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버스 노사 "버스요금 인상 논의 서둘러야"
서울시 버스 노사 "버스요금 인상 논의 서둘러야"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0.11.04 20:44
  • 수정 2020.11.05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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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불가피한 요금인상, 시민 향해 설득해야"
사업조합 "5년간 버스요금 동결로 적자 매해 늘어나"
서울시 "국회 차원의 공청회가 우선"
ⓒ 참여와혁신 DB
ⓒ 참여와혁신 DB

코로나19로 서울시내버스 적자가 늘어나자 서울시 버스 노사가 5년째 동결 중인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이사장 피정권)이 밝힌 1~8월까지 버스이용객 수는 지난해보다 약 2억 명(9억 8,000명→7억 8,000명) 줄었으며, 그에 따라 운임수입은 20%가량 감소했다.

올해 서울 시내버스의 운영적자는 약 6,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예년 손실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서울버스사업조합이 밝힌 연평균 운영적자는 2,500~3,000억 원 수준이다. 환승할인 제도, 준공영제 도입으로 적자노선 운행 등을 시행하며 발생한 손실이다.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으나, 지자체가 사업자의 손실을 충당해줘야 하는 만큼 재정부담이 늘어난다. 

홍상훈 서울버스사업조합 홍보차장은 "그간의 손실은 서울시가 예산을 통해서 메꿨지만 지금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백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적자가 발생할 텐데, 당장 서울시가 그에 대한 해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시가 확보한 내년도 시내버스 지원 예산은 사업조합이 추산한 운영적자 6,800억 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위원장 박점곤)은 시민과 버스운전기사 모두가 피해를 입기 전에 속히 요금 논의 자리를 마련하라고 서울시에 요구했다. 재정 부족으로 버스 운행 횟수가 줄어들면 시민이 불편해지고, 버스운전기사는 근무 일수가 줄어 임금 감소에 직면할 거란 우려에서다.

실제로 준공영제를 도입한 제주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버스이용객이 감소하자 10월부터 시내버스 14개 노선 21대를 감축운행하고 있다. 준공영제 재정여건이 악화되자 내린 조치다. 청주시는 준공영제를 도입하진 않았지만, 시내버스 업체들이 감축운행을 시행한 이후 하루 수백 건의 민원이 시청에 빗발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서울 중구 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1인 시위를 하고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4일 서울 중구 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요금인상 촉구' 1인 시위를 하고있다.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서울시버스노조는 "재정부족을 이유로 감축운행을 들고나온다면 시민들의 교통기본권을 제한하는 가장 비상식적인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며 "요금인상보다 훨씬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코로나19로 요금인상을 거론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요금인상의 불가피성을 시민들에게 설득하고 적정한 인상 폭을 고민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요금인상 논의를 촉구했다.

버스 요금을 조정하려면 서울시가 개최한 공청회에서 시민 의견 수렴, 서울시의회 본회의 의결, 서울시 물가대책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버스요금 인상은 부적절하다는 게 공식입장"이라면서도 "의원마다 의견이 제각각이다. 서울시에서 공청회를 열고 안건을 전해야 의회도 요금인상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요금인상 요구에 대해 서울시도 10월 28일 입장문을 통해 "(대중교통의) 심각한 재정난에 대한 해소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11월 중 국회 주관으로 대중교통 재정손실 대안을 논의하는 공청회가 개최될 예정"이라며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우선 국회 차원의 공청회를 통해 시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추후 서울시 요금조정 공청회 개최 여부를 논의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서울시 버스 노사는 요금인상이 필요한 이유로 '만성 적자'를 꼽았다. 서울버스사업조합에 따르면 버스 운송비용 대비 운송수입 비율은 해마다 줄고 있다. 2016년 86%였던 원가보전율이 올해는 62.9%에 그칠 전망이다. 서울시 버스요금은 5년째 동결인 반면, 물가는 상승하고 연료비‧인건비 등 고정지출 비중이 높아 원가 절감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위성수 서울시버스노조 교육홍보국장은 "시기를 놓치면 더 큰 폭탄이 돼 돌아올 수 있다"며 "공공성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책임을 미루지 말고 서둘러서 논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상훈 서울버스사업조합 홍보차장도 "서울시 버스요금 조정 논의는 지자체에서 이뤄지고 지자체장이 결정하는 건데, 중앙 단위에서 끌고 가는 게 합리적 대안인지 의문"이라며 "요금 인상에 대해서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담론을 담을 수 있는 서울시에서 공청회를 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