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희 이사장, "전국민고용보험, 부담스럽지만 해야 하는 일"
강순희 이사장, "전국민고용보험, 부담스럽지만 해야 하는 일"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1.09 00:00
  • 수정 2020.11.07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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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생애 아우르는 노동복지 허브, 지금도 근로복지공단이 하는 일"
[인터뷰]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1977년, 근로복지공사로 산재병원과 재활훈련원 및 자립작업장을 운영하기 시작한 근로복지공단(이사장 강순희)은 1995년 근로복지공사법이 폐지됨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업무 역시 산재보험 중심의 업무에서 고용보험, 퇴직연금, 근로복지진흥기금 운영 등 다양한 업무로 그 영역이 확장됐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근로복지공단 역사상 최초의 민간 출신 이사장이다. 고용노동복지 분야의 전문가인 강순희 이사장은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번졌던 올해 2월 근로복지공단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 코로나19로 취임식을 할 순 없었지만, 강순희 이사장은 "근로복지공단의 약자인 컴웰(kcomwel)을 뒤집으면 웰컴(welcome)이 된다"며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관료가 아닌, 고용노동복지 분야 전문가가 꾸려가는 근로복지공단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계획 이후 전국민고용보험 적용 준비로 바쁜 강순희 이사장을 9월 28일 만났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Q. 올해 2월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7개월 동안 근로복지공단에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동안의 소회를 말해달라.

사실 굉장히 야심차게 취임을 준비했다. 근로복지공단 25년 역사상 민간 출신 이사장이 내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또 개인적으로 고용노동복지 분야를 35년 정도 연구하기도 했고 노무현 정부 때 고용노동정책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직접 프리젠테이션하는 방식으로 취임식을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코로나19 위기로 준비한 것을 써먹지 못했다.(웃음) 취임식을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 비상대책확대간부회의 겸 경영방침을 공유하는 식으로 대체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근로복지공단이 역량이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느꼈다. 취임 다음 날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고 그 일주일 후에는 창원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재환자를 옮겨야 했다. 동시에 감염병 전담병원에 필요한 시설을 설치해야 했는데, 이 모든 업무를 일주일 만에 해냈다. 근로복지공단의 전문적인 역량을 보여준 계기라고 생각한다.

또, 코로나19를 통해 근로복지공단이 어려울 때의 희망버팀목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노동취약계층을 위한 대부분의 사업이 근로복지공단에서 진행한다. 더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콜센터 노동자를 산업재해로 인정하면서, 일하는 사람 중심의 노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제도를 보완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복지 허브로서의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을 분명히 인지하게 됐다.

취임 7개월이 됐는데,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공적업무를 몇 번 맡은 적이 있는데, 항상 어려운 시기에 공적업무를 맡았다. 이번에도 코로나19라는 어려움 가운데 맡게 됐다. 그래서 더더욱 근로복지공단이 '노동복지 허브기관'이라는 사실을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느낄 수 있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굉장히 보람된 시간이기도 했다.

Q. 코로나19로 취약한 고용안전망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했다. 정부는 고용안전망의 취약성 극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에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을 주요한 축으로 설정했다. 그 일환으로 고용보험 지원대상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는데, 이것이 근로복지공단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되나?

코로나19는 이제 계속 같이 가야 하는 존재다. 그렇다면, 현재의 고용사회정책으로는 한계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일자리와 소득의 감소로 인한 어려움은 보편화되고 상시화될 것이다. 이제 일자리와 소득 감소에 따른 어려움을 노동복지를 중심으로 서포트하는 구조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사회안전망을 촘촘하게 깔아야 한다.

고용보험 대상자를 식별하고 소득을 파악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고용보험의 적용 및 부과 관련 업무는 근로복지공단이 다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상자가 실직하는 등 어떤 사건이 생기면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의 지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말로는 쉬운 일 같지만, 사실 굉장히 전문적이면서 복잡한 일이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에 고용보험 지원대상 확대를 위해 각 세칙과 매뉴얼을 만드는 고용보험확대추진TF가 구성됐다. 고용노동부 역시 고용보험사각지대해소기획단을 구성해 근로복지공단의 고용보험확대추진TF와 함께 고용보험 지원대상 확대에 따른 예상되는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모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나 예술인의 케이스가 다 다를 것 같은데, 그렇다고 모든 사람의 기준을 다 다르게 잡을 수는 없다. 어느 정도 획일화된 기준을 잡을 필요가 있는데,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전문적이고 복잡한 일이 많다. 당연히 근로복지공단이 해야 할 일이지만,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인 것도 사실이다.

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Q. 지난해 <참여와혁신>은 김종섭 근로복지공단노조 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근로복지공단의 인력 부족 문제를 조명한 바 있다. 고용보험 지원대상의 확대로 근로복지공단의 인력 부족 문제가 다시 대두할 수 있다고 본다.

당연하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지원대상 확대에 따른 인력을 일부 확충했다. 확충된 인력만으로 부족하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은 데이터 기반 행정을 통한 업무 효율화를 꾀하고 있다. 세밀하게 직무를 분석해본 것은 아니지만, 근로복지공단 직원의 20~30%는 단순·반복 업무를 하고 있다. 단순·반복 업무는 최대한 전산화하고 고급인재인 근로복지공단 직원은 더 전문적이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Q. 취임 일성으로 '전 노동 생애를 아우르는 노동복지 허브기관'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노동복지 허브기관’으로서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은 어떻게 재정립돼야 하나? 또, 그에 따른 타 사회보험기관 등과 겹치는 업무 영역에 대한 문제 해소를 위한 방안도 듣고 싶다.

'전 노동 생애를 아우르는 노동복지 허브기관'이라는 게 근로복지공단의 역할이 바뀐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존에 근로복지공단이 해오던 일인데 두꺼운 내부 칸막이로 인해 근로복지공단 직원조차도 근로복지공단이 어떤 일을 하는지 체계적으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사회적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나타나는 게 근로복지공단이다. 노동자의 실직, 재해, 소득감소, 임금체불, 퇴직뿐만 아니라 사업주에 대한 융자도 지원한다. 물론 혼례비 지원, 어린이집 운영 및 휴양콘도지원 등 다양한 부문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역할을 한다. 한마디로 한 사람의 노동 생애에서 생기는 이벤트를 근로복지공단이 지원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사업은 하나의 프로세스다. 유감스럽게도 현재는 내 옆에서 하는 사업에 대해서는 별개인 것처럼 인식한다. 보험에 가입하게 하고 보험료를 징수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상하고 재활시키고 병원에도 보내고 이게 하나의 프로세스다. 내부 칸막이를 없애고 연계를 강화해 근로복지공단 사업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각종 자료를 전산화할 필요가 있다.

한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회보험제도가 7개다. 이 사회보험제도는 노동 생애에만 적용될 수도 있고 전 생애에 걸쳐 적용될 수도 있다. 건강보험의 경우, 전 생애에 걸쳐 적용되는데 그 일부가 노동 생애다. 일하다가 다칠 경우에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이 충돌할 수 있다. 국민 개인의 입장에서는 산재보험을 받든 건강보험을 받든 다친 기간 동안 빠르고 편하게 치료를 받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게 중요하다.

근데 지금은 이게 따로 노는 거다. 이걸 연계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그동안 없었다. 그래서 일하는 동안에 대한 모든 사회보험제도는 근로복지공단이 중심을 잡겠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복지 허브기관’이다. 서로 연계해서 국민 한 사람이 온전한 서비스를 받도록 하는 중심을 잡겠다는 뜻이다. 올해 5월에 7개의 사회보험제도를 운영하는 5개 기관이 MOU를 체결했다. 이 5개 기관의 산하 연구원이 사업의 연계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대대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지는 못하지만, 좀 더 나은 노동복지사업을 위한 연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Q. 점차 고용노동시장에서 국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전통적인 성격의 노동자를 넘어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다양한 형태의 고용안전망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을 품어낼 근로복지공단의 이사장으로서 각오를 밝혀달라.

'노동복지 허브기관'이라는 것 자체가 일하는 모든 사람의 노동 생애를 아우르는 희망버팀목을 지향한다. 일하는 사람이 일하는 동안 겪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을 근로복지공단이 다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을 향해야 한다. 업무의 원칙을 국민 중심의, 이용자 중심의 서비스에 두고자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전문성과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 등을 확실하게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여기서 안주하는 게 아니라 혁신을 통한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근로복지공단을 경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