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어.리.랏.다..
살.어.리.랏.다..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8.11.06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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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이었나 봅니다. 건설경기 하락으로 내수 경기 침체 심화에 대한 논란이 나올 때 즈음, 서울 한 지역의 교회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300원을 나눠주던 일이 있었습니다. 길게, 길게 늘어선 그 분들은 하루 300원을 주머니에 품고 짤랑 짤랑 소리를 내며 발걸음을 옮겨 또 다른 교회를 찾아다니곤 하셨다지요.

커피 자판기에 동전을 넣으면서, 거슬러 받은 동전을 무심코 주머니에 넣으면서 문득 생각이 나곤 했습니다. 그러면 하찮게 여기던 그 커피 한 잔의 무게가 참 무거워집니다. 그 조글조글한 손 위에 놓인 300원, 그리고 그 삶의 무게가 요즘 신문과 뉴스를 보면서 다시 마음을 짓누릅니다.

한 달 30만원 생활비로 반찬을 해 먹을 돈이 없어 슈퍼에서 양파 한 망을 훔치다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아이에게 “신발이 작아 발이 아픈데도 사주지 못해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고 엄마는 고작 스물 일곱의 나이에 자살을 선택했습니다.

늘 내가 가장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원망하면서,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있던 사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또 펀드로, 주식으로, 사채로, 연체로 안타까운 목숨들이 우리의 곁을 떠났습니다.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가 점점 늘어나는 지금, 저는 함께 살아보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 닥쳐 있는 현실의 무게가 견딜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신발 한 켤레와 100원짜리 동전 세 개, 그리고 양파 한 망에 담겨있던 우리 주변의 눈물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그리고 잠시, 내 옆에 있는 사람의 눈물도 지켜보면서 그렇게, 함께 말입니다.

11월 <참여와혁신>에서는 ‘노무쟁이’들의 오늘을 들여다 봤습니다. 그들의 고민을 통해 현재 우리의 노사관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여기는 지금>이라는 연재 기획이 새롭게 시작됩니다. 전국 각 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노사관계의 변화를 통한 실천적 모델을 발견하기 위해 지역의 노사협력 사례나 새로운 모델을 발굴, 소개해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인계철선’을 넘은 노노 갈등, 풀어놓지 못했던 그 안의 속내를 들어보았습니다. 함께 해답을 찾아갈 수 있는 작은 실마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