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청년주택의 주인?
[언박싱] 이 주의 인물 : 청년주택의 주인?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0.10.25 09:46
  • 수정 2020.10.2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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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트 : #백악관부지 #특별법 #닭장 #청년 #중랑구

<참여와혁신>은 10월호로 한국 사회에서의 부동산 문제에 대해 다룬 바 있습니다. 당시 10월호 커버팀은 취재후기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주택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었죠. 10월호를 마무리한 어느 날, 때마침 서울 중랑구 묵동에서 백악관 나이트클럽 부지의 청년주택 건립에 대해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꾸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의기를 투합한 주민들은 24일 오전 11시 백악관 나이트클럽 앞에서 청년주택 반대 집회를 열고, 오후 2시 30분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중랑 을)과의 간담회 자리를 갖기도 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떠했을까요? 중랑구 거주 2년차 구민 자격으로 간담회에 참석해봤습니다.

ⓒ 묵동 청년주택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 묵동 청년주택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서울 중랑구 묵1동 165번지에 위치한 백악관 나이트클럽 부지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청년주택이 들어올 예정입니다. 사업 개요에 따르면, ‘이지스리뉴어블스’라는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체가 시행사를 맡아 4,537.5m²(약 1,373평) 대지면적에 지하 7층, 지상 29층의 건물을 세워 1,230세대 공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비대위가 청년주택 설립을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지역주민 및 청년들 주거의 질이 동시에 낮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백악관 부지는 일반적으로 대로변에 지어지는 청년주택 부지와 달리 주상복합아파트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주상복합아파트와 6~8미터 정도 이격을 둔 29층 청년주택이 들어올 경우 지역주민과 청년 모두에게 일조권뿐만 아니라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는 상황입니다.

‘닭장’ 논란도 여전합니다. 타지역 청년주택 부지와 비교했을 때, 백악관 부지의 청년주택은 대지면적 대비 세대비율이 1.12에 불과해 가장 낮았습니다.

자료 = 백악관 부지 청년주택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자료 = 묵동 청년주택 건립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두 번째 이유는 역세권 청년주택 특별법(이하 특별법)으로 인해 시행사와 투기자본이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실례로 먹골역 1번 출구 앞은 ‘묵동 역세권 2030 청년 주택사업’이 한참 진행 중입니다. 이 사업은 ‘더블라썸묵동’이 시행사였으나, 2019년 5월 ‘오성첨단소재’가 임대주택 사업 추진 명목으로 이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투자비용 이상의 수익 목표를 추구하는 기업이 청년의 입장을 고려한 임대료를 제시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와 함께 역세권 땅값이 인근 땅값보다 비싼 탓에 높은 임대료가 책정되는 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특별법은 임대의무 10년이 종료 되면 사업자가 보증금과 임대료를 새롭게 책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10년 이후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공기여로 환수될 때 이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10년 이후 집값 및 땅값이 급격하게 오를 가능성이 있어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입니다.

이는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실거주가 어려운 청년세대의 거주권 보호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멉니다.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주민은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백악관 부지에 아무것도 짓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게 낫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주민들과 만난 박홍근 의원은 청년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 동의하지만, 도심 곳곳에 마구잡이로 추진되는 역세권 청년주택에 문제가 있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활권과 주민의 이익이 침해되는 추진이라면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날 자리에는 중랑구청 관계자들도 함께 했는데요, 얘길 들어보니 청년주택의 경우 구청의 재량보다는 서울시청의 재량권이 컸습니다. 서울시의 경우 사업이 무산될 경우 사업자와의 행정소송에 휘말릴 것을 염두에 둬야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추진해야 하는 입장으로 보입니다.

대략 두 시간 동안 치열한 논의를 거친 주민들은 청년주택이 들어와야 한다면 현재까지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결과 거주인프라가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민원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의 사업 추진이 주민 입장 반영이 안 된 채 일사천리로 진행이 될까 우려했습니다. 현재 비대위는 백악관 부지 발전방향에 대해 주민 설문조사를 추진할 예정에 있습니다.

역세권 청년주택 특별법이 지정하고 있는 사업기간인 2022년까지 청년주택으로 인한 논란이 곳곳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청년주택의 주인은 실거주공간이 필요한 청년인지, 사업자인지 다시 근본적 취지를 되돌아봐야 할 때 입니다.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
ⓒ참여와혁신 임동우 기자 dwlim@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