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노동시장 무엇이 이슈인가?
포스트 코로나, 노동시장 무엇이 이슈인가?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0.09.09 15:38
  • 수정 2020.09.09 1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직 장기화 ▲재택근무와 생산성 ▲자동화와 양극화 주목해야
고용유지 지원, 작업 환경 마련, 교육훈련이 중요해진다
= 픽사베이
= 픽사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노동시장 이슈는 ‘실직 장기화’, ‘재택근무와 생산성’, ‘자동화와 양극화’라는 전망이 나왔다.

7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코로나19의 노동시장 관련 3대 이슈와 대응방안’을 발간하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노동시장에 ▲실직의 장기화 ▲재택근무와 생산성 ▲자동화와 일자리 양극화 및 임금불평등 등의 이슈가 제기된다”고 내다봤다.

‘장기실업, 재택근무, 자동화’가 빚은
포스트 코로나 노동시장 ‘문제적’ 풍경

① 실직 장기화

코로나19발 고용충격은 단기적인 고용 감소나 실업 증가에 그치지 않고 장기실업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종식이 먼 이야기로 들리는 가운데 코로나19로 촉발한 고용위기 역시 쉽게 진정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6월 실업률은 4.3%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다.

특히 실직 장기화는 여성, 청년에게 가혹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2~4월 감소한 취업자수는 여성이 62만 명으로 남성 40만 명보다 월등히 많았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코로나19로 경제 활동을 멈춰야 했던 대면 서비스업종(보건복지, 교육, 숙박음식 등)에 여성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이 여성에게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보육시설 휴원과 학교 개학연기는 여성에게 경제 활동 포기를 강요하게 하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청년층(15~29세)은 근무 경력이 짧고 파트타임 일자리 비중이 높아 경기가 어려워질 경우 해고의 위험이 높다. 또한 한국은행의 이전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이 비청년층(30세 이상)에 비해 ▲비필수 ▲비재택근무 ▲고대면접촉 일자리에 일할 가능성이 각각 11%p, 4%p, 12%p 높았았는데, 세 조건에 해당하는 일자리는 고용유지가 취약한 일자리이다.

② 재택근무와 생산성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재택근무를 본격적으로 확대시켰다. 잡코리아 설문결과 직장인 중 62.3%가 재택근무를 경험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이후 재택근무가 확대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재택근무 본격화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생산성이다. 이전 연구에서는 재택근무가 노동자와 기업의 생산성을 높인다고 봤다. 출퇴근 시간과 출퇴근 비용을 줄임으로 노동자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도를 줄이기 때문이다. 또한 직업만족도를 높여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고, 만족은 직장유지율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기업이 해고와 채용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장 규모 및 시설을 축소하고 운영비용을 절감해 자본투입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문제는 업무 특성에 따라 재택근무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 간 소통이 중요한 직종에서는 재택근무의 부정적 효과가 크다. 단순업무의 생산성을 6~10%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무엇보다도 재택근무로 인해 일터와 휴식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노동자의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 사업주의 모니터링이 어려워 노동자의 집중력이 떨어져 일을 미루는 경향도 나타난다는 점이 재택근무 생산성의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③ 자동화와 일자리 양극화 및 임금불평등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우리나라도 사무실 및 제조 공장이 폐쇄되는 경험을 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세계적으로 기업들은 반복적인 사업장 폐쇄조치에 따른 노동생산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현 상황을 자동화에 대한 투자 가속화로 풀어나갈 가능성이 높다. 로봇은 감염이 안 되며 대면 접촉 노동의 위험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로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판매 종사자, 조립 종사자, 기능원 등 중숙련 노동자의 경우 기계로 일자리가 대체될 확률이 높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반면 기계로 대체가 어려운 관리직, 전문직 등 고숙련 노동자와 청소, 간병 등 대면 서비스업의 비중이 높고 임금이 낮아 대체를 통한 비용 절감이 크지 않은 저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높아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중숙련 노동자들이 대체로 숙련수준을 높일 필요가 없는 저숙련 일자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 시장에 노동공급이 급격히 늘면 임금 수준은 하락한다. 또한 중숙련 노동자의 이동으로 더 밑으로 밀려난 기존 저숙련 노동자의 임금 수준도 하락한다. 결국 자동화는 일자리를 고숙련-저숙련 그룹으로 양극화시키고 임금불평등도 심화시킨다.

3가지 노동시장 이슈 해결 없이
‘포스트’ 의미 가질 수 없어

포스트는 ‘이후’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시대의 이후는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한 시기라는 의미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진짜 ‘포스트’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은 “실직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고용유지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재택근무 도입에서는 부문별로 생산성을 근대화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시사했다.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는 “중숙련 노동자들이 훈련을 통해 숙련수준을 높이거나 교육을 통해 양성된 신규 고숙련 인력이 노동시장에 투입된다면 임금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며 재직자 및 구직자의 교육훈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