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소외된 국회 노동자도 세세히 봐야”
“21대 국회, 소외된 국회 노동자도 세세히 봐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9.03 00:00
  • 수정 2020.09.02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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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직·속기직 등 소수직렬 차별철폐 외칠 것
전임자 없는 운영 … “노동조합 활동 위한 여건 필요”

[인터뷰] 최치훈 국회입법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국회 본관에 위치한 국회(입법부)공무원노동조합(이하 국회노조) 사무실에는 위원장 혼자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동조합 전임자가 없고, 본업과 노동조합 업무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치훈 국회노조 위원장은 “지금도 휴대폰에 콜이 들어오면 운전하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150여 명의 조합원을 둔 국회노조는 지난 2012년 출범했다. 조합원들은 ▲의회방호 ▲의정기록(속기) ▲기술(운전, 설비, 시설) ▲발간(인쇄) ▲의회경호 ▲안내 ▲방송기술 ▲전환행정직 등으로 구성된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의 헌법기관 첫 번째 노동조합이기도 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회사무처지부와 함께 지난 2019년 11년 만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8월 11일, 국회노조 사무실에서 최치훈 국회노조 위원장을 만났다.

최치훈 국회입법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최치훈 국회입법부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 노동조합 활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업장은 국회로, 법안 발의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돕습니다. 국회에는 국회의원 말고도 여러 직군의 노동자들이 필요합니다. 국회에 들어오실 때 검문검색을 하는 의회방호과, 회의록을 작성하는 속기직 등입니다. 발간실에서 인쇄하는 공무원도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약 1,400명 정도의 정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기술직군 중에서도 운전직입니다.
이 직렬 간 격차가 심합니다. 예를 들어 입법고시로 들어오는 분들, 6급·7급·8급 공채 공무원들은 거의 다 일반 행정직입니다. 그런데 우리처럼 기술 직렬은 공무원법 개정 전엔 10급부터 임용됐습니다. 지난 2013년 이후에는 일반직으로 전환돼 9급으로 채용됐지만, 이것에 대한 차별은 지금도 겪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어떤 경우든 직급에 따른 승진 제한을 두면 안 됩니다. 그런 승진차별 격차를 좁히자는 차원에서 노동조합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 작년, 11년 만의 단체협약이 있었습니다.
국회는 복수노조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국회사무처지부가 합법화됨과 동시에 원래 제출해 놨던 저희 단체교섭요구서를 철회하고 함께 상의했던 기억이 납니다. 양쪽의 현안을 교환하고, 하나의 틀로 만들었습니다. 각각 5명씩 단체교섭의원을 세우고, 시뮬레이션도 같이 했습니다. 우리는 전환직 공무원이 많다 보니까 승진차별철폐를 주장했습니다.
방호팀의 방호수당을 도입한 것, 소수직렬의 6급 확충이 단체협약의 큰 성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방호팀은 출입통제나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할 때 업무를 수행합니다. 몸으로 막는 일이라 다치는 사람들이 많아 위험수당을 요구했습니다.

- 국회노조에서는 단체협약 이후 어떤 의제에 집중합니까?
국회노조는 소외된 직렬에 대한 사업을 우선으로 시행하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국회 노동자들은 단체교섭을 다 해 놔도 하나의 관문이 더 있습니다. 국회운영위원회를 통과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20대 국회 운영위원회의 마무리가 안 돼서 여러 가지 직제 및 제도가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음지에 있었던 소수직렬들을 양지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또한 지금 공무원 노동자 두 명이 구속된 상태인데, 공무원 노동자의 정치기본권이 선행돼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노동조합 전임자가 없어 운영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제 사무실이 바로 옆에 있어서 지금은 괜찮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는 일이 생기면 노동조합 사무실로 뛰어와야 했습니다. 저도 근무 문자가 딱 뜨면 업무를 하러 나가야 해서 노동조합 사무실에 상주해 있을 수가 없습니다. 회의가 있으면 늘 연가나 조퇴를 내고 갑니다. 단체협약 이후 하루의 공가를 받아내기는 했지만, 아직 부족합니다.
노동조합에 전념할 수 있다면 많은 직원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건이 충분히 만들어져서 정책과 현안을 만들고 풀어내는 데 노력을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용자와 만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진다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주장하는 것에 대한 간담회도 할 수 있습니다.

- 이 자리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 조합원들은 그동안 전환직렬, 소수직렬에 있었습니다. 똘똘 뭉쳐서 기관과의 모든 협상에 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회 사무처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단체협약 때 미진했던 부분, 소외된 직렬들을 21대 국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세세히 봐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21대 운영위원회가 열리면 소수직렬 승진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게 제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