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어학원에서 임금체불… 피해액만 3,000만 원 규모
강남 어학원에서 임금체불… 피해액만 3,000만 원 규모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0.29 17:54
  • 수정 2020.10.30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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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 환불은 해주면서 임금은 체불”… 대표는 “코로나19로 사업 망했다” 답해
진정 취하 회유에 학원 운영 과정의 위법성 제보도… 대표는 묵묵부답
어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어학원 홈페이지 갈무리

이수현(가명) 씨는 지난해 1월부터 일하던 어학원을 9월 그만둬야 했다. 수현 씨는 퇴직 전 3개월치의 급여와 퇴직금 등 1,000여만 원을 받지 못했다. 확인결과 매달 공제했던 국민연금 역시 올해 6월부터 미납됐다.

수현 씨와 일하던 동료들 역시 올해 7월부터 9월까지의 급여가 체납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현 씨와 동료들은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대로 2주를 기다렸지만, 어학원 대표 김 모 씨는 “돈이 없다”며 “기다려 달라”고 간청했다. 수현 씨는 김 대표에게 수차례 “명확하게 지불 기한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모 씨는 “고용노동청에 신고하라”고 답했다.

결국 수현 씨를 포함한 7명의 동료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 임금체불을 이유로 김 대표에 대한 진정을 접수했다. 체불된 전체 임금은 3,000만 원에 달한다. 김 대표의 법률대리인은 수현 씨를 제외한 임금체불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체불금품 확정 후 취하하는 조건으로 수수료 없이 소액체당금을 진행해주겠다”고 회유했다.

근로복지공단에는 퇴직한 노동자가 임금체불로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최대 1,000만 원의 체불임금을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소액체당금 지급제도가 있다. 단, 이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근로복지공단이 노동자에게 대신 지급한 체불임금을 받는다.

수현 씨의 동료들은 김 대표의 제안을 거절했다. 수현 씨는 최근 김 대표가 10월 둘째 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 출석해 임금체불 사실을 인정했다는 연락을 담당 근로감독관으로부터 받았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에 따르면, 김 대표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수현 씨와 동료들은 김 대표에 대한 형사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참여와혁신>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사업이 망했다”며 진정을 취하하는 조건으로 소액체당금 제도 활용을 회유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지불능력이 없는데, 그 동안 고생한 강사들을 위해 국가의 제도를 활용하도록 안내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현 씨는 김 대표의 반응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수현 씨는 “수강생 환불은 즉각 처리하면서 강사들의 7월 임금은 누구에게는 지급하고 누구에게는 지급 안 하는 게 설명이 안 된다”며 “코로나19로 사업이 어려워 매출을 올리기 위해 온라인 사업을 활발하게 하는데, 사업 운영을 위한 입금 통장은 아내 명의의 통장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대표의 어학원 홈페이지의 계좌번호와 최근 김 대표가 진행하는 새로운 수업의 수강료 입금 통장의 계좌번호는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홈페이지에 공개된 계좌는 현재 압류가 들어와 부득이하게 다른 통장을 활용한 것”이라며 “다른 일을 통해서 수익을 내야 체불된 임금도 줄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수현 씨는 “임금체불 외에도 통·번역학원으로 인가를 받았으나 회화학원으로 운영된 점, 해외 체류 외국인을 전화영어 강사로 채용한 점, 직원이 아닌 어머니와 아내에게 임금을 지급해온 점 등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수현 씨가 <참여와혁신>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총 7,800여 만 원을 어머니에게 임금으로 지급했다. 금액은 유동적이었으나 매달 초, 임금이 이체됐다.

수현 씨는 “2년 전에 퇴사한 사람이 ‘해당 어학원이 회화학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통·번역학원으로 가짜 인가를 받았음을 세무서와 교육청에 신고했으나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수현 씨의 주장에 대해 관할 교육지원청에 확인한 결과, 실제 조사를 나가 서류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만 관할 교육지원청에서는 ”해외 체류 외국인을 전화영어 강사로 채용한 것은 벌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와혁신>은 수현 씨가 주장한 ▲통·번역학원으로 인가를 받았으나 회화학원으로 운영된 점 ▲해외 체류 외국인을 전화영어 강사로 채용한 점 ▲직원이 아닌 어머니와 아내에게 임금을 지급해온 점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김 대표에게 질의했으나 “아는 영어로 통역하는 강의를 하는 게 메인 과정”이라며 “나머지 사안은 확인해보겠다”고 했지만 더 이상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수현 씨는 “정말 사업이 어려웠다면, 7월과 8월에 신입직원을 채용하고 6월과 8월에는 임금을 어떻게 인상해준 것이지 알 수 없다”며 “새출발을 해야 하는 다른 동료들이 임금체불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