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는 곳곳에 있다” ··· 취약 노동계층 긴급지원·제도적 기반 함께 이뤄져야
“사각지대는 곳곳에 있다” ··· 취약 노동계층 긴급지원·제도적 기반 함께 이뤄져야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09.10 17:55
  • 수정 2020.09.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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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취약 노동계층 고용실태 및 정책과제 토론회
“정부는 고용·사회안전망의 지향과 단계를 명확하게 제시해야”
10일 오후 2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코로나19 이후 취약 노동계층 고용실태 및 정책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코로나19와 더불어 찾아온 고용위기에 대해 “취약 노동계층을 포괄할 수 있는 긴급지원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0일 오후 2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이후 취약 노동계층 고용실태 및 정책과제 토론회’를 통해서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이 주최하고 이수진 의원이 주관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박해철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여러 국가위기가 닥칠 때 가장 힘든 노동자들은 소외된 취약계층”이라며 “오늘 이 토론회에서 진지한 논의를 통해 후속적인 정책 해법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토론회를 주관한 이수진 의원은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 많은 노동자가 제도의 수혜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크다”며 “취약계층을 고려한 광범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발언했다.

발제를 맡은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충격의 현실을 진단하고 현 정책의 개선점을 모색했다. 김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비정규직 내에서도 파견·용역·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의 소득감소 경험 비율이 정규직 대비 30% 높은 수치를 보였다. 김 교수는 “고용상황에서의 충격은 불평등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에도 나타났던 노동시장 양상이지만, 가속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하다”며 “사각지대를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적극적 긴급지원과 제도적 구조 구축전략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책 보완에 있어 ▲전국민고용보험제 조속 도입·기존 제도 확충의 동시 추진 ▲고용유지 지원제도 확충과 단축근무제 도입 ▲전부문 고용공시제를 통한 비정규직 정책의 재구성 ▲고용책임 연계 정책을 통한 청년고용 정책의 새 이정표 수립 등을 제안했다. 긴급처방과 제도적 기반마련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비가 샐 때 양동이를 받치고, (본질적 문제인) 지붕을 고치는 일이 함께 수행돼야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10일 오후 2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이후 취약 노동계층 고용실태 및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윤지영 직장갑질 119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안녕하세요. 세종호텔에서 계약직으로 2년 가까이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두고, 어떤 공지도 없이 계약을 만료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고 인건비 부담이 커서 정직원 전환이 어렵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용역회사 소속이라 매년 1년 계약직으로 일합니다. 3월에는 학교가 문을 열지 않았으니 절반은 출근해서 간단하게 청소하고 절반은 출근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3월 월급은 일부만 입금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소장이 전화를 해서 ‘4월부터는 월급이 0원이라고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출근하지 말라고 해서 출근을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학교 미화원들도 저희처럼 잘리는 건가요? 너무 힘듭니다.”

위 내용은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가 밝힌 코로나19 이후 직장갑질119가 받은 제보 중 일부다. 윤 변호사는 이어진 토론에서 사례를 통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불법의 상황에서는 법적인 방법을 찾아 미흡하게나마 대응이 가능하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부조리한 상황이 합법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며 “권리도 사회안전망도 없는 노동자들에게 현재 주어진 것은 3개월간 월 50만 원의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그리고 정부가 주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유일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총 150만 원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 변호사는 “불안정한 고용형태, 그로 인한 실업과 다시 구직을 하기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은 미봉책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남용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오래전부터 고용동향을 연구하는 일을 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처음 보는 숫자들이 많다. 특히 일시 휴직자가 10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일시 휴직제도는 우리나라에 없는 제도”라며 “뉴딜정책의 속도만큼 전 국민 고용안전망 확대도 동반 추진해야 한다. 일용직의 경우 국세청의 소득기준을 활용해 적용기준을 변경하면 획기적으로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인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사회안전망 구축을 강조하며 “정부는 고용·사회안전망의 지향과 단계를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전국민고용보험 등 고용보험제도의 개편은 어떠한 방향을 취하든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철저한 준비와 논리를 가지고 논의하고 설득하는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합의를 바탕으로 각 단계별 제도화 및 법제화 단계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