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에서 ‘차’ 뺀다고? 노동조합과도 상의해야
현대‧기아차에서 ‘차’ 뺀다고? 노동조합과도 상의해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2.04 17:42
  • 수정 2020.12.04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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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사명 변경 검토 … 미래먹거리 정체성 반영 이유
​​​​​​​노동조합 반응은? “함께 논의해야” “시대적 변화다”
서울시 강남구 현대차그룹 사옥.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다만 ‘자동차’만 고집할 수 없는 업계 상황에서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은 확인됐다. 이 과정을 순탄하게 넘어가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에서 ‘차’ 안 빠진다

이달 초 현대차그룹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사명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가 있었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Motors)’라는 명칭을 뺀다는 내용이었다.(12월 1일자 중앙일보, ‘[단독] 기아 형님도 이름 바꾼다...현대차그룹 '자동차' 떼나’)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라고 대응했다. 루머를 받아쓴 것 같다”면서, “기아자동차에서 사명변경은 검토 중이나 현대차그룹과 현대자동차에서 모터스 뺀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서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었다. 김용진 금속노조 선전홍보실장은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검토하고 있는 건 없었다”면서, “공식적으로 이야기되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 빼면 뭐하나?”

다만 기아자동차의 경우 실제로 사명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차는 이른바 ‘플랜S’를 통해 엠블럼에서부터 사명까지 변경한다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급변하는 자동차산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금속노조 기아차지부의 반응은 냉담하다. 채성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사무차장은 “매우 부정적이다.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를 떼면 도대체 무엇인가”라면서, “죽기 살기로 막을 것이다. 엠블럼 변경은 시대적 변화에 따라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사명을 변경하는 문제는 단순히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떼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아차지부는 “사명변경은 기아자동차가 가지는 브랜드 가치를 현대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시키는 종속관계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기아차가 현대차 1차 벤더의 역할을 하는 이미지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기아차지부는 “내년 3~4월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변경을 추진한다면 사활을 걸고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부정적 반응의 배경에는 노사간 소통이 원활하게 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사명을 변경하려면 엄연한 회사의 구성원인 노동조합과 충분히 논의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영 기아차지부 선전홍보실장은 “회사는 급변하는 환경에 맞게끔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안정에 관한 내용은 뜬구름 잡기 식”이라면서, “내연기관차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7,000여 명의 조합원은 지금도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이어 김진영 선전홍보실장은 “여태까지 기아자동차라는 사명을 가지고 20년 이상 열심히 근무했는데, 조합원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사명변경을 추진해 아무래도 반발이 크다”고 덧붙였다.

사명 변경에 대해 기아자동차 측은 "대외적으로는 현재 검토하고 있다는 것 이상으로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가야 하지 않겠어요?”

한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실제로 사명변경이 추진되고 있지는 않지만, 현대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빼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김용진 선전홍보실장은 “사명을 변경한다면 자연스럽게 가야 하는 것 아니겠냐.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는 발전적인 이름을 붙이지 않겠냐”라고 답했다.

권오국 현대차지부 대외협력실장도 “산업이 변화하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