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초등돌봄전담사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초등돌봄전담사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09.26 00:00
  • 수정 2020.09.25 2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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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돌봄 #돌봄지자체이관 #돌봄교실 #교육부 #교육청

최근 교육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돌봄 지자체 이관’ 문제입니다. ‘돌봄 지자체 이관이 뭐지?’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돌봄 지자체 이관은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학교에서 운영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원래는 학교에서 교육과 돌봄을 같이 맡아 했는데, ‘학교는 교육, 지자체는 돌봄’ 이렇게 따로 가자는 거죠.

코로나19 사태 이후 초등학교 돌봄교실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부각됐고, 돌봄 문제가 큰 사회적 화두가 된 적이 있었죠. 그런데 아이들 돌봄 및 보육을 교사들이 지원하게 되면서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돌봄 운영 주체를 학교에서 지자체로 이관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교원단체는 학교에서 돌봄교실을 운영하면서 교사들의 교과 업무 외 업무가 늘어난다며 돌봄 지방정부 이관을 주장했습니다.

이후 돌봄 지자체 이관이 급물살을 타면서 해당 내용이 담긴 ‘온종일 돌봄체계 운영·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안)이 지금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사가 아닌,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직접 아이들을 돌보는 돌봄전담사는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요?

돌봄전담사는 특별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학비노조)은 ‘초등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중단’을 촉구하며 국회, 교육부, 전국 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 및 노숙 농성에 들어갔습니다.[▶관련 기사: 초등돌봄전담사들, 국회 앞 노숙농성 돌입]

나아가 학비노조는 “지자체 돌봄교실 추진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 지자체 이관 및 돌봄시간제 폐지에 대해 대부분의 교육감들이 면담, 대화를 거부하였고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11월 6일 파업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학비노조는 “11월 6일 전국돌봄총파업 조직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관련 기자회견을 28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그리하여 이 주의 인물은 초등전담돌봄사입니다. 이들은 왜 돌봄 지자체 이관에 반대하는 걸까요? <참여와혁신>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돌봄전담사로 일하는 이명옥 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초등돌봄전담사

학비노조는 9월 8일 오전 '시간제 폐지!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중단!초등돌봄교실 돌봄전담사 농성돌입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학비노조는 9월 8일 오전 '시간제 폐지! 돌봄교실 지자체 이관 중단!초등돌봄교실 돌봄전담사 농성돌입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참여와혁신 송창익 기자 cisong@laborplus.co.kr

- ‘돌봄 지자체 이관’이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먼저,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돌봄 운영 주체를 학교에서 지자체로 이관하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저는 기본적으로 ‘보육이 아닌 교육에 집중하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말에는 교육이 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런 의견을 내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돌봄을 교육의 영역에 넣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선생님들이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거죠. 근데 저는 ‘교육이 지식만 전달하는 것인지’를 묻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평소 배려, 협동 등의 가치를 가르치고 인성 교육도 하시는 게 선생님의 역할이잖아요.

그리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이 달라졌어요. 맞벌이하는 부부, 일하는 보호자들이 가정 보육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어요. 돌봄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죠. 이런 상황에서 ‘돌봄은 교육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자르는 게 선생님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인가 싶어요. 초등학교 저학년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면 돌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들일 텐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돌봄 관련 행정 업무가 버겁다는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제가 일하는 학교의 경우에는 돌봄 담당 선생님이 한 분 계십니다. 그 담당 선생님이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께 관련 보고를 하고 결재를 받는 등의 행정 업무를 하시죠. 결국 결정권자를 빼면 관련 행정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이 학교 하나당 한 명인데, 그게 전체 교사들의 행정 업무 과중으로 표현된다는 게 참…. 과연 돌봄을 잘 알고 이야기를 하시는 걸까 의문이 들어요.

그리고 만약에 정말로 행정 업무가 문제가 된다면 돌봄전담사들의 시간제를 폐지해 전일제로 돌리거나 혹은 시간이라도 연장해서 저희들이 그 일을 하면 돼요. 근데 이러한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돌봄은 교육이 아니니까’라고 하니까 너무 안타까운 거죠.

- 이대로 특별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엄청난 후폭풍으로 돌아올 거예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생각하신다면 지자체에서 어떠한 대책 마련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말씀하실 수 없지 않을까요?

저는 지자체에서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지자체에서는 돌봄을 직영으로 운영하지 않을 테니 아마 민간위탁 형태로 돌봄이 이루어지겠죠. 공적 보육이 사적 영역으로 넘어가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과거 사립유치원, 사립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이 그대로 반복되지 않을까요? 그에 대한 대책까지 지자체에서는 마련하고 있을까요?

- 학비노조는 11월 6일 전국돌봄 총파업을 조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총파업 예고, 당사자로서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사실 마음이 너무 복잡해요. 코로나19가 아직 진행 중인데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을 두고 파업하는 게 ‘선생님’으로서 할 짓이냐, 이런 이야기를 듣겠죠. 꼭 이럴 때만 선생님이라고 하시더라고요.(한숨)

저희도 아이들이 눈에 밟히죠. 마음이 참 복잡한데 저희들 입장에서는 그래요. 교사의 목소리는 교육부, 교육청, 언론에서 잘 들어줘요. 근데 저희들의 목소리는 일단 들어주지도 않고, 관심도 가져주지 않아요. 욕을 많이 먹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현재 나오고 있는 돌봄 지자체 이관의 문제점을 국민, 학부모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에요.

그리고 ‘너희들 처우개선 하려고 하는 거 아니냐’부터 시작해서 늘 듣는 이야기가 있죠. ‘너희 시험도 안 치고 들어가는 자리 아니냐, 그 자리에 있으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라는 얘기도요. 물론, 저희 목소리가 100% 아이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현재 교육공무직으로 정년이 보장돼 있는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돌봄 업무를 하는 거랑 지자체로 이관돼 ‘내년에도 내가 여기서 이렇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을까?’ 불안해하며 돌봄 업무를 하는 거랑 뭐가 더 아이들에게 좋은 걸까요? 그 지점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돌봄 노동은 없어서는 안 될 필수노동으로 자리 잡았지만, 돌봄전담사에 대한 인식은 우리 사회에서 저평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2월 이후 코로나19 확산이 빨라지면서 저희들은 4월까지 쉬지도 못하고 일했어요. 저희도 마스크 쓰고, 아이들도 마스크 씌우고 거리 두기 상태에서 아이들 돌보는 일이 평소보다 2~3배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묵묵히 일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저희 일을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늘 하는 말이 ‘코로나19 사태에 교사들 정말 수고가 많다’ 이렇게 격려를 해요. 근데 우리 돌봄전담사들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더라고요.

교육청에 면담 갔을 때 그랬어요. 진짜 돌봄전담사들이 너무 힘들고 지쳐있다. 사기 진작을 위해서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특별 휴가를 준다거나 하다못해 교육청 이름으로 응원 메시지라도 각 돌봄교실에 보내줄 수 없냐고 했어요. 그랬더니 교육청 돌봄 담당자가 ‘저희한테도 수고했다고 말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이러더라고요. 그땐 정말 울고 싶더라고요. 우리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조차 우리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주지 않는다는 게.

일반 국민들은 저희 존재를 모를 수 있어요. 오히려 어머니들은 ‘선생님, 고생 많으시죠. 감사합니다’ 하고 말씀해주세요. 저희가 아이들을 어떻게 돌보고 대하는지를 잘 아시니까. 근데 우리 업무를 도와줘야 하는 관계 기관에 있는 분들이, 저희가 어떻게 일하는지 알만한 분들이 저희를 무시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고요.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고, 우리의 노동을 비하하고 무시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돌봄전담사 선생님들 파업 앞두고 정말 고민 많으실 거예요. 근데 우리 목소리가 잘 반영이 안 되고, 수도 적어서 목소리가 전달이 안 되니 마지막의 마지막 선택을 한 거예요. 저는 지금이라도 막을 수 있으면 막고 싶어요. 교실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을 아이들과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내는 게 제 행복이에요. 그게 제 일에 대한 인정으로 이어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