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1일차, “대전을지대병원은 교섭에 나서라”
파업 11일차, “대전을지대병원은 교섭에 나서라”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0.12.17 17:36
  • 수정 2020.12.17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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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을지대병원 2020년 임단협 두고 노사 극한 대립
7일 보건의료노조 대전을지대병원지부 파업출정식 현장. ⓒ 보건의료노조
7일 보건의료노조 대전을지대병원지부 파업출정식 현장. ⓒ 보건의료노조

17일로 대전을지대병원지부의 파업이 11일째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3차 유행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대전지역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전을지대병원이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대전을지대병원지부(지부장 신문수, 이하 지부)는 12월 7일 파업에 돌입했다. 대전시 서구에 위치한 대전을지대병원은 을지재단 산하에 있다. 을지재단은 1956년 을지로 3가에 설립된 ‘박영하 산부인과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현재 을지재단은 강남을지대병원, 노원을지대병원, 대전을지대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1년 의정부을지대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

대전을지대병원 총원 감소 원인은?

대전을지대병원은 2004년 이전 당시 1,050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퇴사 인력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현재는 450병상만 가용할 수 있는 상태다. 총 800여 명의 노동자 중 200여 명이 빠져나가 현재 600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지부는 2015년 11월 결성돼 현재 350여 명이 가입해 있다.

신문수 대전을지대병원지부 지부장은 그동안 대전을지대병원에서 결원이 발생한 이유를 “열악한 근로조건과 임금”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수 지부장은 “연간 대전을지대병원의 순수익은 500억 원 가까이 된다. 하지만 의정부을지대병원 설립 비용으로 빠져나갔다. 임금과 시설이 열악해지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 같은 지부의 주장에 대해 대전을지대병원은 “2020년만 해도 MRI를 비롯한 수술시스템 및 진료장비 등 9종과 전산시스템의 대대적 교체를 진행하며 병원의 발전을 도모해왔다”면서, “더불어 병원은 자료를 통해 고유목적사업 준비금의 본래 목적이나 용도가 무엇이고 대전 암센터 건립 등을 비롯해 용도에 맞게 사용돼왔다는 것을 충분히 밝혀왔다”고 반박했다.

이에 신문수 지부장은 “병원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였다. 4년 간 2,000억 원의 적립금을 쌓았는데 30억 원짜리 MRI를 들여왔다. 암센터 건립은 몇 년 전에 결정난 사항이다. 로봇 도입도 타 병원에서 모두 하는 수준이다. 결원 인력이 충원된 적은 없다”고 재반박했다.

2020년 교섭의 쟁점?

대전을지대병원 노사는 지난 6월 2020년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다. ▲임금체계 개편(호봉제) ▲비정규직 정규직화 ▲결원인력 충원 ▲직원 처우개선 ▲지역 자본의 수도권 유출 등이 쟁점이었다. 하지만 교섭은 순탄하게 풀리지 않았다. 결국 대전을지대병원 노사는 노동위원회에 9월 1월 조정신청을 했고 9월 28일 결렬됐다.

이후 노사는 12월 2일 집중교섭에서 ▲장기근속수당 신설 ▲육아휴직비 지급(2019년 합의사항)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결원인력 충원 ▲간호사 처우개선 ▲노사관계 정상화 등 의견접근을 이뤘다. 그러나 4일 병원이 입장을 번복하면서 지부는 7일 필수유지업무 부서의 인원을 제외하고 파업에 들어가게 됐다.

신문수 지부장은 “임금체계 개편 부분에서 양보를 많이 했다. 상급종합병원인 대전을지대병원에는 임금지급표도 없다. 그래서 이를 만들자고 했는데 병원에서 거부했다”면서, “겨우 경력자를 우대하는 장기근속수당 신설에 합의했는데, 이를 다 엎어 버렸다. 결원 충원도 없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단서조항을 달아서 병원의 안을 받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병원의 해명은 달랐다. 대전을지대병원은 “임금인상폭 등 합의가 임박한 상황에서, 노조는 갑자기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나섰다”면서, “임금이 오르면 사학연금, 고용보험 등 병원의 법정 부담금도 증가되는데 이 돈(인상분)까지 포함된 전체 금액으로 인상해달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신문수 지부장은 ‘병원의 인건비 총액 인상’과 ‘임금인상률’은 다르다고 밝혔다. 신문수 지부장은 “임금이 예를 들어 5% 인상됐다면 인건비도 5% 인상되는 게 맞다”면서, “임금을 5% 인상하기로 했는데 병원이 부담하는 사학연금, 고용보험료를 빼고 인상한다면 과연 5% 인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신문수 대전을지대병원지부 지부장. ⓒ 보건의료노조
신문수 대전을지대병원지부 지부장. ⓒ 보건의료노조

“병원은 교섭에 성실히 나서라”

지부는 현재 코로나19 확산 시국에 따라 최소한의 인원으로 농성을 진행 중이며, 대다수 조합원은 재택 및 온라인 방식으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부는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공공병원의 병상만으로 코로나 환자 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부와 지자체가 상급종합병원에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을 확보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전시 차원에서도 대전을지대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운영되기 위한 최우선의 선결조건은 바로 파업사태 해결”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다고 해도 파업이 끝나지 않으면, 이를 운영할 인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부는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고 있는 병원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지부는 “병원이 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은 도외시한 채, CCTV로 조합원 동선 및 행동을 감시하거나 병원 내 로비 농성장 철거를 요구하고, 조합원의 원내출입을 금지했다”면서 “노동조합을 자극하고 책임을 돌리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대전을지대병원은 “총파업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노조에 있다”면서, “병원은 언제든지 교섭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 환자의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해 상호 신뢰와 이해, 법과 원칙을 바탕으로 원만한 합의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병원 측의 이야기와는 달리 신문수 지부장은 “병원은 교섭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 잠정합의안을 뒤집은 건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을 없애겠다는 것으로 밖에 인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