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지뢰 사고, 국내 지뢰 피해자는 1,000명
매년 반복되는 지뢰 사고, 국내 지뢰 피해자는 1,000명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10.10 00:00
  • 수정 2020.10.0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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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수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jisu4442@greenkorea.org
연천 지뢰지대. 표지판이 방치돼 있다. ⓒ 녹색연합
연천 지뢰지대. 표지판이 방치돼 있다. ⓒ 녹색연합

2020년 9월 10일 인제에 있는 군부대에서 호우 피해를 복구하던 중 하사 한 명이 지뢰 폭발사고를 당했습니다. 지뢰 사고는 올해뿐만 아니라 매년 일어나고 있으며, 국내 지뢰 피해자는 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는 약 200만 발, 대한민국(남한)에는 약 120~130만 발의 지뢰가 매설되어 있으며, 국내 매설 지뢰지대의 규모는 여의도 면적의 43배에 달합니다. 더군다나 지뢰지대의 면적은 지뢰 유실로 인해 더 확대되고 있으며, 유실된 지뢰는 예상치 못한 지역에서 폭발사고로 이어집니다. 2020년 폭우와 태풍 등으로 유실된 지뢰는 9월 16일 기준으로 약 150발입니다.

주로 유실되는 지뢰는 M14, M16(A1) 두 가지 대인지뢰가 있습니다. M14는 지름 5.5cm에 높이 4cm인 장난감처럼 생긴 플라스틱 지뢰입니다. 무게가 약 100g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물에 뜨고 쉽게 유실됩니다. 발목지뢰라고 불리는 M14는 접촉 부위에 부상을 일으키는 게 주목적이지만, 이 지뢰에 사망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M16은 공중도약 후 폭발하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퍼지는 지뢰입니다. 일명 핵 지뢰라고 불리며, 지름 10cm, 높이 20cm, 무게 3.5kg입니다. 무게는 M4보다 무겁지만, 살상반경 30m, 피해반경 80m로 M14보다 사고 반경이 커 위험한 지뢰입니다.

유실된 지뢰 대부분은 북한의 도발을 대비해 국내에 한국군과 미군이 매설한 지뢰입니다. 하지만 그 피해는 대한민국 국민이 입고 있습니다. 나들이, 고물채취, 땔감수집, 농사 등 일상생활 중 지뢰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지뢰지대 관리가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뢰지대와 안전지대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있으며, 국방부조차 지뢰가 매설된 지역을 알지 못하는 미확인지뢰지대에서 사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철원 농경지 바로 옆의 지뢰지대. 마을이 물에 잠기면 바로 농경지로 지뢰가 유실된다. ⓒ 녹색연합
철원 농경지 바로 옆의 지뢰지대. 마을이 물에 잠기면 바로 농경지로 지뢰가 유실된다. ⓒ 녹색연합

최근 풍수해로 접경지역 일원의 농민들은 매우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뢰가 유실되어 그 피해는 가중되었습니다. 군은 사람과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 논둑 등에서 지뢰탐지 및 제거를 했을 뿐, 농경지 안에서 지뢰 제거 작업은 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호우로 마을이 잠겨 유실 지뢰를 탐지해야 할 영역이 매우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농경지 안에서 지뢰를 탐지할 경우 농작물이 다 쓰러져 농작물 피해가 수반되지만, 군은 농민에게 재산 포기 각서를 쓰도록 요구할 뿐입니다. 농민들은 지자체 그리고 군 어디서도 유실 지뢰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지뢰 제거에 관한 기본법’과 ‘각종 지뢰 피해에 대한 보상법’ 등의 마련이 시급합니다. 국제사회는 UN에서 권고하는 국제지뢰행동표준(IMAS)에 따라 지뢰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IMAS에서는 지뢰제거의 임무를 군 단독이 아니라, UN과 국제NGO, 자국 내 민간단위 등과 협력하여 지뢰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뢰 오염 국가들은 국무총리 혹은 대통령 소속의 지뢰제거 부서를 설치해 여러 부처가 협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무총리 또는 행안부 소속의 지뢰 관련 전담부서 주도의 민관협력을 통해 지뢰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