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일이 재밌다는 사람들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일이 재밌다는 사람들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1.08 00:00
  • 수정 2021.01.19 2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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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주로 노동조건이 열악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들은 일터에서 차별당하고 적정 임금을 받지 못하고 다칠 위험을 감수하며 일하다 갑자기 쫓겨나기도 합니다. 하루하루가 투쟁인 이들에게 노동 매체 기자가 따라붙는 일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생존에 위협을 받는 노동자들, 국회 앞에서 곡기를 끊은 노동자들, 찬 바닥에 몸을 던지며 오체투지하는 노동자를 떠올리면 새해 벽두부터 무슨 일의 재미냐, 무슨 한가한 기사냐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고민이 많았습니다. 급박한 노동 현장을 따라가다 보니 ‘일의 얼굴’이라 하면 고통 받고 슬픈 표정을 먼저 기록했지만 그 얼굴들이 전부가 아님을 압니다.

“새벽을 깨우고 춥고 매서운 바람을 헤치며 일터에 나왔어요.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항상 기쁘게, 아무도 없는 컴컴한 화장실에서나마 혼자 콧노래 중얼거리며 쓸고 닦고 열심히 일하며 살아갑니다.” (김영자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로 새해 첫날 거리로 나선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도 일의 즐거움에 대해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집단감염 위기에 처해 피켓을 든 콜센터 노동자는 끈질기게 노력한 상담으로 고객에게 결정적 도움을 줬던 일을 자랑합니다. 일의 얼굴은 웃거나 울거나 이분법으로 따질 수 없음에도 당장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기사 방향과 맞지 않아 충분히 담지 못하는 이야기들입니다.

그간 소홀했던 이야기들을 하려 합니다. 우리 주변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일이 재밌다는 얼굴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일이 언제 재밌는지 물어봤습니다.

“내 일이 남에게 도움이 됐을 때”, “동료와 손발이 척척 맞을 때”, “머릿속 구상을 실현하느라 집중할 때” 일이 재밌다고 말하는 이들은 ‘일과 나’ 사이의 관계에 집중할 때 생기는 고유한 재미들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목수, 청소노동자, 타투이스트, 칼 가는 장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중소기업 대표. 주변에서 자주 마주치는 평범한 이들이 품은 고유함은 일의 얼굴을 빛나게 만들었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일이 재밌는 순간을 분명히 아는 열두 명의 일하는 사람들을 소개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