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 시 배달중단 정부 기준 필요해
올겨울 첫 기록적인 폭설에 배달노동자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라이더유니온은 기상 조건 악화로 인해 사고 위험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플랫폼이 나서서 배달을 제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6일 오후 퇴근 시간경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설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눈발이 거세지면서 퇴근길 정체가 이어졌고, 눈길에 주정차하는 차량들도 몇몇 보이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배달을 수행하던 배달노동자들은 눈길에 미끄러지고, 오토바이를 움직일 수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설이 내리는 날에도 배달주문플랫폼은 평소와 같이 운영됐다. 라이더유니온은 강설이 집중되기 시작한 6일 저녁부터 사고 제보가 급증했다며 정오께 ‘배달을 중단하라!’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이어서 7일 오전 11시에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가졌다.
배달대행플랫폼들은 폭설에 각자 다른 대응을 보였다. 쿠팡이츠는 6일 오후 6시 26분경 “든든하게 방한장비 갖추시고, 운행 시 빙판길 주의하시어 배달 참여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만 발송했을 뿐 폭설프로모션을 그대로 유지했다. 쿠팡이츠는 지난해 장마철에도 우천프로모션을 운영한 바 있다.
치킨집 등 상점이 배달을 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달노동자에게 제때 전달이 안 된 경우도 발생했다. 눈길을 뚫고 상점을 방문한 쿠팡이츠 배달노동자가 ‘허탕’을 치는 사례가 라이더유니온에 제보됐다. 빙판길 사고가 잇따르자 쿠팡이츠는 7일 오전 9시 50분 일시적으로 배달중단 공지를 하고 오후 1시부터 배달을 재개했다.
배민라이더스는 1km 이내 배달만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이튿날에도 배달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요기요는 배달을 중단했다. 요기요는 6일 7시 15분 배달노동자에게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해 현재 바이크 운영이 불가하다”면서,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현 시간부로 금일운영을 중단하며, 현재 진행중인 주문 건의 경우 가능한 경우만 수행해주면 된다”고 공지했다.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 주문중개플랫폼과 연계되지 않은 일반 배달대행플랫폼들은 각 배달대행지사의 지사장 판단에 따라 배달 여부가 결정됐다.
라이더유니온은 “어제와 같은 폭설은 1년에 며칠 되지 않는다. 이 경우 배달주문을 받는 주문중개플랫폼에서 배달을 막아줘야 한다”면서 “주문중개플랫폼에서 자영업자와 손님을 연결하고, 배달대행사업자에게 업무가 넘겨지는 식이다. (주문중개플랫폼에서) 주문을 막지 않으면 누군가는 배달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은 폭설, 혹한, 폭염, 태풍 등 기상악화 시 배달을 중단하는 정부의 안전기준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한, 플랫폼에서도 배달노동자 안전을 위한 조치가 강화돼야 한다고 라이더유니온은 지적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쿠팡이츠처럼 극한 날씨에 과도한 프로모션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배달단가를 높여야 한다”면서, “안전에 대한 조치와 교육 없이 무분별하게 라이더를 모집해 어제와 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안전을 위한 진입장벽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