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근로자대표제도’ 개선 합의…선출·임기·지위·활동 명시
노사정, ‘근로자대표제도’ 개선 합의…선출·임기·지위·활동 명시
  • 이동희 기자
  • 승인 2020.10.16 15:00
  • 수정 2020.10.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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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기법 및 산안법 개정으로 이어질까… 공은 ‘정부·국회’로
문성현 위원장, “현장 안착 위해 대통령에 특별보고하겠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16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종로구 S타워 경사노위 7층 대회의실에서 노사정이 근로자대표제도 개선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16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종로구 S타워 경사노위 7층 대회의실에서 노사정이 근로자대표제도 개선 방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노사정이 그동안 유명무실하다고 평가됐던 근로자대표제의 실효성 있는 현장 안착을 위해 근로자대표의 구체적인 선출 방식, 임기, 지위와 활동에 합의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문성현, 이하 경사노위)는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위원장 김인재)에서 ‘근로자대표제도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16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종로구 S타워 경사노위 7층 대회의실에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사정이 오랜 시간 동안 양보와 절충을 반복하며 꾸준히 협의한 결과 구체적인 개선안 합의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동안 근로자대표는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관계법에서 경영상의 해고의 협의, 탄력근로·연장근로 등 근로시간제 서면 합의 등의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출 절차 및 방법, 지위 및 활동 보장을 규율하는 법적 장치가 없었다.

특히,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가 없는 사업장에서는 노동자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권한과 의무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이 따랐다.

이에 근로자대표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 노사정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논의를 진행해 16일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합의 주요 내용은 근로자대표의 ▲선출 절차 및 방법 ▲임기 ▲지위 및 활동 보장 등이다.

먼저 근로자대표 선출은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을 경우 노동조합에게 근로자대표 지위를 인정하도록 했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없고, 노사협의회가 존재할 경우에는 근로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근로자위원 회의를 구성해 근로자대표 지위를 가져가도록 했다. 이때 사용자가 참여하지 않는 근로자위원 회의 내에서 독립적인 의결 절차를 보장할 것을 명시했다.

마지막으로 과반수 노동조합과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이 모두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도록 하고, 근로자대표 선출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이나 방해를 금지할 것을 명시했다.

근로자대표 임기는 3년으로 정하고, 노사 합의가 이루어지면 3년 한도에서 임기를 자율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서 근로자대표의 지위와 활동 보장을 위해 △근로자의 고용형태, 성별 등에 따른 의견청취의무 △근로자대표 활동에 필요한 자료 요구권 △서면합의 이행 등을 위한 협의 요구권 △근로시간 중의 근로자대표 활동 보장 △근로자대표 활동으로 취득한 비밀유지의무 △근로자대표에 대한 사용자의 불이익 취급 금지 및 개입·방해 금지 등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가 정부·국회로 넘어가 법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김인재 위원장은 “이번 합의는 제도 개선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큰 틀에서 출발점을 만들었으니 이를 토대로 국회와 정부가 더욱 구체적인 작업을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승욱 이화여대 교수(위원회 공익위원)는 “근로자대표는 근로기준법에만 7개 법률에 36개 조항 권한이 있고, 산안법에도 관련 여러 조항이 존재한다”며 “근로기준법만 개정해서 될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할지,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것인지는 정부나 국회에서 고민하고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사용자의 개입이나 방해에 대한 처벌’이 빠져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이승욱 교수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을 통해서 근로자대표의 기능이 실질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입법 과정에서 처벌 등의 제재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위원회 노동계위원)은 “이번 합의는 근로자대표의 활동보장, 개입방해 금지 등에 대한 원칙과 방향에 대해 합의한 것이고, 구체적인 제재 방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입법부에 위임한 것”이라며 “구체화 논의는 앞으로도 더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욱 교수는 “이번 합의는 경사노위에서 최초로 제도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낸 것”이라며 “근로자대표라는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 노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이해하고 타협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성현 위원장은 “노동조합을 할 수 없는 노동자의 권익을 현실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가 늘 마음의 짐이었는데 이 어려운 것을 합의로 만들어주신 노사정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근로자대표제도 현장 안착을 위해 대통령께도 특별보고를 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