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상품권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의 상관관계
온누리상품권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의 상관관계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09.03 17:11
  • 수정 2020.09.03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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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철호 전력노조 위원장
“지역사랑상품권도 고려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참작해주길”

8월 24일, 한국전력공사(대표이사 사장 김종갑)는 “전 직원의 9월 급여 105억 원 상당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해 코로나19와 집중호우로 피해가 큰 전통시장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사안은 전국전력노동조합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에서 논의된 사안이라는 것이 한전 측의 발표 내용이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비 독려가 필요하다는 공감대에서 이번 논의가 출발했다고 설명한 최철호 전력노조 위원장을 만나 온누리상품권으로 9월 임금 중 일부를 지급하게 된 배경과 그 과정에서의 고민, USR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 들어봤다.

최철호 전력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최철호 전력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오랜 고민과 쉽지 않은 결정

- 먼저 8월 15일 광화문집회와 특정 종교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의 공세가 무서울 지경이다. 수도권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돌입하면서 많은 노동자의 삶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전국사업장인 한전에서 일하는 전력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시대에서 전력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현장의 전력노동자들은 여러 위험요소에 노출됨을 무릅쓰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전력노동자는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는 형태로 일하고 있다. 다만, 전력노동자 중에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재택근무라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장에 출동하는 조합원들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조금 더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확실하게 하고 있다. 또 현장에서 복귀할 때 소독을 수시로 한다. 그 외에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의해 1/3씩 돌아가면서 재택근무에 돌입한 상황이다.

- 최근 노사협의회를 통해 이번 9월 임금의 일정액(총 105억 원 상당)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은 통화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노사합의에 의해 임금의 일부를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다. 그래도 임금은 민감한 부분이다. 9월 임금의 일정액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논의는 어떻게 시작됐나?

“임금 반납과 삭감보다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비 촉진이 우선시 되어야”

어려운 시국에 동참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이번에 결정한 온누리상품권 지급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지역경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일례로, 올해 상반기에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 지급한 정부긴급재난지원금의 적극적인 사용이 내수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온누리상품권 지급 관련 논의는 그런 의미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상품권 금액 적정선 및 지급 종류에 대한 노사 간 심도있는 논의 이뤄져”

한전 임직원이 2만 3,000여 명에 달한다. 인원이 워낙 많으니까 어떤 수준에서 지급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임금으로 생활을 하는 노동자들이기 때문에, 가계 부담이 지나쳐서도 안 되고 지역경제를 위한 기여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상품권 금액의 적정선을 고민해야 했다.

적정선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 바로 상품권 종류다. 요즘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권의 종류가 많아지지 않았나. 특히 지역사랑상품권은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수령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지역사랑상품권은 대규모 발행 어려움, 일부지역 발행 불가
전국적으로 통용이 가능한 온누리상품권 채택”

지역사랑상품권으로 9월 임금 중 일부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지 않은 게 아니다. 당연히 검토했다. 그런데, 일단 지역사랑상품권은 대규모 발행이 어렵다고 하더라. 또 한전은 전국 사업장이기 때문에 전국의 지역사랑상품권 현황을 확인했는데,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지 않는 지역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력노동자의 특성상 자신의 연고지와 근무지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족은 서울에 있지만, 전력노조 조합원은 나주에 있고 이런 식이다. 조합원에게 나주지역사랑상품권을 줘도 집은 서울이니까 사용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국에서 통용되는 상품권이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 온누리상품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발행해 각 지역의 농협으로 배송해 거기서 나눠준다. 수령 방법까지 고려했을 때 온누리상품권이 가장 낫겠다는 판단이었고 또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어려운 시기에, 명절을 앞두고 지역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판단해 온누리상품권을 지급하게 된 것이다.

- 한전은 자회사와 함께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5억 9,000만 원의 급여반납분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부한 적이 있다. 전력그룹사 명의로 32억 원의 성금 역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손을 보태지는 않았나? 그렇다면, 앞선 기부 외에도 온누리상품권으로 임금의 일부를 지급하는 것이 조금 과하다는 내부 지적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일단, 앞선 기부에는 조합원들이 손을 보태지 않았다. 앞서 전달했던 기부금은 순전히 한전 고위 간부 영역에서의 임금반납으로 마련한 것이고, 전력그룹사의 기부 역시 자회사와 한전 사측이 마련한 것이었다. 조합원들은 이번에 온누리상품권으로 9월 임금 일부를 수령하는 것이 첫 직접 참여다. 물론 사내에 매칭그랜트라는 제도를 통해 조합원들이 사회봉사활동을 할 때 조금씩 모아둔 기금에 회사가 예산을 보태서 재원을 마련해 진행하는 사회봉사활동이 사업소 단위에서는 있다. 그 일환으로 마스크 기부 등은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전 직원이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과의 소통과 스킨십 절실한 상황에서 전국을 돌며 현안설명회 진행”

코로나19를 이유로 올해 5월에 있었던 전력노조 임원선거를 모바일투표로 진행했다. 올해 대의원대회 역시 같은 이유로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그래서 현장과의 스킨십이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7월 말까지 전국 각 지부장과 지회장, 조합 간부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다. 물론 코로나19 감염 위험성 때문에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모이는 인원을 최소화했다. 온누리상품권으로 9월 임금 중 일부를 지급하는 것의 취지를 설명하고 그들의 현안을 듣는 과정에서 다수가 이번 안에 동의했기 때문에 노사협의회에서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물론 아직 이번 취지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현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장 조합원들이 충분히 이번 사안의 취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후속설명을 진행할 예정이다.

- 이번 노사협의회 합의의 필요성을 ‘수해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을 위해 공공노동자가 먼저 나서자’는 것 말고 다른 이유로 설명해달라.

“국민을 위한 대표 모범 공기업으로 이미지 확산 노력의 일환”

한전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평가와 시선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정부가 여러 공기업을 상대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시기에 모범이 되는 이러한 행보들이 보이지 않는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중 하나가 한전에 대한 이미지 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국민에게 ‘한전의 이번 결정은 잘한 결정이다’는 시선을 받을 수 있고 이를 권고했던 정부 역시 ‘공기업으로서 한전이 함께 해줬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게 전력노동자와 한전의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요즘은 자신의 이익에 굉장히 민감한 시대다. 자신의 몫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어디 가서 광고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작게나마 이런 활동을 해야 안심이 되는 측면도 있다. 아무것도 안 한 것보다는 ‘그래도 우리가 이 정도는 했다’는 위안이 생길 수 있다.

이번에 온누리상품권 지급액은 명절을 앞두고 통상적으로 지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명절을 지내기 위한 지출이 필요한데 이를 전통시장에서 한다면 부담이 덜 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그런 이유로 이번 합의의 필요성과 시기의 적절성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철호 전력노조 위원장.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전력노동자라는 자긍심만큼 높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에 대한 이해

- 전력노조의 이번 행보는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의 측면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USR도 좋고, 코로나19 극복도 좋고, 소상공인 지원도 다 좋은데, 임금을 통해 한 달의 지출 계획을 짜고 생활해야 해서 난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난감해하는 조합원이 당연히 있다. 앞서 말했듯이 한전의 임직원이 2만 3,000여 명에 달하는데,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이 다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겠나.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당연히 있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조합원이 동의한다. 기본적으로 전력노동자들은 우리의 사회적 책임에 공감한다. 어떻게 보면 다른 곳보다 USR에 대한 필요성이나 이해가 높은 조합원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번 결정도 가능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 전력노동자들이 USR의 필요성이나 이해가 더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한전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공기업 하면 한전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정부 역시 한전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가정에서도 맏이가 책임감을 많이 느끼지 않나. 대한민국 대표 공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공기업의 맏이라는 얘기를 항상 듣는 한전과 거기에서 일하는 전력노동자는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기 위해 항상 애쓰고 있다. 물론 그게 늘 잘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꾸준하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이 몸에 뱄다고 본다.

지금은 세대가 많이 바뀌다 보니까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전력노동자의 근본적인 정서 속에는 한전에 대한 자긍심, 전력노동자라는 자긍심 못지않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고 생각한다.

- USR은 이제 노조 활동영역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고 본다. 전력노조가 생각하는 USR은 무엇인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국민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

한전이라는 회사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했다는 특수성이 있다. 지역에 한전이 생긴다는 것은 그 지역의 전력수요가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지역의 발전과 같은 의미다. 공장이 세워지든 인구가 늘어나든 한전이 생기는 것은 지역이 발전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한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 전주를 심거나 전선 연결 등 전력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지역 관공서 단체의 승인과 지역주민의 협조는 필수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한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전국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전력노동자들은 지역 내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특히 한전은 전국적으로 사업장마다 사회봉사단이 조직돼있다. 명절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이 사회봉사단이 상시 사회봉사활동을 한다. 사회봉사단의 활동을 파악해서 매년 우수봉사단을 선정해 시상식을 하기도 한다. 전력노동자의 사회적 책임 중의 하나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전력노동자에게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은 역시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한전의 슬로건 역시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자’다. 이제 깨끗한 전기도 포함된다.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전기는 지역이나 나이, 경제적인 능력 등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다 써야 하는 공공재다. 그렇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을 앞둔 시기에 그 중심 역할은 한전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재생에너지 3020 정책에 따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려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중심이 돼 공공성이 담보되는 에너지 전환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공급의 불안정성과 가격 상승 등의 책임을 위해 한전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하고 발전5개사 노조 위원장님들과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질 좋고 값싸고 깨끗한 전기를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것, 그게 한전과 전력노동자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이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공공부문에 대한 강제가 아닌
자발성에 기초한 USR이 중요

- 이번 합의는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 소상공인의 위기나 국가 경제의 위기가 다시 발생할 경우, 노사협의회 안건으로 임금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한다거나 임금의 일부를 기부해야 한다는 안건이 상정될 수 있다고 보는데, 다음에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자율적 참여 의사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으로 더 큰 손실 발생 우려”

과거에 정부가 강제로 임금반납을 요구한 적이 있다. 그래서 임금을 반납해 본 경험이 있는데, 이런 방식은 노동자에게 경제적인 문제를 안겨줄 뿐만 아니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방식이다. 임금은 내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건데, 그런 월급을 강제로 소위 삥 뜯긴다는 인상을 노동자에게 주는 것이다. 이런 방식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고 여기에 동조하는 회사, 이를 막지 못한 노동조합에 대한 불신을 낳는다. 결국 내부에서 불신과 반목이 생기고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의 갈등이 생기면서 더 큰 손실을 낳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임금반납은 쉽지 않다.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부분이기에 임금 반납은 다른 논의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건 자발성이라고 생각한다.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 캠페인을 할 수도 있고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니까 지역 내에서 자체적으로 적합한 활동을 하는 방법도 있다. 또 전력노조가 사회활동을 위해 모아둔 예산 안에서 활동을 할 수도 있고. 이런 다양한 방법을 회의체 안에서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

- 최근, 일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공무원 및 공공노동자의 임금 20%를 깎아 2차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된 적이 있다. 당시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또 다른 노동자의 임금을 깎아서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는데, 2차 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한 공공노동자의 임금 감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임금 감액이 아닌, 사회보장비 지출금액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

공공부문 임금 감액 얘기를 꺼낸 국회의원이 많은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임금은 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로 받은 권리이다. 이거를 공공노동자라는 이유로 내놓으라는 건 무리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방식의 수용 가능한 제안이나 모두 함께 논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재원 문제에서는 일단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게 된다. 이번에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지출한 재정은 GDP의 1.2% 정도다. OECD 국가 중에는 국가 예산 중 사회보장비로 20~30%까지 지출하는 국가도 많다. 경제학자들이 분석하고 진단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 재정에 그렇게 크게 무리가 없다면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만큼 사회보장비를 지출하지 못할 만큼의 경제규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OECD 기준에 준해서 사회보장비를 지출하면 좋겠다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그게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솔직히 공무원 임금을 깎는다고 그게 국가재정에 얼마나 보탬이 되겠나. 그런 방식은 사회적으로 논란을 만든다. 사회적인 논란은 갈등을 만들게 된다. 지금은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는 사회다. 최근 의사들의 집단행동도 사회적 갈등으로 확산됐지 않나. 갈등을 조정하고 봉합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국가 정책으로 인해 갈등이 양산되는 것은 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국가 경제 위기 상황에서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노동자, 비정규노동자,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층 등 노동취약계층을 위해 공공노동자는 사회연대의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노동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일차적인 역할은 정부의 몫이다. 근데 그걸 “공공노동자는 먹고 살만하니까 너희 몫을 깎자”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일 뿐이다. 이건 소위 자본의 시각이고 사회 기득권층의 시각이다. 그렇다면, 모든 사람을 하향 평준화해야 하나? 그렇게 해서 중산층을 없애고 양극화를 극대화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오히려 노동취약계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공공부문이 괜찮은 일자리라면, 공공부문 수준에 맞춰서 모든 일자리의 질을 개선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노력을 하는 게 1순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