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채움공제=노예계약?'··· "목돈 때문에 참았는데 죽고 싶어"
'내일채움공제=노예계약?'··· "목돈 때문에 참았는데 죽고 싶어"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0.10.11 16:00
  • 수정 2020.10.11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직장갑질119 내일채움공제 올해 23건 제보
채움공제 빌미로 ①폭언·괴롭힘·성추행 직장갑질 ②비정규직 계약 ③최저임금 위반 ④임금삭감·동결 ⑤친인척 가입
"정부 감독 전무··· 재가입 사유 완화, 관리감독 절실"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직장갑질119가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내일채움공제'를 악용한 직장갑질 사례를 11일 공개했다. 

정부는 청년의 중소·중견기업 취업과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내일채움공제(고용노동부) 내일채움공제·청년내일채움공제(중소벤처기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청년이 수년간 일하며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기업과 정부가 돈을 보태 목돈을 마련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내일채움공제는 기업과 청년만 내고 정부 적립금이 없다.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사례를 보면 회사의 잘못 때문이 아닌 청년노동자가 자발적으로 퇴사할 경우, 정부 지원금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내일채움공제의 수급 조건을 악용해 사용자가 갑질을 일삼았다.

이 때문에 직장갑질119는 청년들이 정부의 내일채움공제를 '노예계약'이라고 부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제보자 A씨는 "스트레스가 심해서 가슴도 두근거리고, 일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어떨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며 "가족들이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아니면 어디서 그런 목돈을 받을 수 있겠냐고 해서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호소했다. 

제보자 B씨도 "회사에서 매일 집단 괴롭힘을 받은 지 1년이 넘었다. 정신과 진료도 받고 있다"며 "너무 억울해서 퇴직사유를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쓰려고 하는데 그럴 경우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유지될 수 있나요? 청내공을 받아야 빚을 갚을 수 있어요. 너무 억울한데 방법이 있을까요?"라고 문의했다. 

직장갑질119는 사용자들이 내일채움공제를 악용해 폭언, 성추행, 노동법 위반, 불법가입, 사적지시 등 온갖 갑질을 일삼고 있는데 정부는 어떤 감독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8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 8월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 중도해지 건수는 7,58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90.4% 증가했고, 올해 내일채움공제 해지율은 30.2%에 달했다. 

반면 중기부가 파악한 부정·부당 사례는 2년간 한 건도 없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가 상담 전화를 열어 신고를 받고는 있지만, 신원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고는 거의 없다"며 "하지만 직장갑질119에는 2020년 한 해에만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가 23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내일채움공제의 재가입 사유를 완화해야 이 같은 직장갑질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사업장의 휴‧폐업 △도산 △권고사직 △임금체불 △고용보험료 체납 △기타 지방관서장이 재가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퇴사 후 6개월 이내에 재취업할 것을 전제로 1회에 한하여 재가입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직장갑질119는 "직장내괴롭힘 등 사업주의 귀책사유가 아니더라도 노동자의 귀책사유가 아닌 한 재가입 요건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자 본인의 귀책사유가 아닌 불가피한 사유로 이직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이유로 두 번 다시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매우 가혹한 처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자가 노동자에게 부당대우를 일삼으면서 노동자를 묶어두는 무기로 이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내일채움공제의 가입 기간과 횟수 제한을 폐지하거나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직장갑질119는 정부의 관리감독도 주문했다. 김한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내일채움공제는 월급만으로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그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인데 실질적으로는 괴롭힘 등 불법적인 상황에서조차 청년들이 자유롭게 퇴사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가 되고 있다"며 "정부는 내일채움공제 재가입 여건을 완화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직장갑질119는 지난 2017년 11월 1일 출범한 시민단체로, 14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민주노총 법률원(금속법률원, 공공법률원, 서비스연맹법률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희망법 등 여러 법률가와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노동건강연대 등 노동전문가들이 바쁜 일정을 쪼개 오픈카톡 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내일채움공제 악용 직장갑질 제보 사례 
 

"최저임금 위반 신고하면 청내공 목돈 못 받는대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해 만기가 되어 갑니다. 그런데 노동부에 알아보니 제가 최저임금 미달로 월급을 받았습니다. 화가 나서 그만둔다고 하니 회사에서는 신고하라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습니다. 신고하면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철회되어 목돈을 못 받게 되더라구요. 최저임금 미달이면 아예 가입이 안 되는데 회사에서 거짓으로 서류를 작성해 신청했습니다. 정말 신고하면 1,600만원을 못 받게 되는 건가요? (2020년 3월)

"목돈 마련하려고 폭언 버텼는데···"
중소기업에 다닙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3년형)에 가입해서 절반 이상 납부했습니다. 그런데 직장상사의 갑질 때문에 너무 힘들어 퇴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근로계약서와 다른 업무를 강요하고, 수시로 상사가 큰소리로 치면서 업무를 지시해서 하루하루 견디기가 힘듭니다. 같이 일하던 직원은 울면서 사표를 냈습니다. 팀원이 한 실적은 가로채고, 본인의 잘못을 팀원에게 떠넘긴 적도 많습니다. 말투가 너무 거칠거나 비아냥거리고 본인이 지시한 대로 했는데도 화를 냅니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가슴도 두근거리고, 일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고, 어떨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가족들이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아니면 어디서 그런 목돈을 받을 수 있겠냐고 해서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듭니다. (2020년 3월)

"청내공이라고 연봉 동결"
회사에서는 청년내일채움공제 가입을 이유로 인사담당자의 인사평가와는 관계없이 연봉을 공제가입 기간 동안 동결합니다. 입사 전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고, 근로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연봉이 인상되는데 저만 인상되지 않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2020년 2월)

"친인척 청내공 불법 가입"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은 출퇴근 거리가 3시간 넘게 걸리는 공장으로 보내서 자진퇴사하게 만듭니다. 회사는 나라 지원금을 받기 위해 사람들을 권고사직하지 않고, 공장으로 보냅니다. 근로계약서에 필요에 따라 근무장소 및 업무내용을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랍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 때문에 버티고 있는데 정말 너무 힘듭니다. 회사는 대표의 친인척을 청내공에 가입시켰습니다. 이를 신고하고 퇴사하면 내일채움공제를 유지할 수 있나요? (2020년 1월)

"청년공제 때문에 성추행 폭언도 참았어요"
점심시간 휴게시간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고, 근로계약서에 약속한 임금도 적게 지급했습니다. 근로자의 날도 일을 시키면서 수당을 주지 않았고, 연차도 회사가 정한 날에만 가게 했습니다. 원장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칩니다. 둘이 있을 때 사장이 슬쩍 등이나 어깨, 다리를 만지는 등 성추행 성희롱도 당했습니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살리기 힘들다면,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으면 퇴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2020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