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산업의 위기는 미래차로의 전환 때문만일까?
자동차 부품산업의 위기는 미래차로의 전환 때문만일까?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0.29 19:46
  • 수정 2020.10.2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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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구조변화와 정책과제 : 자동차 부품산업을 중심으로 토론회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미래차로의 전환 과정에 대한 산업적 차원의 대화 등 필요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빌딩에서 '자동차산업 구조변화와 정책과제 : 자동차 부품산업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빌딩에서 '자동차산업 구조변화와 정책과제 : 자동차 부품산업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최은혜 기자 ehchoi@laborplus.co.kr

자동차산업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에 따라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이 전면에 등장하고 있고, 공유경제, 전장화 등 자동차산업의 전 영역에서 미래차로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산업의 위기는 자동차산업의 변화에서만 기인한 것이 아닌, 수직적인 원·하청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는 ‘자동차산업 구조변화와 정책과제 : 자동차 부품산업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만재)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 중소제조고용안정위원회의 김경협 의원, 김경만 의원, 민병덕 의원, 이장섭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자동차산업의 메가트렌드는 새로운 시장의 성장 및 현지화, 미래차의 등장, 스마트 공장의 도입 등 전 영역에서 변화하는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경쟁자의 진입 및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은 기존 시장과의 경쟁구조를 파괴했고, 제품과 공정에서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나 고용과 숙련구조에도 변화를 예고한다”고 설명했다. 이문호 소장은 “한국 역시 변화에서 예외일 수 없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코로나19를 통해 확인한 건강경영과 안정성, 고용 문제를 염두에 두면서 전환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산업의 전환 과정에서 독일이 보인 모습을 예시로 설명한 이문호 소장은 “독일의 금속노조가 전환과정에서 노동자의 희생이 없는 ‘공정한 전환’을 강조하면서 중앙 및 지역 업종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국내 가치사슬의 확대와 기술혁신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훈련을 강조했다”며 “독일 금속노조는 교섭 의제를 사업장에 국한하지 않았고 유연화에 동의하지만, 고용안정을 전제로 하는 ‘유연안정성’ 모델을 통해 자동차산업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2016년부터 5년째 감소세”라며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가 매출액과 이익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있고 완성차업체는 2018년~2019년 생산능력 감축을 통해 가동률을 높인 반면, 부품업체는 2019년에서야 가동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황선자 부원장은 자동차 생산량 감소에 따른 고용 감소는 부품업체를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2013년부터 1차 부품업체에 해당하는 대기업은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은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선자 부원장은 올해 9월 7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금속노련 산하 자동차 부품업체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한 정책과제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미래차 대응을 위한 정책과제 등을 제안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코로나19에 따라 경영상황이 악화했고, 매출액은 평균 2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선자 부원장은 “고용유지지원금 금액과 기간의 확대, 지원 조건 완화 등 적극적인 고용유지 정책과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정책을 손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사회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서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며 “원·하청 불공정거래는 자동차산업의 혁신적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황선자 부원장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수익 구조 보완과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납품 단가 구조 및 인하를 개선하고 과당경쟁을 방지할 필요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예상되는 고용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자동차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기술개발 교육, 인력 제공, R&D 역량 강화 등을 지원해야 한다”며 “노동조합 역시 사업장 단위를 넘어 산업 및 지역차원의 정책적 접근 및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과거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다양한 활동을 했지만 더 큰 압박과 부당한 대우가 돌아왔던 트라우마가 있다”며 “이를 극복해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을 통한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하고, 노동자의 참여를 통한 스마트공장에 대한 부분을 정부가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속노련이 2년 째 경사노위에 자동차 부품산업 위기 해결을 위한 업종별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도 안 되고 있다”며 “산업적 차원의 대화나 노조의 과제에 대해 ‘경사노위에 산업부, 공정위, 노동부, 하청업체를 대표하는 노조 상급단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 틀 강제’와 같은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함께 토론자로 참여한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사람중심의 미래차 발전 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는 게 필요하다”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국내 자동차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할 수 있는 협의체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