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파괴하는 한걸음 모델은 무효다
지리산 파괴하는 한걸음 모델은 무효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0.12.10 00:18
  • 수정 2020.12.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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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경 녹색연합 상상공작소 활동가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는 지리산 화개-악양-청암면 산악열차 15㎞와 모노레일 5.8㎞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공공에서 150억 원, 민간에서 1,500억 원 등 총 1,65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형제봉 정상에는 알프스힐파크호텔을 건설하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지리산은 ‘산지관리법’의 규제에 따라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12월 19일 ‘2020 경제정책 방향’에서 ‘규제 특례를 통한 산림휴양 관광 시범사례’로 이 사업을 꼽으면서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국유림인 해당 지역을 활용하기 위해 산업관광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산악관광개발사업 허가기준을 완화시키는 등의 내용이었다. 더 나아가 기획재정부는 올해 6월, ‘더 큰 걸음’의 상생을 목표로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한걸음 모델’의 우선 적용과제로 선정했다.

“신(新)사업 도입을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편익을 증가시켜 국민 모두 규제 혁신의 혜택을 골고루 향유하는 대타협 모델을 지향한다”는 한걸음모델의 취지와 산악철도와 케이블카 등을 건설하는 산림관광사업은 부합하지 않는다. 대규모로 산림을 파헤치고 반달가슴곰을 쫒아내는 낡은 토건사업을 ‘신사업’이라며 한걸음모델의 시범사업으로 선정한 것 자체가 기재부가 아직도 60~70년대 개발논리에 젖어 있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 그린뉴딜을 목표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배치된다.

알프스하동 프로젝트가 모범 사례로 삼는 스위스 융프라우 산악열차는 1898년 건설된 것으로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환경파괴를 이유로 대규모 산악개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산악열차의 신규 건설도 중단된 지 오래다. 또한 기재부가 주도하는 한걸음모델은 심각한 지역갈등과 예산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사회적 타협을 통한 상생을 지향한다는 한걸음모델의 상생조정기구 회의가 진행될수록 지역사회는 분열과 대립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금 하동군은 산악열차 건설을 둘러싸고 민-민 갈등과 민-관 갈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고, 환경부가 복원한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를 기재부가 나서서 산악열차 건설로 파괴하는 정책충돌까지 벌어지고 있다.

하동군은 최근 상생조정을 통한 사업추진을 포기하고 현행법 하에서 보전산지를 준보전산지로 지목을 변경하는 행정절차만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규제혁신을 통한 성장’이라는 한걸음모델의 근본정신조차 내던져버리고 산림휴양관광 활성화 정책을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상생도, 혁신도 없이 산악열차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한걸음모델의 무용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에 민족의 영산 지리산 형제봉에 산악열차와 모노레일, 관광호텔을 짓겠다는 알프스하동 프로젝트를 기획재정부가 나서 한걸음모델의 시범사업으로 선정한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었다. 기후위기와 코로나로 온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대규모 산악개발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모든 혼란과 갈등, 낭비를 초래한 기획재정부의 한걸음모델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아울러 전국의 산지를 개발의 광풍으로 몰아넣는 출발점이 될 하동군의 알프스하동 프로젝트 또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 이 글은 지리산산악열차반대대책위원회와 한국환경회의에서 2020년 11월 27일 작성한 보도자료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