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전태일정신은 [ ] 다
나에게 전태일정신은 [ ] 다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0.11.09 00:00
  • 수정 2020.11.08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자에게 전태일은 어떤 존재인가요?
#사랑과 연대 #권리 #실천

전태일 50주기 기획① 오늘날의 전태일, 전태일정신을 말하다

“오늘도 평화시장에 계시는 노동자, 시민, 소상공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이 곧 전태일다리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청계천 평화시장 옆 전태일다리에서 어김없이 들려오는 멘트다. 아름다운청년전태일50주기범국민행사위원회(상임대표 이수호, 이하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는 지난 5월부터 매주 전태일 50주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노동자들은 전태일이 50년 전 분신 항거한 자리에서 각자의 상황을 알렸다.

전태일 50주기 캠페인 참가자들에게 ‘전태일정신’에 대해 물었다. 취재는 7월부터 10월까지 전태일다리에서 진행했다. 그들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전태일이었고, 그들이 말하는 전태일정신은 스스로의 이야기였다. 15개의 답변을 ▲사랑과 연대 ▲권리 ▲실천으로 나눠 소개한다.

 

# 전태일정신은 [사랑과 연대] 다

김현성 가수

김현성 가수_10차 캠페인

사랑인 것 같아요. 노동운동도 사랑이 있어야 하는 거죠. 또 그래야 나눌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돼요. 지금 시대에도 전태일 정신은 유효해요. 전태일평전을 처음 읽고 밤새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 어떤 사람들은 바보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하지만 바보들이 선택한 길은 세상에 정말 깊은 의미를 준다고 생각해요.

 

스즈키 아키라 통역 활동가_ 11차 캠페인

전태일정신은 가장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고 연대하려고 하는 마음입니다. 한국 민주화운동을 공부하면서 전태일을 알게 됐습니다. 일본 노동자들은 전태일의 정신을 잊지 않고 성장한 한국 노동조합과 만나고 있습니다.

 

김유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지회 보건교육부장_12차 캠페인

이끌어주는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해요. 전태일 씨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 분이었는데 함께하는 동료들, 본인보다 늦게 시작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나섰어요. 저도 타투를 다른 사람보다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로 많은 것들을 누려왔어요. 지금 새로 시장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힘든 환경에 많이 노출이 되고 어려움이 많아요. 기존에 자리를 잡고 먼저 시작했던 선배들이 도와주고 이끌어줘야 해요. 자신의 이득을 위해 막 달려가는 게 아니라, 먼저 자리 잡은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이 나와 똑같은 행복을 누리기 위해 이끌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타투공대위도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찾기 위해서 행동하고 있어요.

박계현 서울시 중구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

박계현 서울시 중구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_21차 캠페인

평화시장에는 여러 부류의 노동자가 있었어요. 그런데 전태일은 가장 취약한 계층인 시다를 위해서 투쟁했어요. 모든 노동운동의 주안점을 둘 때도 시다에 두었어요. 전태일정신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나는 인간선언과 인간사랑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전태일은 연대와 나눔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보여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우리가 배부른 노동자라고 해서 안주하면 안 돼요. 오늘날 노동자 계층도 다양해졌잖아요. 조직노동은 항상 고민하고 있어야 하죠.

 

전광준 한겨레 기자_ 24차 캠페인

취재 때문에 왔는데(웃음). 전태일정신은 연대라고 생각해요. 여공 분들과 함께 나서서 싸운 거잖아요. 만약 분신을 안 하셨다면 지금 70세 정도 되셨을 것 같은데, 노인노동자나 다른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워주셨을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도 할 수 있었을 거고요. 분신을 해서 사회가 더 나아진 것도 있었겠지만, 안 하셨다면 더 큰 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 전태일정신은 [권리] 다

 

이도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공동위원장_15차 캠페인

권리라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도 있지만 노동자 이전에 국민 한사람으로서의 권리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일할 권리가 있으면 일하는 것만큼 정당하게 받을 권리도 있기 때문에 전태일정신은 모든 권리에 기초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적으로 법이 적용됐다고 하더라도 지금 우리의 현실하고는 많이 동떨어진 부분도 많습니다. 노동조합이 설치돼있는 곳만 해도 우리나라에 10%정도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실제로 자기들의 권리를 제대로 못 찾고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전태일3법을 지금 와서 외친다는 자체도 사실 부끄러운 일입니다. 50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남중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교선국장_15차 캠페인

기본적으로 전태일정신은 모든 노동자에게 있는데 짓눌려 있거나 끄집어 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노동자들이 노동자로서 눈을 뜨게 되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전태일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전태일정신은 당연히 모든 노동자에게 내재돼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물꼬를 터주는 게 없어서 잘 모르고 있을 뿐이에요.

 

김정봉 금속노조 서울지부 주얼리분회 분회장_17차 캠페인

모두가 평범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거잖아요. 주얼리노동자들도 아직 근로계약서도 못 쓰고 있고, 임금노동자지만 어떤 정부정책에도 들어갈 수 없는 유령같이 남아있는 존재입니다. 저희는 사실 고용보험 미가입률이 83%정도 되는데요. 코로나19가 터지니까 더 취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주얼리노동자인데, 임금노동자지만 정부지원금의 대상이 안 돼요. 그런 것을 요구했다가 잘리기도 하고, 반대로 임금은 절반으로 깎였는데 일이 있어서 그냥 하고 있는 상황도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희생만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권오철 OB맥주직매장분회 사무장_20차 캠페인

이 땅의 비정규직이 50%가 있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원청의 눈치를 보고 아직도 직장에서 억울한 상황을 겪으면서 일을 하고 있을 거 아닙니까. 전태일정신은 소수의 권리입니다. 저는 전태일평전을 부끄럽게도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은 전태일열사가 산화를 하신 것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봅니다. 전태일열사는 몸을 분신하셨지만 저희는 이 땅 위에서 저희와 같은 비정규직들의 억울함을 우리의 승리로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수많은 노동자, 파견노동자, 비정규직 전태일들이 우리 오비맥주 경인직매장 노동자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 전태일정신은 [실천] 이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_8차 캠페인

사실 힘들고 어려울수록 연대를 해야 온전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잖아요. 어떤 어려움과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실천이 전태일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김미경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수석부본부장_10차 캠페인

약간 구호 같긴 하지만, 차별에 저항하라! 전태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처지에 분노하지 않았다면 이후의 삶도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만족하고 안주하지 않고, 현실에 부당하다고 느끼고 분노할 줄 알았던 게 세상을 바꾼 큰 힘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노동조합을 하다 보면 부당한 처우에 대해 분노하고 저항하는 작은 움직임이 모여서 세상을 바꾸더라고요.

 

문서희 청년유니온 기획팀장_14차 캠페인

가장 기본적인 노동법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닿게 할 수 있도록 행동한 것 아닐까요? 전태일 열사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희생으로서 보여줬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가 운동을 하는 이유 역시도 너무나도 많은 청년 노동자들이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예요. 어떻게 하면 이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하면 노동법은 지켜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운동을 하고 있어요.

 

마라 청년유니온 패션어시노동조합준비위원회 위원_14차 캠페인

사실 노조 일을 이제 막 시작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고, 여러 가지를 느꼈어요. 그런데 누군가 목소리를 먼저 내 줬고 그 뜻을 5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게 참 대단한 것 같아요. 어쨌든 힘든 건 누구나 알아요.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게 힘들잖아요. 전태일정신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최장복 IT사무서비스연맹 KT노동조합 조직처장_19차 캠페인

전태일 열사가 분신항거한 지 50년이 흘렀지만 수많은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저희 노동조합이 50주기 캠페인에 나오면서 내민 슬로건도 전태일정신, 함께 만드는 노동존중 세상입니다. 우리가 계승해야 할 전태일정신 중에서도 저는 특히 함께 실천하는 정신을 배우고 싶습니다. 전태일열사는 바보회와 삼동회를 조직해 연대와 사랑으로 온몸으로 실천했습니다. 저는 특히 사회연대기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노동조합도 그동안 꾸준하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대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 대상과 활동의 내용이 일회성이거나 제한된 지역에 한정되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지부장_23차 캠페인

전태일정신은 여전한 우리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건 사실 아주 기본적인 거잖아요. 우리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돌아보면 근로기준법이 뭔지도 잘 모르는 상황이었고, 투쟁을 하면서 알았어요.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조차도 못 지키는 이 현실이 50년 전과 뭐가 다른가 싶더라고요. 그래도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서서히 바뀔 거라는 확신이 있어요. 그게 저희가 투쟁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