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항공노련 결국 인준, 앞으로의 과제는?
논란의 항공노련 결국 인준, 앞으로의 과제는?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0.16 20:08
  • 수정 2020.10.16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7.9% 찬성으로 한국노총 가입
제22차 한국노총 중앙위원회 결과. ⓒ 한국노총
제22차 한국노총 중앙위원회 결과. ⓒ 한국노총

전국항공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최대영, 이하 항공노련)이 제22차 한국노총 중앙위원회에서의 인준을 통해 한국노총의 26번째 회원조합이 됐다. 한국노총에서 인준증을 발급받으면 본격적으로 한국노총의 회원조합으로 중앙집행위원회 성원, 대표자회의 성원, 대의원대회 파견 대의원 배정 등이 가능해진다.

16일, 한국노총은 제22차 중앙위원회에서 77.9%의 찬성을 얻어 항공노련이 한국노총 회원조합으로 인준됐음을 밝혔다. 항공노련은 최대영 대한항공노동조합 위원장을 초대 위원장으로 선출했으며, 5월에 설립해 6월 한국노총에 가입을 신청했다.

위기의 항공산업, 노정교섭 파트너로서 역할 필요

올해 1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국가 간의 이동이 제한됐다. 자연스레 항공산업에 위기가 닥쳤다. 항공사는 휴업에 들어갔고 항공사의 휴업으로 지상조업사 및 지상조업 협력업체 역시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을 강요받았다. 게다가 항공사의 휴업이 길어지면서 조종사 자격 유지에 필요한 90일 이내 3회 이상 이·착륙 및 정기훈련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정부는 항공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적용하고 기간산업안정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항공산업에 닥친 위기는 쉽사리 호전되지 않았다.

항공노련을 구성하는 대한항공노동조합(위원장 최대영)과 아시아나열린조종사노동조합(위원장 곽상기)은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위원장 정연수) 소속으로 있었으나, 대정부·대자본 투쟁에서 상급단체의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항공노련 건설을 준비했다. 연합노련은 ‘작은 한국노총’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산업군의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연맹이기에, 항공산업의 위기에만 몰입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코로나19의 확산은 항공산업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변할 연맹의 필요성에 불을 질렀다. 항공노련 관계자는 “예전부터 항공산업에 대한 대정부·대자본 투쟁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연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산업의 위기로 연맹 건설이 탄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항공노련은 84만 항공산업 노동자들의 대변자를 자처했다. 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항공산업 문제 해결을 위해 업종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있다. 항공노련은 “경사노위 논의에서 항공노련이 항공산업을 대표하는 상급단체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일단은 대기업 항공사 정규직 중심,
"조직체계 갖춘 후 비정규직 포괄방안 찾겠다"

항공노련은 1만 1,549명의 조합원으로 출범했다. 대한항공노조 1만 1,349명과 아시아나열린조종사노조 200명으로 구성된 항공노련은 대기업 항공사 정규직 노동자로만 구성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항공노련 관계자는 “항공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항공산업이 흔들리지 않게 같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 지상조업사와 지상조업 협력업체 등 항공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앞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품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항공산업 관계자는 “항공산업이 워낙 특수해서 항공산업에 특화된 상급단체의 필요성은 예전부터 있었다”며 “연합노련 내에서 항공분과로 먼저 묶은 후 추후에 연맹으로 독립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항공노련은 항공 비정규직 노동자를 품기 위한 노력을 선제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항공산업은 공항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를 아우르는 개념인데, 지금과 같은 형태는 ‘항공산업의 문제를 대변할 필요성’이라는 항공노련의 당위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항공산업은 다양한 노동자의 수고가 모여 굴러가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항공노련의 출범을 아쉽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다양한 노동자가 항공산업에 대한 컨센선스를 구성해 다양하고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다가 연맹을 구성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노련은 “항공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발전을 위한 항공노련 차원의 고민이 더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좀 더 조직 체계를 갖춘 후 항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괄하는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