역시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조치를 취함으로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권고했다.

OECD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화된 사회안전망을 기반으로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 노동시장 규제를 완화하면 생산성에 부합하는 노동력 재배치와 노동시장 이중성 완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봤다. 코로나19 위기의 불평등이 예견된 상황에서 경기 침체를 회복하겠다는 명목으로 노동시장 규제를 풀어준다면 노동시장 이중구조화는 더욱 심각해져 선조치로 사회안전망의 강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에 따라 OECD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험 가입을 확대하고 사회보험 준수를 감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상병수당 제도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부양의무자 조항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OECD는 직업교육훈련, 전직·이직 교육훈련이 중요하다고 봤다. 흥미롭게도 코로나19 위기 이전 재정 지출의 절반을 차지했던 일자리 창출 대신 직업 훈련 및 일자리 상담, 평생 교육 강화로 전환해 일자리 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서 재정 투입을 교육훈련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잦아질 전직과 이직에서 괜찮은 일자리로의 이동을 사회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인적 자본에 대한 관리를 미리 준비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OECD는 고용에서도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숙련도가 높은 한국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고 고용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열악한 일자리에서 늦은 나이까지 일하는 고령 노동자의 일자리 질 개선이 필요하고, 직업교육과 진로상담을 강화하여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불평등 완화와 노동생산성
노동시간 단축을 고려해보자

한편 OECD 경제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종합해보면 불평등 완화 측면에서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부문의 생산성을 올릴 필요가 있다. 임금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사업체 규모별(대-중소기업) 생산성 격차와 산업별(제조업-서비스업) 생산성 격차를 짚었기 때문이다. 각 부문별 생산성 격차를 완화하는 것은 전체 생산성 향상과도 맞닿아 있어 성장률 제고에 큰 역할을 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회복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노동생산성을 올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한국노동연구원의 통계 분석(경제위기 이후 경제성장률 변동요인 분해)에 따르면 이전 경제 위기 시기(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마다 경기 회복에 주요 동인으로 노동생산성의 증가를 꼽았다. 그렇다면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에서 여러 가지 고민해봐야 할 지점들은 분명하고 간명하다. 대-중소기업 간의 기술과 인적 자원 역량 격차와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을 강구하면 된다.

다만 OECD 경제보고서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던 노동생산성 향상 방안 중 특기할 만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이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인의 연간 총 노동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에서 세 번째로 많은 시간을, OECD 평균보다 300시간을 더 많이 일한다고 지적했다. 장시간 노동으로 번아웃(burnout) 및 심각한 문제인 산업재해의 위험을 높이고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해 노동생산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노동시간 단축은 시간당 노동생산성과 1인당 노동생산성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생산성 감소를 상쇄하고 남을 만큼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향상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코로나19 시기 위기를 헤쳐 나갈 한 가지 방안을 상상해볼 수 있다. 과감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생산성도 올리고 나눈 일자리에 코로나19로 고용위기를 맞은 노동자들이 이동해 노동을 통한 생산을 창출할 수 있다. 그들의 수월한 노동시장 내 이동을 위해 OECD가 권고한 교육훈련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안전망을 이전 수준보다 더 강화해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은 기본적인 밑바탕이 돼야 한다. OECD에서든 국내 기관 분석에서든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회복에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