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무기계약 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 전환 시도
삼성화재, ‘무기계약 노동자→특수고용 노동자’ 전환 시도
  • 최은혜 기자
  • 승인 2020.11.10 16:07
  • 수정 2020.11.10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화재노조, “노조 무력화 위한 시도”
삼성화재, “일방 통보 아닌 협의 중인 사안”
삼성화재. ⓒ 참여와혁신 포토DB
삼성화재. ⓒ 참여와혁신 포토DB

삼성화재에서 보험설계 및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무기계약 노동자인 GA(보험독립법인)매니저가 특수고용 노동자인 보험모집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GA매니저가 노조 가입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삼성화재노조는 삼성화재의 이 같은 방침을 “노조 무력화를 위한 시도”라고 규정했다.

10일, 한국노총 공공연맹 삼성화재노동조합(위원장 오상훈)은 “2년 계약직으로 뽑아 일부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온 GA매니저를 삼성화재가 강제로 보험모집인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화재노조는 “무기계약직 GA매니저는 노조 가입 대상으로, 삼성화재의 보험모집인 전환 시도는 노조 무력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GA매니저는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금융권, 보험사 출신 여성노동자에게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시설이 가까이 있음)의 환경과 짧은 노동시간으로 돌봄 시간 확보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일자리다. GA매니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고 집에서 가까운 사무실에서 업무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존 정규직보다 임금이 절반 정도라는 단점이 있다. 2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GA매니저 중 일부는 삼성화재와의 협의를 통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가능한데, 현재 삼성화재 무기계약직 GA매니저는 1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상훈 삼성화재노조 위원장은 “삼성화재가 11월 4일부터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일방적인 통보였다”며 “보험모집인으로의 전환을 선택하지 않으면 기존 정규직이 하는 직무에 투입되고 기존 정규직과 마찬가지로 원거리 발령이 가능하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오상훈 위원장은 또 “기존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지만, 임금은 현재 받는 임금이 유지된다는 것이 삼성화재의 설명”이라며 “보험설계인으로 전환하면 임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말과 원거리 발령을 얘기하는 삼성화재로 인해 많은 GA매니저가 동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노조에 가입한 일부 GA매니저는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화재노조는 “보험모집인으로 전환될 경우, 노조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보험모집인이 되면 임금이 오를 수 있다고 삼성화재는 말하지만, 기본급 없이 성과급 체계로 운영하면서 엄청난 실적압박을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현재의 수수료 체계에 대한 변동을 삼성화재가 요구하면 보험모집인은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삼성화재노조는 “GA매니저의 보험모집인 전환을 통해 노동조건이 더욱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이미 7월부터 GA매니저를 보험모집인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공청회와 의견수렴을 진행했다”며 “4일 있었던 설명회 역시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였다”고 반박했다. 삼성화재측은 “현재 GA매니저를 유지하고 있는 보험사는 삼성화재가 유일하기에 GA매니저를 보험모집인으로 전환해 업계에 맞춰가려는 의도”라며 “무기계약직으로의 잔류를 원할 경우, 원하는 직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직무를 할 수 있다면, 임금에서 차별을 두면 안 되지 않느냐’는 <참여와혁신>의 물음에는 “임금의 차별이 아니라 총 노동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따른 임금 차이가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임금부분을 비롯한 전반적인 부분에서 GA매니저의 의견을 들으면서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삼성화재노조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노조 무력화 시도 중단 ▲GA매니저에 대한 승격 및 급여체계 마련 ▲노조 및 무기계약직 GA매니저 대표가 참여하는 협상 자리 마련 ▲대표이사의 재발방지 약속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